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측 실무회담 제의 거절...전문가들 “금강산 시설 철거 해법 마련 쉽지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3일 보도했다.

북한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실무회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북한은 문서교환 방식의 협의를 거듭 주장했는데요, 한국의 전문가들은 양측이 해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문제에 있어 해법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다 들어내라’고 지시한 이상 북한 당국은 해당 시설들을 철거할 것이고, 이미 북한 내부적으로 설계와 구조 등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북한연구소 정영태 소장입니다.

[녹취: 정영태 소장] “한국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관광객 보내줄게’ 하는 것 밖에 없어요, 지금 입장에서는. 우리 국민들에게 허가를 받고 북한 관광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방법이 우회적인 관광 협력이 될 수는 있겠죠. 아마 북한이 바라는 게 그걸 거예요. 북한이 우리가 지어 놓을 테니까 한국 관광객 와라, 받아주겠다. 아니면 한국도 같이 미국 욕하고 같은 대열에 서면 되는데 그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정 소장은 북한이 강조하는 ‘남북 공조’는 한국이 북한 뜻대로 따라오길 바라는 것이라며, 결국 미국을 등지고 북한과 같은 대열에 설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현재 한국 내에서 개별관광 또는 3자 예치 방식의 ‘에스크로’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관광의 대가로 대량의 현금이 북한으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대북 제재 위반인 만큼 다양한 제재 우회 해법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또 2017년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는 남북 간 새로운 합작사업이나 기존 사업의 연장 등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금강산 관광은 대표적인 남북 합작 사업인데 운영, 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북한 노동자를 다시 고용하거나 필요한 시설을 보수해야 하고 그런 게 다 제재 위반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안 하는 게 아니고 못 하는 상황이죠. 그래서 창의적인 방법, 우회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어렵다는 게 제 판단이고요. 에스크로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 교수는 아울러 이 문제는 국제사회의 규범과 원칙에 맞게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남북 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은 한국 기업인 현대아산이 미화 6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대규모 사업으로, 한국 정부는 자국민 재산권 보호에 대한 논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남측의 실무회담 제안도 거절한 채 기존의 문서교환 방식을 주장하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남북 간 논의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29일 오전 시설 철거 계획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제시한 별도의 실무회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당국 간 만남이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영태 소장은 북한이 자력갱생적 관광 발전을 통한 외화벌이, 대북 제재 극복 등 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며 북한이 당분간 남측 제안들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측이 금강산 관광 분야에서 현대아산을 강제로 철수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50년 계약을 한 외국자본을 내쫓을 경우 국제사회에 치명적인 불신을 심어주게 된다는 겁니다.

때문에 남북 간 충분히 협의할 여지가 있다고 조 연구위원은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김정은이 생각하는 대규모의 확대 사업에 현대가 지분 참여를 하는 거죠. 이런 방안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어요. 저렇게 쫓아내면 관광사업이 되겠어요? 협의할 여지는 충분히 있는 거죠. 남쪽에 대한 어떤 비난, 불만 표시, 극약처방 이런 성격도 있지만 실제로는 양측이 윈-윈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에요.”

조 연구위원은 남북 경협의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김정은 위원장 역시 제한적 개방개혁을 선택을 하고 있는 만큼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독자 제보: VOA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사화를 원하는 내용을 연락처와 함께 Koreanewsdesk@voanews.com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뉴스 제작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제공하신 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되며, 제보자의 신분은 철저히 보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