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되기에 가장 위험한 장소라고, 로마교황청 산하 단체가 새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최대 80명의 기독교인이 성경을 소지한 이유로 처형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마 가톨릭 교황청 산하 단체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 (Aid to the Church in Need) 미국 사무소가 기독교 신앙으로 박해받는 국가들을 분석한 보고서를 23일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7~2019년까지 국제 기독교 박해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는 북한과 중국, 이집트 등 12개 나라를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으로 꼽으며, “북한은 세상에서 기독교인이 되기에 가장 위험한 장소로 광범위하게 간주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North Korea is widely considered the most dangerous place to be a Christian, with reportedly the world’s worst record regarding religious freedom.”
언론 보도와 보고서들에 따르면, 북한은 종교 자유에 있어서 세계 최악의 기록을 가진 국가로, 주민들은 김 씨 가족과 정권에 대해 헌신을 보여야만 한다는 겁니다.
또 기독교인 등 김씨 정권에 대한 충성이 의심스러운 주민들은 엄중하게 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체포되면 고문을 받고 다수는 정치범 수용소인 관리소에 수용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 전체 정치범의 최대 절반 규모인 5만~7만 명에 달하는 기독교인들이 관리소에 수용돼 있고, 기독교인의 75%가 가혹 행위로 사망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문과 성폭력, 처형 등 다양한 인권 침해가 자행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영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최대 80명에 달하는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한 경기장에서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After Kim Jong-un took power as Supreme Leader, up to 80 Christians were reportedly executed in a stadium for owning Bibles. North Korea’s ‘Songbun’ system - which categorizes people according to their loyalty to the regime, and determines access to necessities such as health care - classifies Christians as ‘hostile.’”
또 북한의 출신성분 제도에서 기독교인은 적대 계층으로 분류되고, 평양의 4개 공식 교회는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전시 목적의 교회로 간주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는 개신교 교회인 칠골교회와 봉수교회, 가톨릭 교회인 장충성당, 러시아정교회 사원인 정백교회가 있습니다.
‘고통받는 교회 돕기’의 보고서는 아울러 세계변호사협회(IBA)가 지적한 북한 내 기독교 박해 등과 함께 올해 2월 탈북민이 증언한 기독교 박해 내용도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이 탈북민과 함께 북한 수감 시설에 수용됐던 ‘현’이란 여성은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북한 당국 심문자들에게 당당히 밝히며 “나는 하나님의 자녀로 죽는 게 두렵지 않다. 죽이고 싶으면 죽이라”고 말했다가 고문을 받은 뒤 사라졌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은 그러나 국제사회의 이런 지적을 전면 부인하며 신앙의 자유를 헌법으로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5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주최한 보편적 정례검토(UPR) 북한 심사에 출석한 리경훈 북한 최고인민회의 법제부장입니다
[녹취: 리경훈 부장] “신앙의 자유는 사회주의 헌법에 규제된 공민의 기본 권리의 하나입니다. 헌법 제 68조에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 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 공화국에서는 신앙의 자유를 법적으로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 평양이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했던 곳으로, 김일성 주석의 외가가 모두 기독교 집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제 해방 후 김일성의 잔혹한 기독교 탄압으로 많은 기독교인이 남한으로 탈출했고, 나머지는 50~60년대 대대적인 숙청으로 대부분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기독교 학자들은 증언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소수 기독교인은 ‘그루터기’로 불리는, 신앙을 숨긴 사람들의 자녀들과 고난의 행군 때 중국에서 선교사들을 통해 신앙을 가진 뒤 복귀한 지하교인들, 이들의 전도로 기독교인이 된 사람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의 보고서는 북한은 이번 조사 전부터 기독교인이 되기 위한 세계 최악의 장소로 부상했다며, 지난 2년 동안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1947년에 설립된 이 단체는 전 세계 140여 개 나라에서 6천 개 이상의 가톨릭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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