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단체들 “중국의 전자식 검문검색으로 탈북 경로 큰 타격”

중국 베이징에서 공안이 버스 승객들을 검문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당국이 최근 중국 내 대중교통 이용자의 신분증 검사를 대폭 강화하면서 탈북민들의 동남아시아행 탈출 경로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 지원단체들은 지난 두 달 동안 2~300여 명이 체포돼 중개인들이 이동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에서 탈북민들의 한국행을 지원하는 4개 단체 관계자들은 9일 VOA에, 중국을 종단해 동남아시아로 가는 탈출 경로가 두 달 전부터 얼어붙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공안 당국이 전국적으로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 승객들의 신분증을 모두 판형컴퓨터(태블릿) 등을 통해 일일이 확인하면서, 주요 이동 경로가 막혔다는 겁니다.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가 사흘 전 촬영했다며 VOA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공안요원들이 IC 칩이 내장된 버스 승객들의 신분증을 태블릿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과거에는 그냥 대충 올라와서 한 두 명 검사하기도 하고 어쩌다 한 번씩 한 것이지 지금처럼 이렇게 공안들이 올라와서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다 신분증을 대조하고. 지금은 가짜 신분증을 갖고는 거의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지난 5~6월 전까지만 해도 탈북민들이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동남아시아 국가 접경까지 이동했지만, 공안 당국이 전자기기로 IC칩이 담긴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탈출이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김 목사는 지난 두 달 동안 이 단체와 연계된 중개인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적어도 200명의 탈북민이 체포됐다며, 선양과 쿤밍, 난닝 등 도시도 다양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갈렙선교회와 관여된 사람들이 한 달에 못 해도 30~40명은 동남아로 탈출을 시켰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두 달 동안 5명밖에 못했습니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A 단체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공안 정국과 같다”며 “체포돼 구금된 주요 지역의 탈북민이 300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봄에 탈북 중개조직 관계자들이 많이 체포돼 1차 타격을 받았고, 최근에는 주요 이동 경로의 검문검색이 대폭 강화되면서 2차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B 단체 관계자는 버스 운전자에게 뇌물을 주면서 지역과 지역을 연계해 탈북자들을 이동시켰는데, 공안의 전자기기 검문검색으로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움직임이 탈북민 만을 겨냥한 단속보다는 지난 6월의 북-중 정상회담, 홍콩 민주화 사태의 파장 차단, 다음달 신중국 수립 70주년을 맞아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복합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복합적인 게 있는 것으로 압니다. 시진핑이 평양 방문을 통해 북한과 서로 서약한 게 있고요. 홍콩 민주화 시위. 어느 한 쪽에 이런 게 일어나면 중국은 내부 자국민을 단속할 수밖에 없는, 공산주의는 항상 그게 따라갑니다.”

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면서 관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A 단체 관계자는 이런 상황 때문에 중국 내 여러 안가에 10~20명의 탈북민들이 움직이지 못한 채 3주 이상 머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출 비용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중교통 수단의 검문을 피하려면 적어도 차량 두 대를 활용해 앞차는 길잡이, 뒤차는 탈북민을 싣고 움직여야 하는데, 이렇게 중국 내륙을 종단하려면 연료비를 포함해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겁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조력자가 받는 액수는 1인당 1천 달러 정도”라며, “소수 탈북민의 장거리 이동을 위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행동을 할 중개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단체 관계자들은 탈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비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연길이나 선양에서 동남아 지역까지 2~3천 달러, 북-중 접경 지역 출발은 5~6천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에서 가족을 데려오려는 한국 내 탈북민들의 심적 고통이 크다는 겁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지난 6월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최근 북한 정부와 공조해 탈북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Information suggests China may have recently strengthened the search for North Korean escapees in collaboration with the government of North Korea.”

퀸타나 보고관은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유엔난민협약에 따라 국제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탈북민들은 불법 경로를 통해 입국해 중국법을 훼손한 불법 이주민들이라며 체포와 강제북송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입국 현황에 따르면 탈북민은 지난 2001년 1천 46명을 기록한 뒤 2009년에는 2천 914명까지 입국했지만, 지난 2년 동안은 1천 100명대에 머물렀습니다.

올해는 지난 6월 현재 여성 471명, 남성 75명 등546명이 입국했다고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한국의 대북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감시카메라 등 여러 기기를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을 무차별 감시하는 중국 정부의 행태에 대해 인권단체들도 규탄 목소리를 더 높일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인권단체들도 예의주시 하면서 중국이 전 세계적인 초감시 사회로 가는 문제, 감시와 검열, 탄압, 체포, 구금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 같이 목소리를 내며 압박하고 요구하고 비판해야 할 문제가 됐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