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비핵화 회의론…"김정은 핵포기 결정 내린 적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지난해 초 백악관에 전달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워싱턴에서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미-북 대화를 촉진시킨 메시지였지만 ‘애초에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는 점을 문제의 근원으로 보는 인식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3월 평양을 방문한 직후 백악관을 찾은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녹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I told President Trump that in our meeting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said he is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

석 달 뒤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 개최로 구체화되는 미-북 대화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1년 반 가까이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워싱턴에서는 이날 전달된 김정은의 메시지를 문제의 근원이자 ‘원죄’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애초에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는 문제의식 입니다.

켈리 맥사멘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최근 VOA기자와 만나 이 같은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켈리 맥사멘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I don't think that Kim Jong Un has made a strategic decision about the scope of what he's going to give up in terms of his nuclear weapons.”

김정은이 모종의 경제 개방을 원하지만 비핵화 범위에 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 적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며 북한의 억지력을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켈리 맥사멘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Likewise President Trump hasn’t figured out what he can accept in terms of any kind of capability that the North Koreans may continue to possess. So I don't think either side has done the deep thinking about the end states we’re trying to get to. I think we kind of go into our myopic corners about denuclearization versus, you know, deterrence and I think that's where we are and they haven't made a decision.”

도달하려는 최종 상태에 대해 양측 모두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비핵화 대 억지력’이라는 근시안적 논의를 시도 중이라는 겁니다.

이 같은 회의감은 최근까지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무게를 둬온 미국 정부의 공식 논평과 온도차가 큽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VOA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관계의 완전한 변화, 항구적 평화 구축, 그리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약속에 진전을 이루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President Trump remains committed to making progress toward the Singapore Summit commitments of transformed relations, building lasting peace, and complete denuclearization.”

미-북 정상 간 약속이 유효하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읽힙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I don't think we have any evidence that Kim Jong Un has made a strategic decision to give up nuclear weapons or denuclearize. Just since Singapore we have not seen any progress made in fact he has been working on both nuclear and missile program.”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테리 연구원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진전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계속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입장이 일관적이지 않았던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모순되는 발언이 잇따르면서 김 위원장이 실제로 어떤 결정을 했는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돼 왔다는 설명입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의향을 내비치는 듯 하다가도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명시하는 등 수년 동안 상충되는 신호를 줘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I think over the last several years, he has made a number of statements that are somewhat at odds with each other. At times indicating would appear to be a readiness to abandon his nuclear weapon program, although he never has used quite those words again. And other times, you know, making clear that North Korea's and nuclear weapons state.”

이 때문에 김정은이 어떤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지, 또 이 결정이 되돌릴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는 여전히 어떤 조건을 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절대 충족될 수 없는 조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처럼 완전한 안보 보장은 누구에게도 제공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I guess my own conclusion is there's still some conditions attached at the very least, and you know, maybe they are conditions that in a way can never actually be met. It's very hard to absolutely guarantee absolute security of anybody.”

스티븐스 전 대사는 북한의 행동이 비핵화 약속과 일치하는 대신 핵무기 역량을 확보하려는 지속적인 욕망을 보여주는 쪽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북 대화의 시작점이 된 이른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 속에서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미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지 오래라는 무력감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수미 테리 연구원은 북 핵 문제가 대두된 뒤 4명의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양자와 다자 협상을 통해 도출한 모든 합의가 실패로 끝났고, 처음으로 시도한 정상급 만남에서도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북한 지도부의 교체 없는 비핵화의 현실성에 의문을 표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This goes back to three US presidents from Clinton to Bush to Obama, actually four US presidents with Trump. we tried bilateral negotiations we tried multilateral negotiations we had many agreements every single one fell apart. We have now tried to meet at the highest level, meeting with the leader, and we still have not seen any progress. So if you look at history as any kind of indication I think it's very difficult to achieve without a different leadership.”

김정은의 전략적 결단 여부와 관계없이 외교를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지만, 비핵화에 대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소극적인 제안에 그치고 있습니다. 외교의 목적이 여전히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 머물고 있는 겁니다.

켈리 맥사멘 전 국방부 차관보 대행입니다.

[녹취: 켈리 맥사멘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I think it's really important for diplomats on both sides pursue pathways, various pathways and test them out. You know, there needs to be a process where we are exchanging ideas about what kinds of things both sides be willing to get to and what kinds of things we could agree to along the way.”

미-북 양측 외교관 모두 다양한 경로를 추구하고 시험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그 가운데 어떤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지 계속 의견을 교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미-북 협상이 아직까지도 방향과 목표 설정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맥사멘 전 대행은 그나마 이런 절차마저도 ‘고장난(dysfunctional)’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스티븐스 전 대사 역시 외교에 무게를 두면서도 그 목적은 여전히 “무엇이 가능한지 탐색하기 위해서”라는 선에 그쳤습니다.

[녹취: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I think that's what diplomacy is, aiming at exploring to seeing what's possible, and diplomacy and accompanied by both pressure, and some incentive. So I think we have to keep an open but skeptical mind about it.”

스티븐스 전 대사는 압박과 유인책을 동반한 외교를 강조하면서, 열린 마음과 회의감을 함께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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