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탈북민 청년이 최근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10만 뷰어 돌파 기념판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인들에게 한반도 통일을 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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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 거리 한 복판에 하얀 상의에 청바지를 입은 청년이 양팔을 벌린 채로 서있습니다.
이 청년의 앞에는 “나는 탈북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를 보고 간첩, 반역자라 말합니다.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도 저를 믿으시나요?”라고 적힌 문구가 보입니다.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이 청년을 쳐다보고 지나가거나 아주 가까이에서 청년의 얼굴을 꽤 오랫동안 촬영하는 사람들.
청년의 눈은 검은 안대로 가려져 있어 사람들은 이 청년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마음껏 구경하는 모습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행인들은 하나 둘씩 청년에게 다가가 포옹합니다.
포옹을 해달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지만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에서 2006년 전 세계적으로 퍼진 ‘프리 허그’, 안아주기 운동이란 것을 알아 챈 겁니다.
사람들은 포옹을 하며 “당신을 믿어요”, “파이팅, 잘 왔다.” “고맙습니다.” “남자도 괜찮아요?”라는 농담을 던지는 등 인사합니다.
우르르 몰려온 외국인 대학생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을 한국말로 부르며 탈북 청년을 격려했습니다.
[현장음: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모든 장면은 11분짜리 동영상으로 제작돼 지난 2017년 5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라갔습니다.
이 영상의 시청 횟수는 463만 번이고, 영상에 대한 반응은‘좋아요’가 19만 명, ‘싫어요’ 4천 명이었습니다. 또 영상 아래로 4만 8천 개의 댓글이 남겨져 있습니다.
탈북민 청년 허준 씨가 제작한 39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7백만 5천 번입니다.
영상 가운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에서 포옹하는 장면을 비판하는 메시지도 있습니다.
[녹취: 동영상] “Mr. President Donald Trump, when I saw you hug Kim Jong Un, I thought to myself…”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포옹했을 때 북한 인권에 대해 거론할 거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을 시작으로 2분 30초 메시지가 이어집니다.
영상은 ‘여전히 미국인들과 미국 대통령이 옳은 일을 할 것이란 걸 믿고 있으며 김정은은 위대한 지도자가 아니라 살인자’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녹취: 동영상] “Kim Jong Un is not a great leader but he is a murderer…”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재학 중인 27세 청년 허준 씨는 올해 본격적으로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최근 구독자 수가 12만5천 명에 이르며 유튜브로부터 ‘10만 구독자 달성’ 명패를 받았습니다.
`프리 허그’ 운동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허 씨는 VOA에, 유튜브활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녹취: 허준] “강연을 하게 될 경우,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사실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동영상 플랫폼이 조금 가장 적합한 그런 곳이 되지 않을까? 시간이나 공간에 제약 없이 사실 하나 만으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허 씨는 2017년 영국 런던에서 무슬림 남성에 의해 벌어진 테러 사건 이후 무슬림에 대한 혐오가 커졌을 당시 한 무슬림 청년이 시도했던 `프리 허그’가 자신에게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 청년이 런던 시내에서 “나는 무슬림입니다. 당신은 나를 안아줄 만큼 날 믿나요?” 라는 질문을 던지며 프리 허그 운동을 벌였다는 겁니다.
허 씨는 ‘자신을 믿나요?’ 라고 질문을 던진 이유에 대해, 북한 정권이 저지른 도발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북한 주민이나 탈북민에게 향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허준]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상에서 단순히 생각없이 내뱉는 폭력적인 말들이 어찌 보면 탈북자들에게 향하고 있고, 그거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저희는 그냥 평범한 자유를 찾은 사람들이고,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2천 5백 명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들인데 어찌 보면 다들 피해자인데 왜 1퍼센트가 저지른 그런 일들에 대해서 왜 평범한 2천 5백만 명이 짊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탈북민이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는 사건 등을 보면서 탈북민은 제3세계에서 온 이방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강조합니다.
허 씨는 이런 활동이 스스로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허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무섭기도 하고 변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한 명 딱 다 알아서 해 줬을 때는 그렇게 엄청난 용기가 되고, 그래서 힘을 많이 얻었던 거 같아요. 다가오는 사람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건데,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100명 중 한 명이라도 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동기를 줄 수 있구나 하는 에너지를 얻어요.”
무엇보다 한국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고 관련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사회의 탈북민을 바라보는 시각에 조용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허 씨의 바람은 프리 허그에서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꿈, 자신감, 두려움, 자유, 추진력, 도전’ 등을 주제로 ‘삶에 대한 조언’을 던지기도 하는데요, 이런 내용의 영상들은 보통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나 유명인의 말이 소재가 됐습니다.
허 씨의 프리 허그 운동은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펼쳐졌습니다.
한국의 경기도와 자동차 제조회사 현대의 후원을 받아 해외에서 프리 허그 운동을 벌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허 씨는 앞으로 더 다양한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100명의 탈북민 인터뷰 영상을 소개해 특별한 여정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영감을 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인물이 ‘엄마’라고 말하는 허 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꿈을 이룰 계획입니다.
허 씨의 동영상은 영어로 제작되는 만큼, 해외 구독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올린 프리 허그 영상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본, 푸에르토리코, 독일 등지에 거주하는 구독자들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의 활동은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신문은 허준 씨의 영상을 통해 한국 내 탈북민들의 유튜브활동을 소개하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허준 씨가 학업에 열중해 한국 최고 명문대학에 들어갔고, 지금은 학위가 필요 없는 유튜버가 됐다고 소개했습니다.
유튜브는 구독자가 1천 명이 넘으면 자신의 영상에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자격을 주며, 영상 제작자는 광고 시청 시간에 비례하는 돈을 보상받게 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허 씨 외에도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는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 탈북민들의 유튜브활동을 소개하면서 28세 박수향, 22세 강나라 씨를 예로 들었습니다.
[녹취: 유튜브동영상] “북한에서는 몇 살부터 술을 살 수 있을까요? 걸어 다닐 수 있을 때부터 술 심부름을 했어요.”
신문은 젊은층 탈북민들의 북한 정권에 대한 생각은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세대보다 온화하다고 분석했는데요, 북한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체성이 드러나는 영상이 흥미를 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탈북민 유튜버 중 한 명인 손봄향 씨는 2015년에 시작한 후 1천여 개의 영상을 올렸는데요, 구독자 수가 30만명에 누적 시청 건수는 1억 5천만 입니다.
손 씨는 미용, 음식문화, 결혼, 탈북 이야기 등 매우 다양한 소재의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남자 탱고’ `이소율TV` `BJ 이평` `배나TV` `한송이TV` 등도 한국의 젊은층 탈북민들이 제작 방송하는 유튜브채널입니다.
그밖에 북한인권단체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씨, 요리 연구가이자 북한인권 활동가인 이애란 씨도 유튜브채널을 통해 활약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