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5일 실시된 주지사, 주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사실상 패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에서는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인 진술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다음 주부터 공개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젊은 층의 소득이 부모 세대보다 줄었다는 조사 결과,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5일 미국 각 지역에서 진행된 선거 결과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주지사와 주 의회 의원, 시장 등을 뽑는 선거가 각 지역에서 일제히 실시됐는데요. 승부처로 꼽혔던 곳들에서 민주당이 이기면서, 전반적으로 이번 선거의 승리를 가져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선거는 내년 대선을 앞둔 지역 민심을 살피는 기회였는데요. 공화당으로서는 긴장할 만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
진행자) 승부처로 꼽혔던 곳이 어딥니까?
기자) 먼저 켄터키 주지사 선거입니다. 켄터키주는 공화당 ‘텃밭’으로 여겨졌는데요.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P 이상 이겼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온 앤디 비셔 주 법무장관이, 현직인 공화당 소속 맷 베빈 지사를 눌렀습니다.
진행자)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기자) 우선 베빈 지사가 워낙 인기가 없었고요. 민주당 출신 주지사가 나온 적도 있어서 박빙이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켄터키 주지사를 민주당에 내주면 최악의 패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전날인 4일 직접 켄터키를 방문하고, 베빈 주지사가 패하면, “대통령이 세계 역사상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고 평론가들이 말할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입장에서는 극적인 승리를 한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쉽지 않은 승부였는데요. 표차가 불과 5천여 표입니다. 득표율로 따지면 1%도 안 되는 차이인데요. 비셔 후보는 개표 결과가 알려지자마자, 당선 수락 연설을 했습니다. 주지사로 취임하고 일주일 안에, 현행 주지사의 빈곤층 건강보험 보조 유예를 철폐하겠다고 했고요. 주 교육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베빈 주지사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번 선거가 매우 접전이었다면서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 “상당수의 비정상(more than a few irregularities)”적인 요소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선거관리 당국에 합당한 절차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재검표를 바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 결과는, 켄터키 주민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실망한 거로 볼 수 있나요?
기자) 꼭 그렇진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공화당에 대한 지지세가 약해졌다기보다는, 베빈 주지사에 대한 ‘심판’ 정서가 워낙 높았기 때문으로 언론이 분석하는데요. 베빈 주지사는 재임 중 막말 파문을 수 차례 일으키면서 구설수에 올랐고요. 연금이나 보건에 관한 정책 실수도 많이 지적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베빈 주지사의 재선 운동을 도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가 공화당에 타격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주요 매체들은 짚었습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승부처는 어디였습니까?
기자) 버지니아 주 의회 선거입니다.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지만, 공화당이 주 의회 상·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곳이었는데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의석수를 크게 늘리면서,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확보했습니다. 상황이 반전된 건데요. 주 내 각 지역의 민심이 전반적으로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이동한 겁니다.
진행자) 민주당이 또 이긴 곳이 있나요?
기자) 뉴저지 주 하원도 민주당이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곳은 지금도 민주당이 과반인데요. 공화당 주요 후보들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 내내 민주당 후보들에 밀렸던 것으로 지역 언론이 전했습니다. 주목 받았던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소속 제임스 뮬러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뮬러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피트 부티지지 현 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진행자) 공화당이 이긴 곳은 없습니까?
기자)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이 이겼습니다.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출마하지 못한 필 브라이언트 주지사를 대신해 나선, 테이트 리브스 부지사가 당선을 확정했는데요. 민주당 후보였던 짐 후드 주 법무장관은 총기소유 권리를 옹호하고 임신 중절에 반대하는 등 보수적인 공약을 내세웠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미시시피는 2000년대 들어 민주당이 한 번도 주지사를 당선시키지 못한 곳입니다.
진행자) 전체적으로 보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으로선 좋지 않은 결과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승부처로 꼽히던 곳이 대부분 민주당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1년도 안 남은 내년 대선까지 이런 민심이 이어질지 주목되는데요. 중앙 정치에서 탄핵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은 더욱 공화당을 향한 공세를 높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내년에 재선에 도전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봅니까?
기자)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는 글을 6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자신이 지원해준 덕에 후보들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는 건데요. 또 “켄터키의 결과를 볼 때, 미치 매코넬이 내년에 켄터키에서 크게 이길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매코넬 의원은 켄터키 출신으로, 상원 공화당 대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켄터키 선거 결과를 좋게 평가한 것은, 주지사를 제외한 주 정부 공직에 공화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에서 관심을 끌었던 몇몇 주민발의안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볼까요?
기자) 뉴욕에서는 시장, 시 의회 선거 투표 방식에 관한 주민발의안이 통과됐는데요. 2021년부터 후보 한 사람만 찍는 게 아니라, 여러 후보에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변경됩니다. 반면 워싱턴주의 소수계우대정책안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진행 상황 짚어보죠.
