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오늘(2일)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왕 부장은 사흘 일정의 방북 기간 리용호 외무상과 회담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으로 2일 방북해 사흘간 머물며 리 외무상과 회담 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30일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지난달 31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은 양국이 최고 지도자들의 공동 인식을 실현하고 양자 관계 발전을 위한 중요한 후속 행동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올해가 양국 수교 70주년이고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양국은 새로운 역사적인 시기를 맞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왕 부장은 방북 기간 리용호 외무상과의 회담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다음 달 방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다음 달 1일 베이징에서는 건국 70주년 기념행사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이 예정돼 있습니다. 6일은 북-중 수교 70주년입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중 양국의 전방위적 고위급 교류가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북-중 혈맹관계 과시가 미국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북-중 간 우호 혈맹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제스처가 될 수 있어요. 지금 북한은 실무회담보다는 이것을 건너뛰고 연내에 3차 북-미 정상회담 쪽으로 초점을 맞춰가는 느낌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를 압박해야 하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북-중 혈맹 관계를 보여주고 또 그것은 지난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종의 새로운 길의 가능성도 포함해서 함의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박 교수는 다만 중국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 속에 미-북 비핵화 협상 답보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은 방중 결정 이전까지 북-중 사이의 경제 원조, 군사안보와 전략적 협력에 관한 조율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중 간 이뤄지는 여러 논의 가운데 만족할 만한 성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고 북한이 판단한다면 다른 인물이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또 북한과 중국 모두 미국과의 관계를 놓고 봤을 때 관계 강화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미국으로부터 전방위적인 전략적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동북아 지역 전략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자국에 손해가 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역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북-중 간의 지금 보이는 외교적, 또 지난달에 있었던 군사 안보적 협력은 매우 자연스럽고 양국의 이익이 공유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북-중 간 논의가 강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양국 모두 필요 이상으로 미국을 자극하거나 미국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데 대해 조심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방중 성사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습니다.
반면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북-중 밀월에 대해 이제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놓고 협력했던 미-중 관계는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됐다는 겁니다.
[녹취: 이성현 센터장] “이제 중국은 미국한테 메시지를 주고 안 주고를 신경 쓰는 상황도 지났어요. 왜냐하면 이전에는 중국이 북 핵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에 봐라, 그게 6월 20일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까지였는데 그 뒤로 미-중 관계가 지금 계속 악화되고 있죠? 그리고 이게 금방 해결될 조짐이 안 보이고 있죠. 미국도 중국도 이게 중장기적인 갈등 구조로 간다는 것을 사실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센터장은 따라서 중국이 북한을 같은 사회주의 국가, 미국과 대결 구도를 가진 동질적인 국가로서 자신의 편에 묶어두려는 전략적 구도로 접근하고 있다며, 북-중 교류 심화는 향후 중장기적인 양국 관계의 특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