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권이 한국에 이양돼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 지휘통제 체계가 분리될 경우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고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밝혔습니다. 벨 전 사령관은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이 작전을 총지휘하다 핵전쟁으로 확전될 때 미국이 갑자기 핵우산을 들여오는 시나리오는 군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핵무기가 한국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황당한 논리라며, 높은 수위의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유지해 양국의 위기 대응 방식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지낸 벨 전 사령관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2013년 4월 VOA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셨습니다. 최근 또다시 그런 입장을 강조하신 건 지난 6년 동안 북한의 군사 역량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까?
벨 전 사령관) 지난 6~7년 동안 북한은 더욱 위험해졌습니다. 추가 핵실험을 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역량 역시 한동안 실험하지 않았어도 여전히 위험합니다. 제가 전작권 전환 중지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2013년 이후 북한의 핵무기 운반 역량은 상당히 진전됐습니다. 비행기나 배에 싣고 한반도 혹은 역내로 운반하고, 미사일에 탑재해 한반도와 역내는 물론 다른 나라로 운반하는 역량을 말하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해졌다고 하겠습니다.
기자)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이양되면 작전상 어떤 면에서 불리해진다고 보시는 겁니까?
벨 전 사령관) 북한이 핵 역량을 갖게 된 이상, 주권과 지휘통제권을 완전히 확보하고자 하는 정치적 고려보다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미군 지휘부만이 핵무기와 핵우산 제공을 통제하는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이 모든 작전을 수행하다 핵전쟁 상황이 되면 미국이 마치 마술처럼 핵우산을 들여오는 시나리오는 군사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런 지휘통제체계를 허점으로 여길 것이고, 핵우산 반격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믿을 겁니다. 전면전 발발 시 미군 4성 장군이 한반도에서 핵무기 대응 결정을 비롯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고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모두에게 보고하는 체계가 훨씬 믿을만한 억지력을 제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노력의 통합’, 즉 미-한 연합군의 모든 군사 역량을 통솔하는 단일 지휘체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군이 재래식 전쟁을 지휘하고 미군은 핵무기 대응을 지휘하는 것은 ‘역량의 분리’이자 ‘지휘통제의 분리’입니다. 이는 위험과 불확실성만 높일 뿐입니다.
기자) 전작권이 이양되면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뜻입니까?
벨 전 사령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물론 한국은 동맹으로서 미국의 모든 역량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제 말은 북한이 미-한 동맹의 역량이 분리됐다고 믿고 이를 약점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 지도부가 미-한 동맹군의 재래식 전력과 핵 전력이 둘로 나뉘어 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전쟁수행 관점에서 저를 굉장히 고민하게 만듭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오랜 동맹인 미국의 지원 여부를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북한이 앞서 언급한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입니다. 혹시라도 오판해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까, 그런 우려입니다.
기자) 개인적 견해라고 선을 그으시겠지만, 전현직 당국자들 사이에서 전작권 전환 중지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들으시는지요?
벨 전 사령관) 이 결정은 고위급에서 다뤄지는 문제이고, 미국은 한국 정부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것으로 압니다. 제가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복무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매우 적극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했고, 심지어 제게 미군을 한국에 대한 ‘점령군(occupiers)’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잘못 번역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미-한 대통령 모두를 위해 일하는 현역 장성으로서 저는 노 대통령의 그런 노력을 지원하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했습니다. 따라서 현 두 나라 지도부도 그렇게 하기 바랍니다. 하지만 저는 현 명령체계 밖에 있는 만큼 개인적인 견해라고 하는 것이고 전현직 당국자들의 판단을 추측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자) 과거(2011년)에 저와 인터뷰하시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점령군(occupiers)’ 발언에 가슴이 매우 아팠다고 하신 게 기억나네요.
벨 전 사령관)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극도로 기분이 상했습니다. 훌륭한 동맹국의 지도자로부터 그런 표현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요. 믿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노 대통령은 그렇게 느꼈던 것이고 우리는 최대한 이를 수용하려고 했습니다. 이후 전작권 전환이 바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저는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기자) 한국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는 동족인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나옵니다. 동의하십니까?