기자) 네. 하원이 그 동안 진행한 비공개 청문회의 발언록을 속속 공개하고 있는데요. 핵심 증인 가운데 한 명이 기존 증언을 번복하는 추가 진술서를 4일 소관 상임위원회들에 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이 담겼는데요. 하원 정보위와 외교위, 정부개혁감독위는 5일 이 추가 진술서를 기존 발언록과 함께 공개했습니다.
진행자) 진술을 번복한 핵심 증인이 누굽니까?
기자)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입니다. 손들랜드 대사는 “안드리 예르막에게 ‘미국의 원조 재개는 우크라이나가 반부패 공개 성명을 내놓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제 기억난다”고 추가 진술서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이게 어떻게 기존 진술을 번복한 거죠?
기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보류했다 재개하는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안드리 예르막 씨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인데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 부자의 현지 행적 등에 관한 조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진행자) 손들랜드 대사가 앞서 청문회 증언에서는 대가성을 인정 안 했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지시를 받고 “실망했다”고는 말했었는데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다른 당국자들의 청문회 증언을 보면서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고 추가 진술서에서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하원이 또 어떤 발언록을 공개했나요?
기자)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의 증언도 공개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한 핵심 인물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진행자) 의회에서는 이런 증언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기자) 탄핵 사유를 입증할 증언이 축적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보위, 외교위, 정부개혁감독위가 위원장 명의로 공동성명을 냈는데요. “손들랜드 대사와 볼커 전 대표의 공개된 진술은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압박에 국무부를 이용한 범위를 드러낸다”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6일 트위터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볼커 전 대표의 진술을 거론하면서, 대가성(quid pro quo)은 전혀 없었고, 마녀사냥일 뿐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앞서 백악관도 별도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백악관의 입장은 뭡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들의 증언은 불법적인 가짜 탄핵에 대한 그 어떤 새로운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는데요. 백악관은 소속 인원과 자료 등에 대한 탄핵조사위원들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백악관 소속으로 소환 요구를 받은 사람이 누군가요?
기자)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이 이번 주 비공개 청문회에 출두 요구를 받았는데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에서 근무하는 알렉산더 빈드먼 미 육군 중령이 증언한 적이 있는데요. 빈드먼 중령은 자발적으로 출석한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탄핵 조사 절차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기자) 지난주 하원이 결의안을 채택해서, 앞으로 공개 청문회를 열기로 했는데요. 애덤 쉬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6일, 다음 주 수요일(13일)부터 공개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빌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대리 대사와 조지 켄트 국무부 부차관보가 나올 예정인데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는 15일에 증언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젊은이들의 소득이 기성세대보다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네.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의 소득이, ‘베이비부머(baby boomer)’세대가 같은 나이였을 때 보다 20%가량 적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젊은이들의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 ‘영인빈서블(Young Invincibles)’이 미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 자료를 분석한 내용인데요. 세대별 소득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나 주목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밀레니얼 세대는 뭐고, 베이비부머 세대는 뭡니까?
기자) 밀레니얼 세대는 1999년에서 2000년으로 서력기원의 천 단위가 바뀐 '밀레니엄(millennium)' 직전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합니다. 대략 20년간, 그러니까 1980년대생에서 1990년대생까지를 가리키는데요. 베이비부머 세대는 그보다 한 30년 앞섭니다. 2차대전 직후 아이를 많이 낳던 시절인, 1940년대 후반 태생에서 1960년대 초반 태생까지를 규정하는 말입니다.
진행자) 베이비부머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뻘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가 돈을 못 벌고 있다고 이번 조사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소득 격차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들여다보죠.
기자) 밀레니얼에 해당하는 18세에서 34세까지 인구의 가구별 연 중간소득이 약 4만600달러에 머물렀습니다. 베이비부머가 그 나이였을 때보다 20% 낮은 수준인데요. 이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의 순자산 규모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절반에 머무르고요. 주택 보유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밀레니얼의 순자산이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35살 아래 가장이 이끄는 가구의 순자산이 2016년 기준, 1만900달러로 나타났습니다. 20여 년 앞선 1995년 당시보다 8천 달러 줄어든 수치입니다. ‘순자산’은 가진 재산에서 빚을 뺀 것을 말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가요?
기자)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경기 대침체(Great Recession) 때문이란 지적이 있습니다. 당시 사회에 나간 세대는 일자리를 잡기 쉽지 않았고 보수도 낮게 받는 등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했다는 겁니다. 또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학자금 대출 부채액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학자금 부채가 많다는 건, 대학 교육률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25세에서 37세 인구의 40% 가까이 학사학위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직전 세대인 ‘엑스(X)세대’는 이 비율이 30%에 불과했고요. 그에 앞선 베이비부머 세대는 25%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진행자) 밀레니얼 세대 입장에서 보면, 교육 수준은 높지만 소득은 낮아진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이런 상황이 장기적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데요. 밀레니얼 세대가 미국 사회를 주도하는 기성세대가 될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영인빈서블’의 톰 앨리슨 조사·연구 담당 부소장은 “젊은이들이 오늘날 당면한 도전은 우리(미국)가 앞으로 맞을 수 있는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