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자동차에서 요트까지”…끊이지 않는 북한의 불법 사치품 수입

지난 2016년 5월 평양 인민문화궁전 앞에 고위 관리들을 위한 독일산 벤츠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인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유엔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빠지지 않고 지적된 부문은 북한의 ‘불법 사치품 수입’입니다. 북한은 벤츠와 롤스로이스 등 고급 자동차와 함께 고급 와인과 일본 사케, 보드카 등 주류를 집중적으로 수입해 왔습니다. 지난 8년 동안 제출된 보고서에 나타난 북한의 불법 사치품 수입 현황을 오택성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인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는 모두 10개입니다.

이 가운데 2017년 제출된 중간 보고서를 제외한 9개의 보고서는 모두 북한의 불법 사치품 수입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가장 최근 보고서인 2019년 중간보고서는 이달 초 공개됐는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리무진의 불법 수입 사례를 명시했습니다.

미국 민간단체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이 차량은 대당 가격이 5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이 외에도 메르세데스 벤츠 S-600과 토요타의 랜드크루저가 북한에 불법 수입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고급 차량 불법 수입은 2012년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보고서에 등장합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 나온 2012년 보고서는 가장 많은 불법 자동차 수입 사례를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08년과 2009년 각각 한국을 통해 들여온 중고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 3대와,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중고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 3대 등 북한이 총 6대의 벤츠 차량을 수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벤츠뿐 아니라 렉서스 차량 한 대와 GMC사의 ‘사파리’ 한 대도 들여왔다고 전문가 패널은 지적했습니다.

2015년 공개된 보고서는 2012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 메르세데스 벤츠 컨버전 2대가, 2013년과 2014년 열병식에서는 제3국에서 개조된 메르세데스 풀만 리무진 2대가 목격됐다며 이는 모두 불법으로 수입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벤츠 외에도 영국의 최고급 차량 롤스로이스도 불법 수입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2019년 보고서를 통해 롤스로이스 팬텀 리무진이 불법 수입된 정황을 공개했습니다.

이 차량은 2018년 10월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오 장관과 만날 때 공개됐는데 롤스로이스 측은 이 차량은 2012년에서 2017년 사이에 생산된 7세대 차량 중 하나라고 확인했습니다.

북한은 롤스로이스 팬텀 외에도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들여오려고 시도했지만, 방글라데시 세관이 2017년 압류해 결국 무산됐습니다.

고급 차량 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품목은 ‘주류’입니다.

전문가 패널이 밝힌 북한의 불법 주류 수입은 연도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북한은 러시아산 보드카 9만 병을 들여오려다 세관에 적발됐고 2018년 11월엔 벨라루스산 보드카 1만 5천6백 병을 수입하려다가 적발돼 모두 압류됐습니다.

2016년과 2017년 사이엔 독일, 이탈리아, 불가리아, 칠레 등 여러 나라로부터 고급 와인을 집중적으로 수입했습니다.

이에 앞선 2008년엔 고급 일본 사케를 불법으로 들여왔습니다.

눈에 띄는 사치품은 2013년에 개장한 마식령 스키장과 관련해 반입한 품목입니다.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 개장 이후 다음 해인 2014년부터 관련 사치품을 들여왔는데, 이탈리아, 캐나다, 오스트리아, 중국 등으로부터 제설기와 케이블카, 스노우 모빌 등을 수입했습니다.

단일 품목으로 가장 값비싼 사치품은 요트로, 영국제 요트인 ‘프린세스 95MY’입니다.

전문가 패널은 이 요트가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제조된 모델로 전 세계에서 총 21대 밖에 팔리지 않았다며 4백만 달러에서 최대 6백만 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이 외에도 피아노와 담배, 컴퓨터 등의 품목도 불법으로 북한에 수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교수는 이 같은 사치품들이 북한 내 소수 계층만을 위해 수입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re's 1% in North Korea that are pretty rich, and they would be wanting to luxury goods, they would go to them, I suppose, you know, they should be importing medicines you know and other things they really need.”

이는 결국 1%의 북한 최상류층에게만 돌아가는 만큼, 의약품처럼 일반 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다른 품목들이 유입돼야 한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각 나라가 사치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며 사치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것도 주요한 쟁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re's always been a major core all over the luxurious good just to how to define them. So every country define them differently.”

실제로 전문가 패널은 마식령 스키장과 관련해 리프트 기기를 사치품으로 규정한 반면, 중국은 스키는 대중적인 레포츠인만큼 리프트 등의 장비는 결의에 위반되는 사치품목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북-중 접경 지역을 통해 북한에 흘러 들어가는 사치품들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글레이저 연구원] “I think there has been a lot of leakage in luxury goods that are probably driven over the border from China. That's an area where China has never been in real compliance. There are other areas of luxury goods, wine, liquor that probably get across border easily.”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북-중 접경 지역에서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와인 등의 사치품이 쉽게 거래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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