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종교 폭력 희생자의 날…“북한 기독교 신자 가혹한 처벌 대상”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7주기를 맞아 평양 주민들이 만수대 언덕 김일성, 김정일 부자 동상에 참배했다.

8월22일은 유엔이 정한 첫 번째 ‘국제 종교 폭력 희생자의 날’입니다. 전 세계에서 다른 종교를 믿거나 신앙을 부인하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온갖 폭력을 당하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유엔이 올해 처음 제정한 날인데요, 북한은 특히 기독교 신자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는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발표한 ‘2018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종교 자유와 관용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모든 종교를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의 비정부기구를 인용해, 2007년부터 2018년 초까지 북한에서 종교 박해로 인해 120명의 사망자와 90명의 행방불명자가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대사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종교 탄압이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백 대사] “North Korea is horrible on human rights and religious freedom. They’ve been a country of particular concern for years…

북한의 인권과 종교자유 상황은 매우 끔찍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수용소에 갇혀있다는 설명입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7월 국무부가 주최한 ‘종교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 연설에서, 북한이 전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로 꼽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펜스 부통령] “The North Korean regime formally demands that its officials act to in their words wipe out the seeds of Christian reactionaries…”

북한 정권이 관리들에게 반동적인 기독교 신자들을 전부 제거할 것을 공식적으로 지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당시 회의에 초청됐던 탈북민 주일룡 씨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내 친척들이 종교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잔혹하게 처형당했다면서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주일룡] “And my cousin’s whole family were executed because they were sharing gospels.”

사촌의 가족들이 성경의 복음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모두 처형당했다는 겁니다.

주 씨는 또 고모의 시아버지가 기독교인이었다는 이유로 고모와 고모의 가족 모두가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이 종교자유를 완전히 부정하면서 수령에 대한 숭배와 절대적 복종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어릴 때부터 김일성과 김정일을 숭배하도록 배웠고, 이제는 김정은까지 숭배 대상으로 포함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이런 공식 이념과 체제선전으로부터 벗어난 어떤 사상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수령에 대한 개인숭배에 이념적으로 도전한다는 이유로 기독교 전파를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기독교 신자들은 적발될 경우 고문 등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한 탈북민은 COI 보고서 작성을 위해 서울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북한은 `김일성 유일사상 국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북한은 김일성 사상 이외에는 허용하지 않거든요.

북한 법에 따르면, 북한 사상을 버리고 기독교 사상으로 나가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는 그런 법이 있어요.”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는 22일 유엔이 정한 국제 종교 폭력 희생자의 날을 맞아, 아직도 개인의 종교나 믿음을 이유로 한 비관용이나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연령대를 막론하고 주민의 거의 모든 사회활동이 조선노동당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독교 신자들은 적발되면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며, 이는 종교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등 전 세계에서 발생한 종교나 신앙을 기반으로 한 폭력 행위들은 대량학살에 해당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 기독교 탄압 감시단체인 오픈 도어즈 영국 지부는 유엔이 정한 기념일을 맞아, 북한의 노동교화소에 3년 동안 갇혔던 여성 기독교 신자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 여성은 교화소 내 위험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기도를 하고, 심지어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전도할 용기를 냈다는 겁니다.

이어 비밀 지하교회를 시작했다고 소개하며, 이들 5명은 간수들을 피해 지독한 냄새가 나는 화장실에서 모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 곳에서 이 여성은 동료들에게 성경 구절을 가르쳤고, 모두 함께 모여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소리로 찬송가를 불렀다고 전했습니다.

유엔총회는 지난 5월 28일 열린 본회의에서 매년 8월22일을 ‘국제 종교 폭력 희생자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유엔의 193개 회원국들은 이런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 방식으로 채택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폴란드 등이 공동 발의한 이 결의안은 종교와 믿음을 근거로 자행되는 폭력과 무관용 행위가 계속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