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북한 말과 문화를 가르치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탈북민 강연 행사가 열렸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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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에 소재한 조지메이슨 대학교의 한 강의실이 50여명의 미국인 학생들로 가득 찼습니다.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학생들이 교정을 뜨지 않은 건 이날 열리는 특강을 듣기 위해서 였습니다.
특강의 주제는 “여성과 이민자, 그리고 탈북자”.
강연자는 지난 2017년 2월 미국에 온 40대 탈북 여성 김영미 씨입니다.
[녹취: 김영미] “저는 북한에서 서해 쪽, 서해 바다 쪽에서 살았는데, 맑은 날 안개가 없는 날이면 남쪽 땅 백령도가 보이는 남쪽 땅에서 살았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밑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랐고, 해군에서 무전수로 복무했습니다.
군 복무를 하던 중 “남조선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봤다”는 김 씨는 부모님 덕분에 군 제대 후 대학에 입학했지만 ‘고난의 행군’ 시절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녹취: 김영미] “제대 후 대학에 다녔습니다. 대학 다니는 과정에 1997년도 많이 힘들 때였죠. 배급을 중단해서 많은 사람이 굶었고, 길거리 시체를 밞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탈북하게 됩니다. 맏딸인 저는 부모님 도와 입 하나를 덜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을 떠났습니다. “
중국으로 건너간 김 씨는 탈북 여성들이 7천원에 인신매매 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들은 이곳저곳으로 팔려가 아이를 낳고, 농사를 지었으며 늘 북송될까 두려워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중국에서 숨어 지내며 한 달에 500원을 받는 식모 일을 하며 2년 동안 모은 월급으로 브로커 비용을 마련했고, 2005년 한국에 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제빵제과 기술을 배워 열심히 경력을 쌓았지만 한국사회의 탈북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큰 걸림돌이었다고 말하는 김영미 씨.
[녹취: 김영미] “북한에서 왔다고 하니까, 눈이 똥그래지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학기부터 수업이 다 캔슬 됐습니다.”
학생들에게 제빵 기술을 잘 가르쳤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김 씨는 3년의 공백 끝에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 남성과 인연이 닿았고, 2017년 미국에 오게 됐습니다.
제과제빵 기술이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줄 몰랐다는 김 씨는, 현재 미국 항공회사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제빵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날 김 씨가 강연자로 선 특강은 조지메이슨 대학교가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개설한 “남북한 언어와 문화의 변화(KORE340)“ 수업의 일환입니다.
조지메이슨 대학교는 2006년 한국학 강의를 개설했는데, 10여 년에 걸쳐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했고 이를 계기로 남북한을 모두 배우는 수업까지 열게 됐습니다.
이 수업은 북한 평양의 입말을 직접 따라해보고 북한관련 전문 자료로 논의를 하며, 남북한 문화를 비교하는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지난해 이 강의를 공동 개설한 정영아 교수와 김대용 교수는 VOA에, 한국의 대중음악과 드라마를 즐기는 수준에서 시작된 관심이 고전문학이나 역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북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수준으로 발전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김대용 교수는 북한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관심은 세계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 디씨라는 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한반도에 대한 균형 잡힌 지식을 쌓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특별히 김 교수는 올해부터 “남북한 언어와 문화의 변화(KORE340)”가 전공과목으로 채택되면서 탈북민을 직접 강연자로 세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1회 특강은 탈북민 부부가 강연한 “북한의 교육과 놀이문화” 였습니다.
2회 째인 이날 특강에서는 수업의 기본취지를 넘어 지구촌과 미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있는 ‘이민과, 여성, 인권’ 이라는 화두가 등장했습니다. 김대용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김대용] “똑같이 개인의 행복, 가정의 행복을 평범한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의 이웃이다. 비록 북한 같은 나라에서 고난을 받았던 사람들이지만, 우리와 똑같이 행복을 추구하는 탈북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데, 간첩으로 보고 이상한 나라에서 온 사람을 본다는 거죠. 이를 통해서 미국의 젊은이들이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다.”
또한 김영미 씨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북한의 문화와 말 이면의 실제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합니다.
독재정권에서 갇혔던 탈북민이 한국사회의 차별을 피해 미국으로 온 이민자가 됐고, 중국에서 열악한 인권 상황의 피해자였던 김 씨의 여정을 통해 배울 것이 있다는 겁니다.
조지메이슨 대학교 리사 브레그리아 학장은 VOA에,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관심이 크며, 탈북민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리사 브레그리아]” they're seeing here is that there are real people that are attached to economic processes and political policies, and that's the..”
학생들이 공부하는 정책은 인간의 삶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학생들이 직접 만난 탈북 여성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 정치 관련 정책의 내용이 되는 사람이라는 설명입니다.
브레그리아 학장은 김 씨의 여정에서 난민, 이민, 인권에 대한 각국의 분위기와 정책 등을 학생들이 엿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지메이슨 대학교의 ‘남북한 언어와 문화의 변화(KORE340)’는 현재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며, 15명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공개 강연회로 진행된 이날 특강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몰렸습니다.
파멜라 라는 이름의 미국인 여학생은 뉴스에서는 이런 북한 관련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면서, 실제로 북한에서 살았고 한국을 거쳐 미국에 온 사람의 이야기는 매우 실감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파멜라] “So, having an event like this we get firsthand knowledge from someone who actually lived there, and someone who has experience.”
대니얼 학생은 김 씨의 이야기는 북한이 중산층도 나라를 떠날 만큼 힘든 상황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대니엘] “even the middle class, still, even the middle class so it goes through like the same starvation and stuff like that since it's …”
한국인 남학생은 김 씨에게 존경심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녹취: 남학생] “정말, 흔하지 않잖아요. 이렇게 탐구 하셔서 미국까지 온 거가, 기댈 곳이 적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드실 거 같은데, 그 상황속에서도 잘, 정착하시고 하는게 존경스러웠어요.”
이날 강연에 나선 김영미 씨에게 미국인 대학생은 낯설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 미국을 방문해 미국 대학들을 돌며 자신이 중국에서 경험한 일을 알리는 인권 활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강연은 당시와 매우 달랐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영미] “완전 다르죠. 몇 년 전에 온 거와 지금은 진솔하게 말을 하게 돼서 좋았어요. 그때는 인권쪽으로만 말을 했고, 지금은 내가 먹던 거도 말을 하게 되고, 너무 편하게 말을 하니까, 좋았던 거 같아요. 지금,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쪽 말고, 내가 원하는 쪽을 듣게 끔 하니까, 좋았던 거 같아요. 모두 감동이었다니까”
김 씨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 뒤에는 힘들어하는 주민들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미국인 학생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며, 배운 만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녹취: 김영미]”배우면 아이디어가 나오고, 아이디어가 정책이 되고, 정책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람이라면 당연히 관심이 있어야지 했는데, 미국 사람이 한다니까, 제구실을 해야겠죠. 너무 좋아요.”
VOA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