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과의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이후 담화와 무력시위를 병행한 대미 압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을 앞두고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지만, 미국은 ‘기회의 창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일관된 기조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새로운 해법’을 요구한 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입니다.
이후 북한은 주요 외교 당국자들을 총동원해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는 가운데, 자신들이 못 박은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자 대미 압박을 위한 여론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위해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대내외 메시지입니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3일 발표한 담화에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대미 공세는 지난 10월 스톡홀름 실무 협상 결렬 이후 강화됐습니다.
자신들이 취한 ‘선제적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로, 제재 완화 등을 촉구한 겁니다.
김영철 아태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미국이 비핵화 협상 운운하는데 조선반도(한반도) 핵 문제의 근원인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되기 전에는 그에 대해 논의할 여지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북 실무 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도 바로 다음 날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미-북) 대화는 언제 가도 열리기 힘들게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특히 추가 정상회담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서도 유사한 반응을 보이며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우리는 아무 것도 돌려받지 못한 채 더는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며,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지난달 22일 러시아 방문 중 “미국이 우리에게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외교의 기회가 사라지는 경우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 측이 져야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미-북 정상회담에도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북한은 무력시위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올해 네 번째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고, 김 위원장은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인 지난달 23일 남북 접경 지역을 방문해 해안포 사격훈련을 지시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지난 5월 올해 첫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6월과 9월을 제외하고 매달 단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등 올해 13차례 발사체 발사를 감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시종일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며,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 도발을 피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연말 시한’을 압박하는 데 대해 줄곧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북 관계의 변환과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이 큰 것으로 알려진 최선희 제1부상이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와 핵 프로그램 지속이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해, 미-북 간 평화가 유지되고 있으며 자신과 김 위원장은 좋은 관계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좋은 관계가 북한이 핵 합의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