미국과 한국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초점을 맞춘 연합연습이 어제(11일) 시작됐습니다. 북한은 한국을 비난하며 추가 도발을 시사하고 나서는 한편, 미국에는 연합연습 이후 협상 재개의 뜻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열흘간 올해 후반기 미-한 연합지휘소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이번 연습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한국 군의 기본운용 능력을 검증하고 군사대비 태세를 제고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습은 병력과 장비의 실제 기동이 아닌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진행됩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한국 군 대장이 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아 한국 군이 전작권의 전 과정을 행사하고 그 능력을 검증합니다.
이는 한국 군이 전작권을 행사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상부 지휘구조 편제입니다.
때문에 이번 훈련은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부형욱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부형욱 연구위원] “전작권 전환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능력을 검증해야 하므로 필요한 것이고, 북한의 압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작권 전환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는 거죠.”
한국 군 당국은 이번 연습을 시작으로 2020년 완전운용 능력 검증, 2021년 완전임무 수행능력 검증을 거쳐 2022년까지는 전작권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11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한 연합지휘소훈련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담화에서 연합연습을 당장 중단하거나 이에 대한 해명을 하기 전까지는 남북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청와대를 향해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린다, 겁먹은 개가 요란스럽게 짖어 댄다는 등의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또 한국이 전쟁연습을 하면서 뻔뻔스러운 행태를 보인다며, 앞으로 새벽잠을 자기는 글렀다고 밝혀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이는 철저히 미-북 사이의 대화이지, 남북대화는 아니라는 점을 한국 정부가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한국 청와대는 결국 연합연습이 끝나면 미-북 실무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청와대 측은 통상 북한 담화문은 한국 정부의 담화문과 그 결이 다르고 쓰는 언어도 다르다며, 담화문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한 관계를 분리하는 동시에 남북관계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이번에 특이한 것은 북한이 핵 보유 국가가 되었고 핵 보유 국가의 자격에서 미국과 직접 거래를 하고 그 거래의 결과를 가지고 한국과 만나겠다고 하는 겁니다. 즉, 북한의 동등한 파트너는 미국이고 한국은 그러한 북한의 하위 파트너라고 하는 겁니다. 이러한 구조를 고착시키려는 게 북한의 의도로 보입니다.”
미-북 관계와 분리해 한국에 대한 압박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반면 겉으로는 ‘통미봉남’처럼 보이지만 결국 미국, 한국 양국과 동시에 협상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북-미 간 대화에 있어 지금 나타나고 있는 미사일 발사, 연합훈련에 대한 책임을 미국한테 전가하지 않음으로 해서 미국과 대화 동력을 살리면서 현재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남쪽의 훈련과 F-35 도입 등을 명분화 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고요. 이것을 통해 남쪽의 변화들도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지난 하노이 이후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우리 역할에 대한 실망감, 섭섭함이 담겨있는 거죠.”
김 교수는 북한이 결국 미-북 관계에서 한국이 좀 더 목소리를 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이같은 대남 압박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