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 추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세번째 대통령 탄핵인데요. 오늘 ‘아메리카 나우’는 이와 관련한 특집으로 꾸며드립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결국 하원에서 가결됐네요?
기자) 네. 민주당이 주도하는 연방 하원이 18일 열린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 결의안을 가결했습니다. 탄핵안은 두 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는데요. 먼저 ‘권력 남용’ 조항은 찬성 230표 대 반대 197표, 두 번째 ‘의회 업무 방해’ 조항은 찬성 229표 대 반대 198표로 통과됐습니다. 탄핵안 가결 정족수는 재적인원 435명의 과반수인데요. 두 항목 모두 과반 기준을 훌쩍 넘겼습니다. ‘권력 남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보류한 데 따른 것이고요. ‘의회 방해’는 이에 관한 하원 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입니다.
진행자) 대통령 탄핵, 미국 역사에서 매우 드문 일이죠?
기자) 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한 건 지난 1868년 17대 대통령 앤드루 존슨, 그리고 1998년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존슨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 후 수습방안을 둘러싼 대립이 원인이었고요.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수습 직원과의 성 추문에 관한 위증, 그리고 사법 방해 등이 탄핵 사유였습니다. 앞선 두 사람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는데요.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공화당 소속 대통령에 탄핵을 추진한 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죠?
기자) 네, 1974년에는 하원이 공화당 소속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았는데요. 하원 본회의 표결에 앞서 닉슨 대통령이 사임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선거 사무실에 공화당 관계자들이 무단 침입한 ‘워터게이트’ 사건 등에 책임을 추궁 받았는데요. 당시 공화당 지도부는 하원을 거쳐 상원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 닉슨 대통령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 파면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 겁니다.
진행자) 역사적인 이번 하원 표결 상황,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기자) 네, 공화당 의원들은 탄핵안의 두 항목 모두, 출석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민주당에선 대다수가 찬성 투표를 했지만, 일부 이탈표가 있었는데요. 첫 번째 ‘권력 남용’ 조항에 민주당 의원 2명이 반대했고요, 두 번째 ‘의회 업무 방해’ 조항에 민주당 의원 3명이 반대했습니다.
진행자)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이, 누굽니까?
기자) 먼저 ‘권력 남용’ 조항에 반대 투표한 사람은, 뉴저지주 출신 제프 밴 드루 의원과 미네소타주 출신 콜린 피터스 의원입니다. 그리고 ‘의회 업무 방해’ 조항에 반대한 사람은, 이 두 명과 함께, 메인주 출신 재러드 골든 의원인데요. 특히 밴 드루 의원의 경우, 이번 표결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수 없다며,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 세 사람이 민주당 주류와 다른 입장을 정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출신 지역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경우, 다음 하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할 수 있는 압박을 받고 있는 건데요. 민주당 대선 주자인, 하와이주 출신 털시 개버드 의원은 찬ㆍ반 의견을 내지 않고, ‘재석(present)’으로 투표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권한 겁니다.
진행자) 개버드 의원이 기권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미국을 심각하게 분열시킨 당파적 (탄핵) 과정” 때문에, 기권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 만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밖에 공화당의 던컨 헌터 의원과 존 심커스 의원, 민주당의 호세 세라노 의원은 건강 문제 등 개인적인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날 표결에 앞서 양당 의원들이 토론을 했죠?
기자) 네. 당초 양당이 합의한 토론 시간은 6시간이었는데요. 이를 훌쩍 넘기며 저녁 늦게까지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민주당 쪽에선 탄핵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주장했고요. 공화당에선 탄핵 사유가 사실로 확인된 게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으로 탄핵이 필요하게 된 현실이 비극적”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탄핵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의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탄핵 소추 절차는 2단계로 구성됩니다. 하원의 ‘탄핵 조사’, 상원의 ‘탄핵 심판’인데요. 하원에서 탄핵 소추 결의안을 가결하면 기소됐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상원 탄핵 심판에서 유죄, 무죄를 가리게 되는데요. 상원에서 유죄로 나오면, 공식 ‘파면(removed from office)’되는 겁니다.
