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중국 내 탈북 여성의 인권 유린에 대해 알렸던 탈북민 여성단체 ‘통일맘연합회’가 미국을 다시 찾았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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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묶어서 짐승을 잡듯, 마취제도 없이 입에 수건을 물고 배를 가르고 파열된 내장들을 소독하고 하나하나 꿰매는 동안 가위질과 바느질 소리를 모두 느낄 수 있었다.”
2007년 1차 탈북, 2012년 납치 북송, 그리고 2014년 2차 탈북 뒤 이듬해 한국에 입국한 35세 탈북 여성의 증언 내용입니다.
이 여성은 1차 탈북 뒤 한국에 입국할 때까지 중국에서 보위부에 납치돼 북송됐고, 북송 뒤 심한 고문으로 맹장이 파열돼 마취 없이 수술을 받는 등 고통을 당했습니다.
또 다른 47세 여성은 1997년과 1999년 두 차례 탈북 과정에서 10여년 간 중국에서 숨어 살며 3명의 중국인 남성에게 팔렸고, 중국에서 2명의 자녀를 낳았습니다.
이 여성은 중국 남편이 도박에 빠졌고, 자신이 북한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도망다녀 부부의 갈등이 심해 결국 두 번째 중국 남자와 헤어지고 아이와 함께 가출했습니다.
이후 호적을 해준다는 말을 믿고 세 번째 중국인 남편과 살았지만 다시 헤어졌고, 이어 한국에 입국해 재혼했지만 남편의 폭력으로 결국 이혼해 혼자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교사였던 또 다른 40대 여성은 성분이 좋아 39호실에서 관리하는 아편 제조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나 작업환경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고 병에 걸린 이 여성은 수술을 받기 위해 중국에 건너갔다가 언니들과 함께 인신매매를 당합니다.
이후 언니들과 함께 강제북송됐고, 임신한 언니는 보위부의 강제 낙태 사실을 알고 집결소로 가기 전 스스로 낙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한국의 탈북 여성 인권단체인 ‘통일맘연합회’가 지난 2년에 걸쳐 진행하고 출간한 ‘2018년 북한인권 결과 보고서’에는 이 단체가 한국 내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담 내용을 자세히 담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대상자의 연령, 출신지역, 중국 거주 기간, 자녀 분리 상황과 원인, 분리된 자녀와 재결합 등에 대한 내용이 실렸습니다.
총88쪽인 이 보고서는 영어와 한글로 출간됐는데 특별히 ‘탈북 엄마들 아픔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탈북 여성 5명의 경험이 담겼습니다.
5명의 여성은 모두 중국 남성의 자녀를 출산했고, 중국에서 북한보위부에 의해 납치, 강제북송 됐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중국에서 강제 낙태를 당했거나 북한에서 강제 낙태를 목격했고, 중국 내 성매매업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증언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통일맘연합회’의 이번 미국 방문은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상황과, 이들의 고통이 현재진행형 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016년 2명의 피해자 여성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아 대표는 지난달 통일맘연합회 대표단과 함께 또다시 미국사회 곳곳을 찾았습니다.
지난 25일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미 기독교단체 가족연구협회(FRC)가 주관한 통일맘연합회 행사에 나선 김정아 대표입니다.
[녹취:김정아] “임산부 강제 낙태. 강제북송 인원의 80%가 여성입니다. 중국인 아이를 임신한 엄마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강제북송 시키는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정책은 탈북 여성의 인권에만 해당된다고 하지만, 오늘 우리 자리에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정책은 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중국인 남편이 탈북 여성인 아내의 재탈북을 돕거나 함께 한국으로 오며,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정책은 자국민의 불안정한 삶을 초래한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중국의 강제북송 정책이 중국인 자녀의 인권 문제도 만든다며,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녹취:김정아] “유엔 아동권리협약 10조 2항에 부모가 타 지역에 잇는 아동은 부모와 만날 권리가 있지만 이런 협약을 이행하겠다고 중국과 한국이 사인하고 있지만..”
탈북 여성들도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약속한 합의를 지키지 않아 자녀와 생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한다고 김 대표는 말했습니다.
강제북송 후 마취없이 맹장수술을 받았던 손명희 씨는 이날 중국에서 북한 보위부에 납치, 북송된 후 고문 받은 경험을 말했습니다.
[녹취:손명희] “보위부에 잡혀 고문 받던 중 맞고 쓰러지면, 주사 맞고 2차 고문하고, 3차 고문하고 쓰러졌습니다. 맹장이 터진 정도가 아니고 파열돼서 열이 40도 나는 정도에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수술대에 올라서도 손발이 자유롭지 못하고, 족쇄에 다리까지 묶여 마취 안한상태에서 .입에 종이를 틀어막고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손 씨는 집결소에서 중국인 남성의 아이를 임신한 여성이 매를 맞고 낙태 당한 후 한 달 만에 사망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집결소를 나온 후 당원근로자들, 직맹, 여맹, 고등학교, 소학교를 돌며 공개재판을 받고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던 중 탈출했다며 당시 몸무게가 27kg밖에 나가지 않아 배수관에 숨었다 탈출했지만 재북송됐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한국에 입국한 송 씨는 중국인 남편과 자녀들과 함께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날 또 다른 탈북 여성은 앞서 VOA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의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중국에서 수 년 동안 강제북송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던 삶이 현재의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고려해 이 단체는 전문 심리상담 프로그램인 ‘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이날 행사에서 소개했습니다.
이날 `통일맘연합회’ 행사를 주관한 FRC의 트레비스 웨버 부소장은 북한에 남겨진 여성들에게 생기는 인권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레비스 소장은 미국사회가 이들의 자유와 피해 문제를 더 잘 대변할 수 있다며, 북한과 중국에서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트레비스 부소장] “we need in the United States to know about and understand so we can better advocate for them and their freedom and..”
'통일맘연합회'는 지난달 21일부터 미국 내 대학 강연을 시작으로 미 의회 상하원 의원 면담, 미 언론과의 인터뷰,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와 국무부, 백악관을 방문했습니다. 김정아 대표입니다.
[녹취:김정아] “엄마는 탈북 여성이고 아이는 중국 아이라는 문제점에서 한국사회에서 외면 받고 공감대도 못 일으킵니다. 그래서 세계 강대국이고 인권에 중심에 선 미국이, 어떤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서 가장 약자를 위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