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 협상을 위한 양측 대표 회동이 내일(20일) 한국에서 열립니다. 다음달로 예상되는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의 구체적인 일정과 회의 방식 등을 논의할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와 장원삼 한국 측 대표가 20일 서울에서 회동합니다.
이를 위해 베츠 대표는 18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20일 만나 곧 있을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미-한 양국은 지난 3월 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비를 지난해 미화 약 8억 달러에서 약 8억 6천만 달러로 하는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이 협정문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미-한 양국은 2020년 이후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분담금을 정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곧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연설 도중 미국이 한국의 접경을 지켜주고 있다며, 미국이 다른 나라는 지켜주면서 정작 미국의 국경은 제대로 지켜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에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내기로 했다며 이미 협상이 시작됐다고 언급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South Korea and I have made a deal where they’re paying a lot more money toward the United States.”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조한 겁니다.
아울러 지난 15일에는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나라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데 지쳤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인철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지난 9일 기자설명회입니다.
[녹취: 김인철 대변인] “지난달에 미국 고위 인사도 방한했었고요. 그 계기에 앞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이와 관련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그 틀을 깨겠다는 미국 측 요구가 상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주한미군 주둔에 수반해서 발생하는 비용의 인건비를 제외한 비용에서 한국이 부담하는 거예요. 근데 미국은 그 틀을 깨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인건비의 일부, 전략자산 이동이나 작전에 들어가는 비용도 포함을 시켰으면 하는 거죠. 항목이 추가되면 그에 따라 비용은 자연스레 수반되기 때문에 일단 과거에 했었던 그 협상의 항목에서 새로운 항목을 신설할 것이냐를 가지고 한-미 간에 팽팽한 쟁점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 센터장은 미국이 주장하는 분담금 인상 폭은 사실상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방어적인 접근을 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한국 정부가 예상한 방위비 분담금 총액의 2배 가량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한미군 인건비가 총액에 포함될 경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요구가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원래 미군의 주둔비는 원칙적으로 주둔국에서는 시설과 구역만 제공하고 나머지 발생 비용은 미국이 다 내게 되어있거든요. 그게 소파(SOFA) 협정이에요. 그 예외 협정으로 SMA를 맺어서 협상을 해서 주둔 비용 중 일부를 지원을 하는 형태로 온 것인데 또 하나 핵심은 주한미군의 인건비는 여기에 절대 포함될 수 없거든요. 근데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돈에는 내역은 공개 안됐지만 인건비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받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 교수는 한국이 새로운 형태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는 첫 번째 동맹국이라며 미-한 간 협상이 다음 협상의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는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이어 내년 초 일본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준비 중이며 이후 독일, 나토 등과도 협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교수는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할 수 만도 없다며, 협상이 틀어질 경우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변경은 물론 중거리 미사일이나 인도태평양 전략 등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