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려 중시’ 왕이 발언, “미국에 책임 전가한 것”

4일 서울에서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회담했다.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북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한의 우려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북 교착 상태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4일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 측의 안전과 발전 방면에 대한 합리적인 관심은 마땅히 중시되고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미국을 겨냥한 발언도 했습니다.

[녹취: 왕이 외교부장] (중국어)

중국은 시종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평화외교 정책을 추구해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큰 나라와 작은 나라의 평등한 관계와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주장하며, 대국이라고 소국을 깔보거나, 힘을 믿고 약자를 모욕하는 것, 또는 남에게 억지로 강요하거나,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와중에 미국이 위구르족 인권 유린과 홍콩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겁니다.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왕이 부장 발언의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쑨윤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입니다.

[녹취: 쑨윤 국장] “What it literally means that China sees the current stalemate of the negotiation between the US and the DPRK as more the responsibility, if not totally the responsibility, of the US, for not taking seriously or resolving DPRK’s security concerns and development needs. So by calling DPRK’s concerns ‘legitimate’, China is taking the DPRK’s side.”

쑨윤 국장은 왕 부장의 발언은 미-북 교착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의 안보에 대한 우려와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고 해결하지도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쑨윤 국장은 또 북한의 우려를 ‘합리적’이라고 부른 건, 중국이 북한의 편을 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왕이 부장의 이번 발언은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한반도 평화 계획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 고위 관리의 첫 언급입니다.

계획안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이 내용을 전달받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북 핵 문제 해법으로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주장해 왔습니다.

‘쌍중단’은 북한은 핵미사일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그리고 미군과 한국군은 연합군사훈련을 각각 중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현재 미-북 실무 협상은 지난 10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 협상이 결렬된 후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실무 협상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방한한 왕이 부장은 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내놓은 ‘한반도 평화 계획안’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입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Sure, North Korea is an important issue for President Moon Jae-in and the ROK, and certainly for China. So yeah, if China has a proposal, I am sure. I worked with Wang Yi in the six-party talks process. He’s not going to shy away from proposing it to President Moon Jae-in.”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에게 북한이 중요한 문제이듯이 중국에게도 마찬가지라면서, 만약 중국이 제안할 것이 있다면 그 내용을 밝힐 것이란 설명입니다.

한편 왕이 부장은 이번 방한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내년 초 한국 방문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패트리샤 김 미국평화연구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전반적인 갈등은 북한 문제와 관련한 양국 간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패트리샤 김 연구원] “I would say the trade war and the general downturn in the US-China relations is certainly not helpful for the US-China cooper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because it takes up so much bandwidth in the bilateral relationship. It doesn’t give much room to officials to focus on potential areas of the bilateral cooperation, whether this is North Korea and elsewhere.”

이런 갈등은 두 나라 관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양국 관리들이 북한 문제를 포함한 잠재적인 협력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중국의 우선순위는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과 같은 극단적 도발만 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눈에 띄지 않는 형태의 대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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