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소극적 대응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세계원로정치인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는 단거리 미사일도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의 의미를 축소한 것과 관련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The apparent lack of concern is really worrying. It’s clearly politically downplayed. Actually these are real. These are missiles, which are landing. And it’s very serious."
전직 국가 수장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의 회장을 맡고 있는 로빈슨 전 대통령은 26일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런 반응은 명백히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이뤄진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평범한’ 실험이라며 문제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 실험은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단거리 미사일도 ‘실재하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로빈슨 전 대통령은 또 미국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하고도 비준하지 않고 있는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We note with alarm for instance reports that the Trump Administration is considering revoking the US signature to the 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
트럼프 행정부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의 서명 철회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불안한 마음으로 주목하고 있다는 겁니다.
모든 종류의 핵실험을 금지하기 위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은 1996년 유엔에서 채택됐고, 현재 1백84개국이 서명했고 1백68개국이 비준했습니다.
하지만 이 조약은 발효를 위해 반드시 비준해야 하는 원자력 능력 보유국 44개국 중에 미국과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 이란, 이집트 등 8개국이 비준하지 않고 있어 아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로빈슨 전 대통령은 미국이 서명을 철회하면, ‘무조건’ 불법으로 여겨져야 할 핵 실험이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Revoking the US signature to this treaty will send aworrying signal to the rest of the world that nuclear testing may no longer be an unconditionally illegal act and would undermine an essential tool for the monitoring of nuclear activity in the DPRK and elsewhere in the world.”
그럴 경우 북한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는 핵 관련 활동을 감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로빈슨 전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폐기한 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는 계기로 삼을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We believe it would be very dangerous for the US to use the end of the INF treaty to deploy intermediate range missiles in Asia, which could risk fueling an arms race involving China, India and Pakistan in the worst case scenarios.”
로빈슨 전 대통령은 아시아에 미국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면 최악의 경우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들 간의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디 엘더스’는 지난 2007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전 대통령이 평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창립한 단체로 로빈슨 전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전직 수반급 원로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에는 로빈슨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엘더스 회원 4명이 북한을 방문해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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