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자와 잇단 미사일 발사를 감싸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북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북 핵 협상을 성공으로 포장하기 위해 동맹에 대한 위협을 무시하고 북한의 무기 개발에 정당성을 주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비현실적인 유인책 대신 유엔 결의 위반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두둔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축소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G7 기자회견]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과 그의 잠재력을 강조하고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는 약속 위반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유독 동맹국에 대해선 경제 논리를 앞세우며 날을 세워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북 관계의 교착상태가 길어지고 북한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띄우기’는 계속 이어져 워싱턴 일각에서는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1, 2차 핵위기를 거치며 북한과 “갈 데까지 가봤다”는 전직 미 외교 당국자들은 누구보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외교를 커다란 성공으로 여기면서 자칫 실패로 비쳐질 수 있는 어떤 대응도 삼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런 ‘교착상태’를 필요로 한다며 “2020년 11월 미 대통령선거 때까지 어떤 실패의 여지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 “I think President Trump considers his diplomacy with North Korea great success. And he does not want to push the process such that it could be seen as a failure. Therefore, he has to keep saying that it's going in the right direction at least through the 2020 election. So in considering at a great success, he needs to allow the stalemate to continue through November to do otherwise is to invite the prospect of failure before November 2020.”
이같은 분석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1년 넘게 이어져온 북한과의 관여를 깨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주목합니다. 이제껏 쌓아온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웬만한 도발은 인내하며 넘어가겠다는 인식으로 읽는 겁니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담당 차관대행입니다.
[녹취: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차관대행] “I think President Trump still sees an agreement with North Korea as perhaps the most significant foreign policy goal that he can accomplish in his administration. And so he is being careful not to sabotage it by overreacting to the various missile launches that North Korea is undertaking.”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합의를 그의 행정부가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 목표로 간주하고, 북한의 각종 미사일 발사에 과잉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그런 목표를 파괴하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의 비핵화가 어떻게든 가능할 것이고 상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은 헛된 희망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 “The President, in his own mind, believes that there is some prospect of denuclearization and some prospect of resolving these issues that we and others have with North Korea. And so he continues to hold out some hope. I think it's a very illusory hope that these issues can be moved in a in a positive direction.”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역량이 강화돼 가는 현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느끼는 것처럼 긍정적인 방향이 아닌 ‘악화’로 읽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끊임없이 북한 지도자를 칭찬하고 탄도미사일 발사의 심각성을 묵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북한에게 그들이 올바른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인식만 심어줄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 “A number of effects flow from this constant praise of the North Korean leader of North Korea, And this constant dismissal of the significance of things like ballistic missile launches, and that is, it has the effect of encouraging the North Koreans into thinking that they are on the right track.”
북한으로선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비핵화라는 허상을 지속적으로 흔드는 게 옳은 길일 뿐 아니라, 현재 이 게임에서 이기고 있다는 확신을 줄 위험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거래의 기술’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과 함께 ‘누구를 위한 거래인가’를 묻는 질문이 나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자신을 거래의 달인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임으로써 전임 대통령들이 하지 못했던 성과를 거뒀다고 믿지만, 그런 거래가 미국과 세계에 이로운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He thinks he's a great deal banker, and a lot of other presidents have tried to make a deal with North Korea, they haven't turned out well, He thinks he'll be able to do it. And then he can say, well look, Clinton, Obama, Bush, they all try, but I got them to the table, and he agreed to do something, and it's verifiable, whatever it is. That's how he sees himself. That's his main strength, that he's the deal maker, and he can make a deal. The real issue is, is the deal good for us and for the world? But that's a different question.”
그러면서 이런 거래에는 부작용이 따른다며 북한을 강력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만들어 역내 안정을 흔들고, 한반도 통일을 더 어렵게 만들며,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What side effects you can have is North Korea becomes a vibrant nuclear power that can destabilize the whole region there and make it more difficult to…unify the Korean peninsula. And also that enhances China's power in the region.”
트럼프 대통령이 소위 ‘거래의 기술’을 발휘해 내세운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도 현실성 없는 공허한 수사라는 비판이 우세합니다. ‘북한과 주민들의 번영’에 앞서 선행돼야 할 조건이 어차피 달성하기 어려운 비핵화이기 때문에 논할 가치조차 없다는 주장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입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If Kim Jong on actually gave up nuclear weapons, then that would certainly remove many of the sanctions and obstacles to international trade and investment, including South-North economic projects, which would benefit the North Korean economy. But Kim Jong Un is not going to give up his nuclear weapons. So the whole issue is really mute. I mean, it doesn't matter. You know, how much North Korea would benefit because Kim Jong on is not willing to do that.”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이 실제로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남북경협을 비롯해 국제 거래와 투자를 위한 많은 제재와 장애가 제거돼 북한 경제를 이롭게 하겠지만 김정은은 절대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는 아무 의미 없는 논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철도 연결 가능성 등 북한 경제 복안과 관련해, 설령 먼 미래에는 가능할지 몰라도 거기까지 가려면 수없이 많은 단계들을 거쳐야해 현재로선 추측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녹취: 녹취: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차관대행] “It’s realistic in the very long term but we are so many steps away from that. It's not very useful to speculate at the moment.”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고 있는 북한의 장밋빛 미래는 과거 북한과의 핵협상이 진행될 때마다 미 행정부에서 제시해왔던 것으로 북한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유인책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북한의 더 밝은 미래에 대한 온갖 복안은 미국이 이미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이후 모두 제시했던 것들이라며, 그 때 통하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이라고 통할 리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 “There's virtually nothing that he has said that we did not say for example, back in the Clinton administration, I was one of the architects of this effort to improve relations with North Korea back then. And we painted all sorts of bright pictures for the North Koreans to think about and contemplate if we improved relations with them…And they didn't buy it back then. And I don't think they're buying it now.”
자신이 직접 북한과의 관계 개선 노력에 참여했을 당시 북한은 이런 제안에 대해 “그림의 떡”이라는 표현을 쓰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북한은 안전과 주권을 최고 우선순위로 삼고,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콘도나 물놀이장 건설이 아닌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이라고 믿고 있다고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 “For the North Koreans, the most important thing is security, is their sovereignty, is their independence. And to preserve all of those things, they believe that it's necessary for them to have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That's the number one priority for them to survive as a regime. They're not going to survive as a regime in their minds by building condos in one song or building water parks. They were going to survive as a regime by building the insurance policy that they feel is necessary to preserve their regime, and that consists of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이들 전직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은 북한 미사일이 미국은 아닐지라도 한국에 대한 위협을 높인다는 보다 강한 입장을 밝히고,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 기술 사용 문제를 안보리에서 논의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취해야 할 초기 조치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녹취: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차관대행] “I would like to see just a little more reaction from the US administration to the fact that these tests increase the threat that North Korea poses not to the United States, but to the Republic of Korea. It would be good for him to take a somewhat stronger stand on that. But also, for example, discussing this in the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since such launches, using any ballistic missile technology, violat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 연구원은 단거리라도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며, 이 점을 지적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옳고 트럼프 대통령은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