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 내 외교관들의 '트위터 사용' 경고"...영국 "소셜미디어는 외교의 정상 도구"

콜린 크룩스 북한주재 영국대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금강산 관광시설을 방문한 사진을 올렸다.

북한 내 일부 외국 대사가 활발한 ‘트위터’ 활동을 통해 내부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는 VOA의 보도 뒤 북한 외무성이 이들에게 트위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외교부는 VOA에, 트위터 등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현대 외교의 정상적인 도구”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이 최근 평양의 모든 외국 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북한 사회에 관한 것들을 트위터를 통해 공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VOA에 말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특히 트위터 활동이 활발한 일부 대사들에게 북한의 안정에 저해되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즉 인터넷 사회 관계망 서비스 사용은 용인할 수 없다며 활동을 멈추지 않으면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2일 평양의 콜린 크룩스 영국대사와 요아킴 베리스트룀 스웨덴 대사 등 일부 외국 대사가 트위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일상과 주요 행사 내용을 외부에 알리는 언론 역할까지 한다는 VOA의 보도 뒤 이뤄졌습니다.

당시 많은 한국 언론은 VOA 보도에 관심을 보이며 평양 주재 대사들의 활동을 자세히 전했었습니다.

하지만 ‘트위터’를 사용하지 말라는 북한 당국의 경고 후 이들 대사는 지난 12일부터 지금까지 트윗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크룩스 영국 대사는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사진을 두 차례 올린 게 전부이고 베리스트룀 대사는 아예 트윗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산책과 결혼, 운동, 놀이터, 추수하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나 평양의 상점들, 금강산, 병원, 약품 등의 사진을 올렸던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겁니다.

영국 외교부는 22일 북한 외무성의 경고에 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대변인 명의의 답변에서, “영국 대사들은 영국 정부의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사용이 권장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 “British Ambassadors are encouraged to use social media in support of UK government objectives. Twitter and other social media are normal tools of modern diplomacy.”

대변인은 그러면서 “트위터와 다른 소셜 미디어는 현대 외교의 정상적인 도구”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경고 조치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런 압력이 얼마나 현대 외교와 동떨어진 것인지 우회적으로 확인한 겁니다.

스웨덴 외교부는 21일 VOA에, “이번 사안에 관해 언급을 삼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신중한 반응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북한 내 외교관들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22일 VOA에, 나라 안팎의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해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 정권 입장에서 대사들의 활발한 트윗은 압박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This tells you again that information does create pressure and the regime is really uncomfortable with this information pressure.”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감춰진 진실들이 드러나 체제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같은 전체주의 독재 정권들은 이를 상당히 두려워한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그러나 지금은 19세기가 아니라며, 소셜미디어는 어느 대륙에서도 흔한 외교의 중심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온라인을 통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친구를 맺을 수 있는 소셜 미디어는 국제 외교에 중요한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공공외교센터의 제이 왕 소장은 이 대학 자체 월간지(Trojan Family)에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달로 외교가 이제 국가 대 국가만이 아니라 개인과 단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다른 문화와 국가들에 대한 시각이 많은 경우 젊은 나이에 형성되기 때문에, 서로 관계를 구축하고 관리하며, 외교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의 중요성이 훨씬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제이 왕 소장] “Diplomacy isn’t just state-to-state now. You’re looking into the future…A lot of times people form their views about other cultures and countries at a young age, so strategically it’s important to engage young people early on.”

이런 추세 때문에 미국과 한국 등 많은 나라 정부는 대통령부터 하급 부서에 이르기까지 자체 소셜 미디어 계정이 있으며, 외국에 주재한 대사들은 현지 국민들과 교류하는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며 관계 증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출신인 영국 민간단체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는 평양 시민들의 단순한 일상마저 공개를 꺼리는 북한 당국의 비정상적인 조치가 오히려 북한에 대한 국제 이미지만 악화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장마당에 가서 꽃제비들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도 아니고 그냥 평양 시민들이 주말에 어떻게 보내는지 일상 같은 것, 본인들이 주말에 평양 시외로 여행 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그냥 올리셨는데, 그런 것까지 막으니까 해외 시민들이 오히려 눈을 더 뜨고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독일의 통계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2018년 현재 26억 5천만 명에 달합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매일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는 박 간사는 “미디어 활용에 대한 북한과 국제사회의 시각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북한은 김 씨 가족의 세습 정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 도구로 미디어를 활용합니다. 여기처럼 우리가 마음껏 자기 사생활을 나누며 활용하는 미디어는 없습니다. 거기는 정치적 미디어만 존재합니다. 우리는 정보를 통해 새 소식을 접하고 새 소식에 따라 본인들이 새 도전을 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데, 북한은 그런 기본 자유조차 주지 않고 그 자유를 누리지 못해 너무 안타깝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북한에 거주하는 누구든 북한 당국과 타협해야 하고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국과 스웨덴 외교관도 과거처럼 활발한 트윗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이 해마다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북한만이 이렇게 개인의 자유를 혹독하게 억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이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북한만 그런 정보를 접속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인권이 유린되고 정보와 표현의 자유가 유린 당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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