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외부 세계 문화와 정보에 관심 큰 북한 청년 세대

  • 최원기

지난 3월 북한 평양의 지하철역에 게시된 로동신문을 학생이 읽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지난 28일은 북한의 ‘청년절’이었습니다. 북한에는 부모들과 다른 성향의 ‘장마당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달 28일은 북한의 청춘 남녀를 위한 ‘청년절’ 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날 평양과 지방에 당 간부들을 보내 청년절을 축하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최룡해 동지는 대학의 여러 곳을 돌려보고 이곳 학생청년들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특히 방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주의 사회주의청년동맹’에 남다른 관심을보이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다시 북한 `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노래 ‘청춘송가’는 경애하는 원수님이 2016년 8월28일 보내주신 노래입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청년조직인 ‘청년동맹’은 5백만여 명의 청년, 학생이 의무적으로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동신문'과 `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는 노동당과 수령에 충성을 다하는 청년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살다가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들은 북한 젊은이들이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체제에 불만이 많다고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불만은 오랜 군 복무입니다. 북한 젊은이들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19세에 군대에 들어가 10년을 복무해야 하는데, 이는 징병제를 채택한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긴 복무 기간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북한이 119만명 정규군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중 80만명 이상이 청년집단입니다. 이들은 사회에서는 장마당에서 기대서 살지만 군에서는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는 가장 큰 목적은 노동당에 입당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당 간부 아들들은 입당이 잘 되지만 돈 없고 힘 없는 노동자, 농민의 자식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인민군의 부실한 식량 배급도 젊은 병사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규정대로 하면 병사들은 하루 7백 그램 이상의 쌀을 배급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군은 하루 4백 그램의 강냉이를 배급 받는 게 고작입니다.

젊은이들의 또 다른 불만은 ‘무리 배치’입니다. 북한 당국은 군 복무를 마친 젊은이들을 탄광이나 농장에 강제로 배치합니다. 따라서 청년들은 본인의 적성이나 능력과는 관계없이 당국이 배치해 준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야 합니다.

성분 문제도 젊은이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체 주민을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 등 3계 계층 51개 부류로 나눠놨습니다. 따라서 출신성분이 나쁜 젊은이는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잘 해도 대학에 가거나 좋은 직장에 갈 수 없습니다.

평안북도에 살다가 2012년에 한국으로 탈북한 설송아 씨는 북한 당국의 지속적인 사상교육도 젊은이들을 괴롭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설송아] ”너무 쓸데없는 사상교육이 많다, MP3 들으면서 춤을 춰야겠는데 정치행사 나오라고 하니까, 이런 게 밥이 나오나…”

나이 든 탈북자들은 2000년대 북한 젊은이들은 과거 70-80년대 젊은이들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노동당이 하라는 대로 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당 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긴다는 것입니다.

인민군에서 복무하다 2009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권효진 씨의 말입니다.

[녹취: 권효진] “탈영병도 많고, 군 복무 자체가 자기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10년 동안 내가 장사를 하면 얼마를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인생을 소모한다고 생각하죠”

전문가들이 ‘장마당 세대’라고 부르는 북한의 신세대는 1980-90년대에 태어나 청소년 시절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은 이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자신들과 부모 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당에 대한 충성심이라고 말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살다가 지난 2008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백화성 씨입니다.

[녹취: 백화성] “80년대부터 경제난에 허덕였는데, 거기에 민첩한 10대-20대가 바로 저희들이었고, 국가나 수령에 대한 불만도 저희들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장마당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외부 세계의 문화와 정보에 익숙하다는 겁니다. 탈북자 설송아 씨는 북한 젊은 세대들이 VOA와 RFA방송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설송아] “주민들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들이 VOA로는 기억 못하고 ‘미국의 소리 방송’ ‘자유아시아 방송’을 많이 듣고, 젊은 세대들이 VOA 방송 종목이 많아서 많이 듣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마당 세대는 북한에서 컴퓨터와 손전화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자주 사용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2012년을 전후로 손전화기를 본격 보급했는데, 당시 돈이 있던 장마당 상인과 젊은층이 주로 손전화기를 구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는 100 달러 이상의 휴대전화가 600만대 가량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휴대전화를 보유한 청년들의 숫자에 대한 별도의 통계는 없지만, 상당수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장마당 세대와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는 아직 분명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탈북자 설송아 씨는 집권 초기 젊은 세대들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큰 기대를 했지만 이제는 기대를 접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설송아] ”죄인들을 다 풀어주지 않았습니까, 김정은 집권 이후에, 2012년에, 그래서 김일성, 김정일과 다른 정치특징이 젊은이들에게 많이 먹히고 그랬는데, 지금은 변한 게 없고, 오히려 청년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그래서 도루묵이 된 것이죠.”

북한 사회의 ‘허리’로 등장한 청년세대가 북한의 변혁을 이끌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