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가 지난달 발견된 북한 주민 추정 시신에 대해 ‘무연고 사체 처리 절차’를 밟기로 했습니다. 시신 인계 통지에 북한이 회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북한은 이후 처리 상황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입니다.
한국 정부가 임진강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추정 시신을 북한에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북한의 무반응으로 불발됐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4일, 북한 주민으로 보이는 시신을 인계하겠다는 대북 통지문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보냈지만 아직 회신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무연고 사체 처리’절차를 밟는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시신은 관할 지방자체단체인 파주시가 화장 절차 등을 진행한 뒤 유골을 안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 시신은 ‘북한 주민 사체 처리 지침’에 따라 통일부가 북측에 인계하도록 돼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시신 인수에 호응한 사례를 보면, 북한은 사체 인계 통지 후 보통 이틀에서 나흘 안에 회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공민증이나 유류품이 없으면 회신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17년 서해 상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추정 시신을 송환하기 위해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통보했지만 북한이 반응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북한 주민 시신 송환 문제는 북한이 회피하고 싶어하는 사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시신 인도 후 북한 내부 상황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북한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입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에서 시신을 가져와봐야 가족들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그 이후에 계속 뉴스들이 나올 것 아니에요. 북한에서 시신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가족들에게 통보하는지 이런 것들이 계속 뉴스의 초점이 될 것 같으니까...”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나우 대표는 북한이 내부 단속을 위해 주민 시신 인계 요청에 회신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관련 행태를 최근 있었던 무력시위와 대남 비난의 연장선으로 봤습니다.
[녹취: 지성호 대표] “ 김정은이 미사일을 계속 쏘고 하는 상황도 북한 주민들에게 (세울) 낯이 없는 거죠. (경제 상황이) 나아진 것도 없고, 대북 제재는 계속되고,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의 삶이 더 나아진 것도 아니고 더 어려워지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앞서 해당 시신은 지난달 31일 저녁 6시25분쯤, 임진강철교 인근 임진강에서 군 영상감시병에게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시신은 부패가 심했고 운동복으로 보이는 상의와 북한 인민군복으로 보이는 하의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또 큰 별 모양이 새겨진 벨트를 착용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과 군 당국은 폭우로 인해 떠내려 온 북한 민간인이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지난 7월 북한 매체들은 임진강 북쪽과 평안남도, 황해도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 주민 시신이 임진강으로 떠내려 온 사례는 여러 차례 있습니다.
지난 2007년 8월,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신 10여 구가 발견된 데 이어 2009년에도 북한 남자 어린이의 시신이 나왔고, 2010년에도 북한 군인과 주민으로 보이는 시신 여러 구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