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정부 시위대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오늘(3일) 보도한 녹취에 따르면 람 장관은 “행정수반으로서 홍콩에 이런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자책하면서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깊이 사과하고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람 장관이 최근 홍콩 경제인들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람 장관은 자신이 행정장관직을 그만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 본토에 대한 홍콩인의 두려움과 분노가 이렇게 큰지 알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송환법(범죄인 인도조례 개정안)을 추진한 것은 결론적으로 매우 어리석었다”고 말했습니다.
홍콩 주요 매체들은 이 같은 녹취록 내용을 오늘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람 장관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람 장관은 회견에서 “지극히 사적인 자리에서 이뤄진 (개인적인) 발언”이었다고 해명한 뒤 “(중국 정부와) 사퇴를 공식 논의하는 방안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완전 철회, 람 장관 사퇴와 직선제 실시, 체포된 시위대 석방과 불기소, 시위 강경 진압 진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취소 등 ‘5대 요구사항’을 내걸고 지난 6월 이래 13주 이상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서는 홍콩 시내 주요 중·고·대학생들이 수업 거부로 동참하면서 ‘동맹휴업· 총파업· 철시’ 등 ‘3파 투쟁’을 전개하는 중입니다.
그동안 람 행정장관은 수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대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면에서 공식 입장과 다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 것은 이번 녹취록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람 장관은 대규모 시위의 근본 원인인 ‘송환법’을 완전 철회하게 해달라는 보고서를 중국 정부에 제출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지난달 말 보도됐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