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아 전 세계 26번째 심각...어린이 19% 발육부진”

지난 2011년 10월 황해남도 해주의 한 병원에 영양실조로 입원한 어린이들. (자료사진)

북한의 기아 수준이 전 세계에서 26번째로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민 절반이 영양결핍, 어린이 5명 중 1명은 발육부진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유엔과 비정부기구들의 최신 보고서 내용을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기아 수준이 전 세계에서 26번째로 나쁜 ‘심각’한 상태라고 유럽 비정부기구들이 밝혔습니다.

독일의 `세계기아원조’와 아일랜드의 `컨선월드와이드’는 15일 발표한 ‘2019년 세계기아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의 기아지수가 27.7점으로 조사대상 117개 국가 중 26번째로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기아지수는 전체 인구 중 영양부족 비율과 5살 미만 영유아의 저체중과 발육부진 비율, 사망률을 종합해 산출됩니다.

북한은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전체 인구 중 영양부족 인구 비율이 47.8%로 추정됐습니다. 영양부족 인구 비율이 북한 보다 높은 나라는 단 두 곳으로, 짐바브웨 51.3%, 아이티 49.3%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에서 2018년 사이 북한의 5살 미만 영유아 19%는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발육부진’(stunting), 2.5%는 키에 비해 몸무게가 가벼운 ‘체력저하’(wasting) 상태였습니다.

15일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가 발표한 ‘2019 세계 아동현황 보고서’(The State of the World’s Children 2019)에서도 2013년에서 2018년 사이 북한 영유아 19%가 ‘발육부진’, 3%가 ‘체력저하’로 추산됐습니다.

또 5살에서 19살 사이 어린이 가운데 5%는 영양실조, 성인 여성 가운데 8%는 저체중이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계속해서 조은정 기자와 함께 북한의 기아와 어린이 실태에 대한 보고서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매년 발표되는 보고서들에서 북한의 식량난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올해 보고서에서는 어떤 점이 주목되나요?

기자) 북한의 식량난이 계속 이어지고는 있지만, 상황이 다소 개선되는 추세도 읽을 수 있습니다. ‘세계기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기아지수는 2000년 40.3점에서 2005년 32.9점, 2010년 30.9점, 2019년 27.7 점으로 떨어졌습니다. 기아 상황이 2000년 ‘위험’ 수준이었지만, 2005년 이후부터는 ‘심각’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올해 기아지수는 2018년까지의 상황을 집계한 것이어서 내년에 지수가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가을 북한의 곡물 수확량이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여파는 다음 해부터 미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세계기아지수’ 보고서뿐 아니라 유니세프의 ‘2019 세계 아동현황 보고서’도 5살 미만 북한 어린이의 열악한 영양 실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수준인가요?

기자) 북한 영유아 19%가 ‘발육부진’으로 나타났는데요, 세계 평균인 22% 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저개발 국가 평균인 32% 보다도 훨씬 낮고요. 다만 한국 3%, 동아시아태평양 8% 보다는 많이 높습니다.

진행자) 북한 어린이 영양과 관련해 또 어떤 점을 알 수 있습니까?

기자) 23개월 미만 영아 중 75%가 하루에 최소한의 식사 횟수(minimum meal frequency)를 채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소한의 식단 기준(minimum acceptable diet)에 맞는 식사를 한 경우는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주 먹어도 영양가가 없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2019 세계 아동현황 보고서’는 어린이와 관련한 다양한 지표를 담고 있는데요. 어린이와 모성 사망률도 살펴보죠.

기자) 지난해 북한에서 5살 미만 어린이 1천명 당 18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저소득 국가 평균 1천명 당 68명 보다는 훨씬 낮지만, 한국 보다는 무려 6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북한 신생아 10만명 당 산모 89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는데요. 전 세계 평균인 21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개발도상국 평균 415명의 21%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유엔은 모성사망비가 신생아 10만명 당 100명 이하 수준이면 ‘낮은’ 것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북한 어린이 교육 실태를 살펴볼까요?

기자) 예. 북한의 초등학교 2학년과 3학년 중 최소한의 읽기는 94%, 최소한의 산수는 83%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경우 특히 최소한의 산수는 100%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계 평균인 읽기 54%, 산수 53%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또, 5살 미만 북한 어린이의 50%가 집에 책이 있고, 59%가 장난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은정 기자와 함께 북한의 기아와 어린이 실태에 대한 보고서의 자세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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