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셔먼 미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북 핵 제한적 보유 추정 ‘빅 딜’ 현실적…한-일 갈등, 미국에 피해 막중”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브래드 셔먼 의원은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타개 방안으로 북한의 일부 핵무기 보유 추정 하의 ‘빅 딜’을 제안했습니다.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학물질 수출 규제 조치에 당혹스럽다며, 양국 갈등은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셔먼 위원장을 이조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미-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는데요. 전망이 어떻습니까?

셔먼 위원장) 갈 곳을 잃은 것 같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이 없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미 어느 정도 승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은 각성해야 합니다. 북한 영변 핵 시설에 있는 원심분리기는 매일 켜져 있고, 북한은 매일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더 위험해졌습니다.

기자)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실험 중단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셔먼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대북 제재를 약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브로맨스’를 지속하는 한 우리는 대북 제재를 진지하게 집행하거나 강화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확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지속하고, 장거리 미사일 실험은 이미 충분히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입지는 하루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습니다. 저는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하나라도 폐기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우리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 즉 CVID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늘 CVID는 어떤 상황에서도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기자) CVID라는 미국의 목표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철저한 감시 하에 일부 핵 보유를 용인하는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해오셨는데요. 미국이 협상 교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셔먼 위원장) 합의는 ‘빅 딜’을 해야 하지만, 여기에는 북한이 최소한 수십 년 간 철저한 감시 하에, 철저하게 제한된 수의 핵무기를 유지할 것이라는 추정이 동반돼야 합니다. 이런 목표를 향한다면,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CVID 이하’는 패배라는 상황을 조성하는 한, 이 게임을 끝낼 수는 없을 겁니다. 볼튼 전 백악관 보좌관의 퇴장은 미-북 협상에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기자)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방안을 주장해왔는데요.

셔먼 위원장) 그것도 문제입니다. 독재정권에 대한 부분적 제재 완화는 ‘완전한 조건부 항복(완전한 제재 완화)’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가령 김정은은 재선이 필요 없기 때문에 미국과 합의를 도출하면 북한 경제가 2% 좋아질 수 있다는 식으로 주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이 김정은에게 괜찮은 수준으로만 제재를 완화한다면, 그는 그 이상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주변에 있는 일부 인사들에게 사치품을 제공할 수 있는 정도라면 괜찮다고 생각할 겁니다. 부분적 제재 완화로는 미국이 원하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기자) 미-북 협상 교착과 동시에 한-일 관계도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을 어떻게 보십니까?

셔먼 위원장) 미국에 정말 안 좋습니다. 서로 방위 협력을 하지 않을 두 나라를 미국이 방어해야 한다는 건 미국에게 매우 부당하다고 봅니다. 왜 미국이 열등한 방어 태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건가요? 일본과 한국이 잘 지낼 수 없다는 이유로 미국이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건데, 미국에 부당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양국 갈등의 교착 상태에 좌절감을 느낍니다. 물론,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은 우리가 한 결정이기 때문에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지 이 상황이 짜증스럽습니다.

기자) 미국은 어떤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셔먼 위원장) 얼마 전 국무부 고위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국무부는 한-일 갈등 중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본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국무부는 한-일 양측에 서로 잘 지낼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하원 외교위도 얼마 전 양국에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고위 당국자 간 회담을 통한 그런 식의 미국의 중재는 더더욱 없을 겁니다.

기자) 국무부는 왜 중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겁니까?

셔먼 위원장) 두 가지 사안을 얘기했습니다. 먼저, 국무부는 효과적인 중재자가 될 수 없다고 본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국무부뿐 아니라, 제가 전반적으로 이해하기로는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한 한국의 화학물질 문제는 한국이 잘 다루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본은 이런 특정 화학물질 문제를 굉장히 잘 다루고 있는데, 한국도 조금 더 잘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관리 등급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는데, 일본이 한국의 이 화학물질에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해 당황스럽습니다. 일본의 조치를 정당화하려면, 이 화학물질이 아니라 이 물질로 만들어지는 전자기기 관리 같은 문제를 건드리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습니다.

기자) 국무부는 한-일 갈등 중재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는데, 같은 입장이십니까?

셔먼 위원장) 궁극적으로 미국은 이 문제를 견디거나, 양국에 ‘두 나라가 자국 방어에 공조할 수 없다면, 미국도 그들과 공조할 수 없다’고 말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할 겁니다. 현재 세계 구조는 자국 방어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듯한 나라들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 납세자들이 금고를 열고 희생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양상입니다. 우리는 미-한-일 3국이 역내 전역방어에 완전히 공조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브래드 셔먼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 위원장으로부터 미-북 비핵화 협상과 한-일 갈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