벨 전 사령관) 터무니없고 황당한 주장입니다. 북한은 한국이라는 독립체와 한국군을 혐오합니다. 저는 그걸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한국군과 민간인을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건 말도 안되는 주장입니다. 한국을 김정은 체제 아래 두려는 게 북한의 목표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고 사람들을 죽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에서도 봤듯이 가장 근래에 한국민을 죽인 당사자도 북한입니다. 북한 정권 아래 한반도를 통일한다는 오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기꺼이 한국 민간인과 군인을 죽일 겁니다. 이런 상황을 막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는 유일한 길은 동맹의 강력한 억지력 뿐입니다.
기자) 북한은 올해 많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모두 중단거리라는 이유로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장거리가 아니라도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벨 전 사령관) 북한은 이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고 중국, 러시아 등과의 불법 거래를 통해서만 연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최근 들어 단거리 재래식 무기 실험 외에 새로운 걸 하지는 않고 있고, 극도의 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받고 있으니까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건 좋은 소식이라고 할만합니다. 따라서 제재와 압박, 외교적 노력은 옳은 방향이고 이를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 때문이라고 봅니다. 중국이 실제로 북 핵 협상의 타결을 원할 때까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기자) 지난해 6월 인터뷰 때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뒤 6~9개월 안에 훈련을 재개하지 않으면 군사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셨습니다, 대규모 훈련이 중단된 현 상황이 양국 군 작전 역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십니까?
벨 전 사령관) 현재 미-한 연합군의 편성은 훈련 수위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있습니다. 다만 과거 제가 훈련을 지휘하고 준비태세를 갖추던 방식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미-한 지휘부 간 높은 수준의 연합훈련과 전쟁수행 훈련을 통해 양국의 위기 대응을 동기화(synchronize)하고, 가용한 전력의 동원 방식을 이해하며, 전쟁 수행의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전력 증강 역량을 시험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핵우산과 같은 핵 사용 옵션 등과 관련해 군 최고위급 지휘통제조직을 시험해볼 수도 있습니다. 훈련을 하지 않으면 이 모든 측면을 실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새로 배워야한다는 건데, 전쟁 중에 그런 교훈을 얻어야 하는 상황은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이런 훈련은 필수적입니다.
기자) 현재 그런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벨 전 사령관) (미-한 간) 정치적, 군사적 소통과 관련한 고위급 군 지휘 체계의 훈련 방식에 대해선 현재 그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그들은 이런 종류의 훈련을 종합적으로 실시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군사적 대응, 다시 말해 양국 정치 지도자들의 결정을 동시적으로 일치시키는 역량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압니다. 그리고 이런 훈련을 즉시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기자)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선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시죠? 또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벨 전 사령관) 한국과 일본이 끔찍한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해 아직 화해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슬프게 느낍니다. 두 나라 모두 중국의 간접적 위협과 북한의 매우 직접적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감스러운 일이고요. 두 나라 지도자들은 지금 새로운 위험을 만들고 있고, 미-한-일 동맹과 조율을 갈라놓으려는 북한과 중국의 목표 달성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바랍니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정보 공유는 극도로 복잡해지고 미-한-일 세 나라가 일관성 있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직면한 위협을 효율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논리적 판단을 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기자) 미국이 실제로 북한의 공격을 받을 경우 동맹으로서 한국의 역할은 어디까지 입니까?
벨 전 사령관) 순전히 추정일 뿐입니다만, 만약 북한이 괌이나 하와이, 심지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쏠 때 한국이 참전해야 하느냐의 문제인데요. 역내를 벗어난 지역에서 한국이 반드시 그렇게 해야할 조약상의 의무는 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억지 노력을 기울이며 죽을 각오까지 하는 상황에서, 한국 군이 정치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미국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고 상상하는 것은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럴 경우 물론 미국은 동맹의 지속 여부를 재고할 겁니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추정일 뿐입니다. 북한이 괌에 주둔하는 미군을 공격했는데 한국이 동맹의 일원으로서 군사 작전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을 저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아웃트로: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미-한 연합군의 준비태세와 전력 유지 방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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