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비판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이를 계기로 대북 제재 완화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북 핵 문제에 대한 볼튼 전 보좌관의 `리비아 방식’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문제 접근방식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To say that we are going to basically handle North Korea the way we handled Gaddafi, I would think it would be pretty offensive to North Koreans at the moment the president was trying to schedule the summit in Singapore. So I think it’s on the president's mind because it was so egregious."
국가원수였던 무아마르 가다피가 반군에 의해 살해당하는 최후를 맞이한 리비아의 ‘비핵화’ 방식을 북한에 적용한다는 발언 자체가 북한 정권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 핵 폐기, 후 보상’을 뜻하는 ‘리비아식 비핵화’를 주장한 볼튼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매우 불쾌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일을 잊지 않고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1년도 넘게 지난 ‘리비아 모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적 발언은 지난 과정들에 대한 결과 평가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볼튼 전 보좌관과 리비아 모델을 동시에 비판한 것은 다분히 김정은 위원장을 의식한 발언으로 분석했습니다.
미-북 협상을 이어가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는 겁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Almost every time President Trump speaks about North Korea, he is trying to protect his relationship with Kim Jong-un, and so it’s likely his criticism of John Bolton was probably designed to influence Kim Jong-un, which of course is a double-edged sword, because Kim Jong-un may be taking credit in his mind for the ouster of John Bolton.”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계획된 발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볼튼 전 보좌관을 계속 비난해 온 김정은 정권이 스스로의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빌미를 줘,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비아 모델’ 비판은 미국의 입장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리비아식 해법’은 북한에 정치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처음부터 적용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아와 달리 북한의 비핵화는 시설의 규모 면에서 더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는 겁니다.
자누지 대표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용성’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자누지 대표] “Only a step by step approach is possible. All at once is physically not possible. Libya had no facilities to dismantle...just pieces parts. DPRK will take years, no matter what. But yes...it signals a nod to practicality. The Libya model was NEVER viable for DPRK..either politically, or physically.”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북 제재 완화보다는 볼튼 전 보좌관을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비핵화 이행 요구 조건을 완화하도록 밀어붙이면 미국이 수용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북한에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Trump's Libya remarks seem to have been primarily aimed at criticizing a now-departed member of this team. North Korea is no doubt pleased to have heard the criticism. Pyongyang is now probably quite hopeful that its effort to force the United States to unilaterally ease its demands will succeed.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통해 구축한 북한과의 외교 활동이 위기에 처한 데 대한 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좀 더 유연하게 임할 것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