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발사한 고체연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의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개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워싱턴의 미사일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또 이 기술을 바탕으로 북한이 지상에서 중거리 미사일 실험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을 김영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신형 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어떤 특징들을 보셨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사진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과거에 북한이 실험했던 SLBM보다 크다는 겁니다. 거기서 알 수 있는 점은, 아마도 더 먼 거리를 날 수 있다는 것과, 아마도 2단계 이상의 미사일일 것이라는 겁니다. 북한이 기술 면에서 한발짝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더 무겁고 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사진을 보시기 전에 예상하셨던 것과 많이 달랐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새로운 SLBM을 실험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이 실험해 온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죠. 주로 단거리용으로, 군사 움직임에 맞춰서 이용되는 전술 무기로 불리는 것들이었죠. 그래서 조금 놀랐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관련해서는 늘 놀랄 준비가 돼 있어야 하니까요.
기자) 설계 측면에서 기존의 북극성 1형 그리고 2형과는 어떻게 다른 것으로 보십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몇 달 전 북한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새로운, 큰 잠수함 건조 모습을 공개했었죠. 이번 미사일은 그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잠수함에서 쏠 수 있는 미사일의 사거리에 제한이 있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사거리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매우 짧을 수 있고요. 제가 아는 가장 짧은 건 인도가 잠수함에 탑재한 겁니다. 700 킬로미터 사거리로 알고 있고요. 아니면 다단계 ICBM까지도 실을 수 있습니다. 미국 잠수함이 발사한 트라이던트 2가 그렇죠. 탄도미사일은 몇천 킬로미터도 날 수 있으니까요.
기자) 그렇다면 이번에 북한이 쏜 미사일은 우리가 흔히 정의 내리는 SLBM의 범주에 들어가나요?
윌리엄스 부국장) SLBM을 정의 내리는 특징은 잠수함에서 발사됐느냐 아니냐 하는 것 뿐입니다. 사거리를 놓고 SLBM을 규정하지는 않죠. 만약 북한의 지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이라면, 우리는 사거리를 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위협을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수중에서 발사하는 것이니까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고 어디에서든 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SLBM의 경우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위협을 받는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기자)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의 한계도 있을텐데요?
윌리엄스 부국장) 가장 제한적인 요소는 바로 잠수함입니다. 미사일이 무엇을 위협할 수 있는지는 잠수함의 성능에 달렸으니까요. 적의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조용한 잠수함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중국도 그런 잠수함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되고요. 소음이 심해서 쉽게 탐지되는 잠수함, 그게 이번 미사일의 위협을 어느 정도 상쇄시키고 있습니다.
기자) 이런 SLBM 기술 개발이 향후 ICBM의 기술 진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고체연료 다단계 미사일을 실험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고체 연료 미사일은 액체 연료 미사일보다 더 빠르게 발사될 수 있어 더 큰 위협으로 간주됩니다. 액체연료는 주입하는 데만 몇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는 동안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고체 연료 미사일은 단거리에 1단계 미사일이었고 비교적 낮은 고도로 날았습니다. 그런데 고체 연료를 사용하고 미사일 각 단계를 분리시키는 기술과 노하우는 북한의 최종목표인 고체연료 ICBM에 직접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2017년에 실험한 ICBM은 고체연료가 아니었단 말씀이시죠?
윌리엄스 부국장) 그건 액체 연료였죠. 그러니까 올해 들어서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급격히 옮긴 겁니다. 새로운 진전입니다. 많은 의구심을 낳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어떻게 고체연료 사용에 이렇게 능숙하게 됐는가 하는 것이죠. 그리고 어디서 고체연료를 얻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도요. 고체연료는 제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기자) 북한이 이런 미사일을 만드는데 다른 나라의 기술을 들여온다고 보십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단정지어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다른 나라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이 됐든, 아니면, 어디선가 전문가를 들여왔던 말이죠.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한 건 미사일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겁니다. 북한이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과소평가하는게 아닙니다. 저는 북한이 충분히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했지, 하고 놀라게 만듭니다.
기자) 어느 나라가 이런 수준의 미사일 기술을 갖췄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중국과 러시아, 미국, 프랑스, 영국이 있습니다. 인도도 SLBM에 관해서는 다른 나라에는 못 미치지만 어느 정도의 기술이 있습니다. 많지 않은 나라들이죠.
기자)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남은 부분은 뭐가 있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고체연료 ICBM을 보유하는 겁니다. 거기에 도달하면 아마 만족을 하겠죠. 하지만, 미사일 역량을 증진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그들이 핵무기를 탑재하기 위해 미사일의 공간을 키운다거나, 핵탄두 소형화를 추진하는 걸 우리는 봐왔죠. 또 명중률을 높이려고 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북한의 새 단거리 탄도 미사일 KN-23이 그 예인데요. 재래식 무기와 함께 군사 목표물에 단거리 미사일이 제대로 타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겁니다. 기존의 스커드 미사일은 명중률이 떨어져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테러 무기로 사용돼 한국이나 일본의 도시들을 공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게 전쟁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만약 공군 기지를 제대로 타격할 수 있다면, 그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앞으로도 SLBM 발사 실험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네. 북한은 계속해서 실험할 겁니다. SLBM의 운명은 잠수함의 운명과 연계돼 있습니다. 잠수함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우리가 본 이 새로운 미사일, 북극성 3형을 지상에 배치해 실험한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겁니다. 북극성 1형 때 꼭 그렇게 했으니까요.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으로부터 북한이 최근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발사 장면을 토대로 미사일의 역량과 잠재적 위협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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