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한마라톤’ 다큐멘타리 그로겔 감독] “외국 선수들, 야외 훈련 못해 호텔 복도에서 달려”

IOC ‘올림픽 채널’이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를 배경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북한에서 달리다(Running in North Korea)’를 공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의 ‘올림픽 채널’이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를 배경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 공개했습니다. 다큐멘터리 ‘북한에서 달리다(Running in North Korea)’를 제작한 그렉 그로겔 감독은 1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6개월 동안 진행한 사전 회의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구체적 일정과 동선 등을 허가 받아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무인기(드론) 카메라 사용 등 몇 가지 제안은 거절 당했다고 전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그로겔 감독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어떤 계기로 북한의 마라톤을 소재로 선택하셨나요?

그렉 그로겔 감독.

그로겔 감독) 북한 마라톤 대회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각국 선수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소외된 국가가 개최하는 대회에 참여하는 모습이 신선하더군요. 사실 2017년 기획 당시에는 북한이 허락하지 않아 무산됐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참가한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렸죠. 북한이 올림픽위원회 IOC와 소통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해 9월, 다시 북한에 마라톤 대회 기획 아이디어를 전달했고 한 달 만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기자) 극도로 폐쇄한 나라인 북한을 렌즈로 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북한은 어떻게 협조했습니까?

그로겔 감독) 6개월간 북한 측과 전화 연락을 주고 받으며 사전 제작 준비를 했습니다. 북한 측 파트너는 조선올림픽위원회의 오철민 사무국장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주인공 선수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구체적인 동선 등을 미리 허가받아야 했습니다. 단독 행위가 일절 허락되지 않았는데,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런 상황을 잘 볼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주인공 가운데 한 선수가 호텔 밖을 나가지 못해 호텔 복도를 뛰며 연습하는 장면입니다. 또 북한 측에 드론 카메라로 촬영하겠다고 요청했는데 허가 받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북한 측에서 '이런 모습을 좀 담아줄 수 있냐?'고 한 것도 있어요.

기자) 주인공들이 과자 공장을 방문한 장면은 직접 기획하신 건가요?

그로겔 감독) 아닙니다. 북한 측 제안이었어요. 저희가 북한에 제안한 것들은 트레이닝 시설 방문 등 북한에서 운동 선수로 사는 삶을 최대한 느껴보기 위한 것들이었어요. 가능한 많은 북한인 운동 선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을 포함해서요. 그랬더니 북한이 ‘과자 공장’을 데리고 가더군요. 저희 다큐멘터리 내용에서 다소 벗어나지만, 북한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해 담았습니다.

기자) 당초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미국인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로겔 감독) 국무부에서 결국 저희의 방북 목적이 지금으로서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저희의 북한 방문 비자 신청을 거절한 것이죠. 미국인 선수와 제작 인원 한 명, 그리고 제가 방북하지 못하게 된 건 저희가 겪어야 했던 마지막 난관이었습니다. 주인공인 영국과 스웨덴 출신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포함해 프랑스, 이탈리아, 뉴질랜드, 크로아티아까지 다양한 국적자들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기자) 그럼 현장에 직접 들어가진 못하신 건데 제작 상황은 어떻게 점검하셨습니까?

그로겔 감독) 저희 제작팀 옆에 늘 붙어 있던 북한인이 있었어요. 그 사람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체크했죠. 중요한 건 다큐멘터리 주인공들, 제작팀들이 극심한 외로움을 느꼈다는 거에요. 요즘 현대인들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한시도 바깥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때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예외였죠. 바깥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모두에게 가장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기자) 이번 다큐멘터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길 바라십니까?

그로겔 감독) 다른 배경, 다른 국가의 국민을 연결하는 스포츠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스포츠는 모두가 나눌 수 있는 공용어라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마지막은 평양의 한 야외 농구장에서 다른 언어와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농구 시합을 하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그 곳이 뉴욕일 수도, 파리일 수도 있는 겁니다. '다름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스포츠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기자) 북한을 소재로 또 다른 제작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로겔 감독) 지금 당장 계획은 없지만 기회들은 있다고 봅니다. 계속해 탐구해 볼 생각이고요. 그 가운데 하나가 ‘2020 도쿄올림픽’ 과 관련한 건데요. 분명 북한인 가운데 메달리스트가 있을 수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 보고 싶습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IOC 올림픽 채널의 다큐멘터리 ‘북한에서 달리다(Running in North Korea)’를 제작한 그렉 그로겔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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