진행자) 이번 일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기자) 특별한 변화는 없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탄핵 소추안이 가결돼서 탄핵 심판이 열리면, 직무를 정지시키는 경우가 있는데요.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상원의 탄핵 심판에서 탄핵안이 최종 인용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민주당이 근거 없이 탄핵을 강행했기 때문에, 유권자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18일), 대선 경합주인 미시간주에서 유세를 벌였는데요. 이번 탄핵은 오히려, 민주당 측의 “자살 행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상원에서는 탄핵안이 기각되고, 자신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될 것을 자신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19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번 탄핵은 근거 없는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기대처럼, 상원에서 탄핵안이 기각될까요?
기자)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상원의 탄핵안 의결 정족수는 재적인원 3분의 2로, 하원보다 높은데요. 전체 의원 100명 가운데 67명이 찬성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하원 다수당으로서, 탄핵 조사를 주도해온 민주당이 상원에서는 소수당입니다. 민주당과 무소속을 모두 합쳐도 47명인데요. 탄핵안 인용 기준에 20표가 모자랍니다. 따라서 공화당에서 대거 탄핵 찬성에 합류하지 않으면, 가결은 불가능합니다.
진행자) 상원의 탄핵 심판, 언제 진행됩니까?
기자) 이제 성탄절을 비롯한 연말 휴가를 지내고요, 상원은 내년 초에 관련 일정을 진행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 소추안을 상원에 넘기는 일정이 늦춰질 수도 있다고 18일 표결 통과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혔는데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명확한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펠로시 의장이 왜 이런 입장을 밝힌 걸까요?
기자) 탄핵 심판의 구체적인 심리 진행 방식을 놓고, 공화-민주 양당이 합의를 못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있습니다. 최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을 증인으로 부르는 내용의 초안을 제시했지만,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가 거부했는데요. 펠로시 의장은 “상원이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더 알게 되기 전까지 하원 소추위원을 지명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하원의 소추위원이란 게 뭔가요?
기자) 상원에서 진행될 탄핵 심판에 ‘검사’역할로 참석하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들이 들고 가는 탄핵 소추 결의안이 ‘기소장’이 되는 건데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행하는 재판 형식으로 심리가 열립니다. 소추 대상인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는, 본인이나 변호인이 출석할 수 있고요. 일반 재판처럼 증인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상원의원들의 역할은 뭡니까?
기자) 상원의원들은 탄핵 심판에 발언권이 없고요. 배심원 역할을 합니다. 모든 심리 과정을 지켜본 뒤에 인용이나 기각 입장을 정해 투표함으로써, 의사 표시를 하게 됩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반응 살펴보겠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탄핵 소추안 가결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일이 자국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특히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측이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려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탄핵 파면으로 종료되는 것은 예상하지 않았다면서, “공화당이 (상원의 탄핵 심판에서) 그를 구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내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찬성과 반대 여론이 절반 정도로 갈립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거나, 항의하는 집회가 각각 열리기도 했는데요. 정치권에서도 탄핵 사태는 한동안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9일 오후에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6차 토론회가 열리는데요. 탄핵 정국에 대한 각 예비후보의 전망이 중요한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탄핵에 대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입장, 어떻습니까?
기자) 주요 주자들이 일제히, 하원의 탄핵안 가결에 지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선, “우리나라(미국)에 침통한 순간”이라고 현 정국을 평가했는데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옳다고 강조했습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하원의 결정에 동의한다는 영상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샌더스 의원이 영상 메시지에서 뭐라고 했나요?
기자) “오늘(18일)은 미국 민주주의에 슬픈 날이지만, 필요한 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원이 표결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시킨 것은 옳은 일”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아울러 “병적인 거짓말쟁이를 백악관에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예비후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하원이 표결로 그(트럼프 대통령)를 탄핵시킴으로써, (권력 남용 등에) 책임을 묻는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상원의 탄핵 심판에서 배심원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코리 부커 상원의원도 탄핵 심판에서 “헌법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예비후보들은 탄핵안 인용 가능성을 어떻게 봅니까?
기자) 그 문제를 확정해서 언급한 예비후보는 없는데요. 다만,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현행 탄핵 정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사태를 수습하고 우리나라를 전진시킬, 올바른 지도력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언론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 주요 신문이 19일 자 1면 머리기사로 탄핵안 가결 소식을 다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탄핵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통령이 탄핵됐다”, USA투데이도 “탄핵됐다”는 제목을 큰 활자로 찍어냈는데요. CNN과 폭스뉴스를 비롯한 유력 방송사들도, 진보와 보수 성향을 가릴 것 없이, 가장 비중 있는 뉴스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