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사일 전문가 이언 윌리엄스] “북 미사일 기술 놀라운 진전…고체연료로 빠르게 전환 중”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중대 시험' 전인 지난달 30일 촬영한 발사대 뒤쪽으로 5~6개의 새로운 물체가 포착됐다. 과거 위성사진에 없던 것들로 새로운 시험을 위한 장비로 추정된다. 출처=CNES/Airbus (Google Earth)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했다고 밝히면서 미사일 엔진 시험 여부와 관련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은 그동안 성공시킨 각 미사일의 액체연료를 빠르게 고체연료로 전환해가고 있다며 2~3년 동안 놀라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중대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는데, 동창리 발사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

윌리엄스 부국장) 고체연료를 사용한 보다 큰 엔진을 시험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가장 우려할 만한 가능성이죠. 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액체연료 엔진을 시험했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용 액체연료를 시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엔 개선된 모델이 되겠죠. 훨씬 점진적 개발 과정을 뜻하고요. 하지만 대형 고체연료 엔진이라면 큰 도약이라고 할만합니다.

기자) 엔진 시험은 실제 발사 시험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아왔는데요. 그동안 중요성이 과소평가돼 왔던 건가요?

윌리엄스 부국장) 엔진 시험은 중요한 과정의 일부입니다. 실제 발사가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비용과 국제적 망신에 비하면 시행착오 비용이 덜 듭니다. 그리고 점진적 시험이 가능하고 엔진의 각종 부품이 작동되도록 오류를 바로잡은 뒤 공개해 대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게 해주죠.

기자) 주목받아온 북한의 ‘대기권재진입’ 기술도 엔진과 연관이 있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과거 북한은 로켓 엔진을 폭발시켜 (대기권) 재진입 때 발생하는 열을 모의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재진입체가 열에 견디고 형태를 유지하는지 알아본 거죠. 이번 실험에 그런 목적이 포함돼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발사체를 실제로 쏘아 올린 뒤 비행 패턴을 확인하기 전에는 재진입 여부를 시험하거나 확신을 갖기 어렵습니다. 지상에서 모의실험을 하기 어려운 기능입니다.

기자) 북한 로켓 엔진이 현재까지 갖추지 못한 점은 뭔가요? 어떤 역량이 부족합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의 ICBM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액체연료를 사용합니다. 운용상 큰 문제점이죠. 발사 준비를 위해 오랫동안 연료를 주입해야 하니까 상대방 공격에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체연료는 미사일에 미리 주입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발사를 결정하면 수분 내에 이동식발사대에 올려 쏠 수 있어 매우 유리합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미사일 강국은 모두 고체연료를 사용합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 중대 시험 결과가 전략적 지위를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미사일 엔진을 시험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얻어야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겁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원하는 출력을 얻되 엔진이 폭발하지 않는 게 지상시험에선 중요합니다.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인데, 많은 나라들이 액체연료부터 시험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고체연료에서 원하는 출력을 얻는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이후 고체연료를 생산해내는 것도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고체연료는 아주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 지저분한(dirty and nasty) 물질입니다. 북한은 올해 20차례가 넘게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고체연료를 시험했습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즉 북극성-3형 발사를 빼고는 모두 단거리 발사였죠. SLBM은 사거리가 1500km쯤 되고 역시 고체연료를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북한에선 일종의 고체연료 혁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기자) 그런 시행착오와 노력을 거친 북한이 성능이 크게 향상된 새 ICBM 엔진을 곧 들고 나올 수 있다고 보십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가능합니다. 북한은 지난 2~3년 동안 우리를 크게 놀라게 만들었으니까요. 여기에 외부의 도움까지 더해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의 주장과 기술력 과시에는 항상 어느 정도 사실이 들어있고, 적어도 우리는 그렇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게다가 북한은 드러내지 않고 이미 엔진 시험을 해왔습니다. 2016년에도 대형 엔진 시험을 했는데, 처음엔 K-08 미사일 용이 아닌가 했지만 화성-14, 15형 엔진이었습니다.

기자) 이런 엔진 시험이 곧 장거리로켓 발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발사 시험을 의미할 지도 모릅니다만, ICBM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대신 훨씬 커진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북한은 액체연료 미사일을 선보인 뒤 이를 고체연료로 대체하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러시아제 R-27 SLBM을 본뜬 북극성-1호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처음엔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가 고체연료 엔진을 새로 장착한 뒤 성공시켰죠. 물론 이렇게 떠들썩하게 만들어서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기자) 평화적 우주개발을 내세운 위성발사 형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 상당 부분을 폐기했다고 주장했죠? 위성발사는 몇 단계 대형로켓을 세워 몇 주에 걸쳐 많은 준비를 거쳐야 작업이고, 북한이 이런 계획을 실행한다면 일종의 반전이 될 겁니다. 또한 보다 작은 위성발사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최근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대신, 군사 부문에 보다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당국 차원에선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북한 관리로부터 위성기술이 군사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있는데요. 위성기술이 ICBM에 어떻게 전용될 수 있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기본적 기술이 상당히 겹칩니다. 로켓 발사 뒤 분리와 재점화 단계를 반복하는 모든 과정이 그렇습니다. 이걸 민간 우주 개발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추진하면 국내외적 선전에 이점이 있죠. 위성을 지구궤도에 안착시키는 과정 역시 ICBM 기술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위성은 궤도를 따라 그대로 돌지만, ICBM은 탄두를 탑재하고 다른 궤도를 비행하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다시 지구로 향해 원하는 목표물에 떨어진다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일 뿐입니다.

기자) 앞서 언급하신 대로 북한이 폐기 수순을 보이는 듯 했던 서해위성발사장을 복구한 뒤 발사 시험을 한다면, 그런 종류의 폐기 약속이나 주장이 앞으로 더 설득력을 잃는 것 아닙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은 해체시킬 수 있는 시설을 선정해 마치 관련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을 파괴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데 매우 능하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그것도 아주 극적인 방식으로 말이죠. 이미 무너진 핵실험장을 마치 폐쇄하는 것처럼 보여줬고, 90년대에는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면서 그런 연출을 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을 복구시킨다면 그나마 내세웠던 비핵화 과정을 되돌리는 것으로 간주하시겠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처음부터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는 전혀 이뤄진 적이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으로부터 북한이 주장한 ‘중대 시험’에 대한 진단과 북한의 미사일 엔진 개발 현황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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