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북한 인권 회의 2년 연속 무산

지난 2015년 2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북한 인권 회의에서 사만사 파워 당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가 2년 연속 무산됐습니다. 유엔 외교관들과 대북 인권단체들은 인권을 협상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상황이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적어도 8개국이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북한 인권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미국이 찬성하지 않아 무산됐습니다.

대신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를 11일에 열자고 요청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최근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사들과의 회동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소식통들은 10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안보리 회의 소집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는 것이 가능한 올해도 안보리가 북한 상황을 논의할 기회를 갖지 못한 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권 문제를 다른 고려사항들과 결합시키거나 비핵화 회담의 협상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안보리 북한 인권 논의가 2년 연속 무산돼 실망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 해결하기 너무나 어려운 이슈들을 거론하기 위해 인권 이슈를 희생시킨 것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들이 전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이해한다며,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인권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루이 샤르보노 유엔 담당 이사는, 안보리가 북한의 지독한 인권 기록을 검토할 기회를 미국이 또 다시 막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 회의를 막음으로써 자의적 구금이나 기아, 고문, 즉결처형, 성폭력, 기타 북한 주민들에게 자행되는 범죄를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미국이 전 세계 인권을 위한 싸움에서 도덕적 지도력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침묵은 잔인한 김정은 정권 아래 살고 있는 수 백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논의하는 안보리 회의를 무산시킨 미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최대 압박에 가능한 한 광범위한 지원을 동원해야 한다”며, “김(정은)의 주민탄압, 테러 활동, 그리고 대량살상무기(WMD) 추구는 모두 철저한 조사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 주도해야 하며, 다른 나라들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최종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반인도범죄에 해당하는 인권 유린이 계속 자행되고 있다고 밝힌 2014년부터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논의를 주도했습니다.

[녹취: 파워 전 대사] “Kim Jong-un, Choe Pu Il, Minister of People’s Security, Ri Song Chol, Counselor in the Ministry of People’s Security ……

2016년 12월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당시 사만다 파워 유엔대사는 김정은 위원장 등 미국의 인권 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들의 이름과 직책을 하나씩 호명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은 ‘세계 인권의 날’인 12월 10일에 맞춰 회의를 개최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회의 소집에 필요한 9개 이사국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4년 만에 처음으로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가 무산됐습니다.

파워 전 대사는 1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오랫동안 안보리에서 북한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잔혹 행위들을 논의하는 것을 막았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외교적 노력 끝에 2014년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돼 이 문제를 안보리 의제에 포함시켰는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위해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은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논의할 때마다 강력히 반발해 왔습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김성 대사는 지난 4일 안보리 이사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북한 인권을 논의하는 안보리 회의를 “또 다른 심각한 도발”로 규정하고 “최후까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사는 회의에 응하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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