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사회에 북한의 미술을 소개해 온 한인 화가가 북한 조선화를 분석한 서적을 펴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사회에 최초로 북한의 현대미술을 소개한 조지타운대학교 문범강 교수가 지난 연구활동을 집대성한 영문 서적 “북한 미술 조선화의 신비한 세계”를 펴냈습니다.
지난 2016년 23점의 북한 미술을 소개하는 “현대북한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 변천’ 전시회를 연 문범강 교수는 당시 전시회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북한 미술 하면 우리가 사실 잘 몰라요.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주의를 선전화라고 하는 것은 맞는 의미인데, 그러나 그 선전화를 보는 또 다른 이면에는 또 다른 그림의 묘미가 있어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북한을 9차례 방문해 북한 화가들과 면담하고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본 문 교수의 주장은 “북한에도 체제선전과 무관한 순수미술이 존재하며, 체제선전 화가라도 예술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문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조선화 너는 누구냐’에서 “전통적인 동양화를 독특하게 발전시킨 북한의 그림을 ‘조선화’라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서양식 유화 대신 수묵채색화가 중심이고, ‘사회주의 사실주의’가 북한에서는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축제인 광주 비엔날레의 미술전 기획자로 참여해 ‘북한 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 전시회를 열어 국제사회에 조선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8년 간의 연구 결과를 담은 신간 ‘북한 미술 조선화의 신비한 세계’를 출간한 것인데요, 이 책은 첫 장 ‘조선화의 탄생’으로 시작합니다.
이 장에서는 조선화 탄생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을 사료로 제시했는데, 문 교수의 최근 연구 내용이기도 합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정치적인 자료를 발굴했어요. 제가 찾아낸거에요. 내셔널 아카이브에서 옛날 문헌들을 찾아냈죠. 그 다음에 거기서 가장 유명한 만수대창작사 어떻게 시발됐고 그 다음에 그 북한의 미술의 그 처음 기저는 소련에서 들어오게 된 거예요. 이 그림 그리는 그 대상이 방법 이라든지. 그래서 나중에는 1956년 이 지나고 ..”
문 교수는 주체사상이 북한 미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보여주는 사진자료도 함께 실었습니다.
평양미술종합대학과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연필화를 그리고 있는 학생들은 서양미술에서 나오는 석고상이 아닌 북한 인민영웅 석고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문 교수는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이 끼친 영향이라며, 이 시기에 조선화가 탄생하고 기초가 세워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미술에 대한 생각도 우리 것을 강조하기 시작했어요. 1947년서부터 조선화라는 말이 나왔지만 1956년 이후부터 조선화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는게, (8월 종파사건 )정치적인 사건을 거치면서 김일성 당시의 중국하고 소련의 등거리 외교를 주장하면서 독립성이 굉장히 주장했어요. 그래서 김일성 시기에는 우리 것을 하자는 기초사상적으로 기초작업이 이뤄졌고.”
두 번째 장 ‘전통적인 조선화 안의 표현의 혁명’에는 초기 조선화의 표현이 평면적이었다는 설명과 함께 당시 활동한 ‘일관 리석호’의 수묵화를 소개했습니다.
문 교수는 리석호와 중국을 대표하는 화가 제백석의 작품을 비교했는데요, 제백석의 ‘등꽃과 참새’와 리석호의 ‘참새’가 나란히 실렸습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중국이 세계적으로 내세우는 화신이라고까지 부르는 제백석 이거 말고 우리 한반도에서 이렇게 큰 족적을 남긴 리석호 그림을 비교함으로서 우리가 당당하다. 우리 그림이 그렇게 동양화를 써도 세계 내놓을만한 그런 당당한 위상을 가졌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조선화의 전성기: 이념화의 변모”, ‘주목되는 현대미술가와 작품들’, ‘집체화’,’현대 문인화’ 로 이어지며 자세한 설명과 분석이 사진과 함께 실렸습니다.
문 교수는 ‘자긍심’이 공통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 조선화의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만연한 그들만의 자긍심인데 이는 유교사상에 뿌리를 둔다며, 그림 속 인물들이 전쟁 상황에서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나 평온을 잃지 않는 얼굴에 단아함까지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문 교수는 조선화의 또 한가지 특징인 ‘집채화’에 대한 기록도 소개했습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이 책의 특징은 이름 그림 속에 분석뿐만 아니라 최초로 그 집채화를 그리는 과정을 소개했어요. 지금 집채화를 그리고 있는 과정인데요 이건 아마도 그 기록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자료가 아닌가 생각이 돼요. 이런 그림 하나를 놓고 여섯 명이 그리는데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37명의 화가가 동원된 36미터 넓이의 집채화를 실었는데, 가로 길이 4미터 안팎 규모의 2015년 작 ‘댐 완공을 기쁨으로 기대하며,’ 그리고 1997년 작 ‘어둔 바다에서의 구출’등 대형 작품으로 큰 행사 등이 있을 때 나온다는 설명입니다.
문 교수는 조선화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동안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일성 시대는 조선화의 탄생과 기초가 마련됐고, 김정일 시대는 전성기를 거쳤으며, 외세와 충돌이 강한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이전에 비해 이념성은 옅어지고 젊은 화가들의 밝은 인민생활을 그린 그림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현대북한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목적으로 출간된 문범강 교수의 ‘북한 미술 조선화의 신비한 세계’.
이 책은 한국 문화체육부로부터 자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향후 한국학을 연구하는 단체나 기관에 배포할 영문 서적을 위한 지원금을 제공한 겁니다.
문 교수는 이는 자신이 조선화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목적에 힘을 실어줬다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북한 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기를 바랬습니다.
북한 미술은 선전화라고 말하는 문 교수는, 이들 작품에 고개를 돌릴지 관심을 보일지는 대중의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문 교수는 미국 정부의 북한여행 금지령이 풀리면 평양에 다시 갈 계획입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연구를 하기 위해 방문하고 싶고. 봐야 할 그림들이 많죠. 최근 그림들. 그리고 가서 그림 그리는 모습도 봐야하고. 새로운 그림. 2년 동안 못 갔어요. 그래서 뭐가 달라졌나 좀 보고, 달라진 거리 모습도 보고싶고.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싶고..”
문 교수는 내년에도 북한의 복제 그림과 화가들에 대한 사후 대우,평양의 문화 등에 대한 책 출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