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알브란트 전 유엔 대북제재위 위원] “북한 제재 회피 가속화…사이버 역량 위험 수위”

일본 외무성이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의심 행위를 적발했다며 지난 6월 공개한 사진. 5월 13일과 14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 '안산 호'와 국적을 알수 없는 소형 선박 1척이 나란히 근접해 있다.

유엔에서 대북제재 업무를 전담한 미 전문가가 북한의 제재 회피 기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며 대응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스테파니 클라인 알브란트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인들이 이름과 국적을 세탁하며 세계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고, 특히 사이버 영역에서는 기존 불법 활동 범위를 넘어서는 역량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를 일부 완화하자는 결의안을 제출했는데요. 어떤 의도로 보십니까?

스테파니 클라인 알브란트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 위원 (사진제공=스팀슨센터)

알브란트) 유엔 제재를 선별적으로 해제하려는 두 나라의 정책을 반영합니다. 유엔 안보리 내에선 제재 방향과 관련해 분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가 벌써 수년 째 제재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점점 강화되고 있죠. 중국과 러시아의 최근 움직임은 이런 분열과 맥을 같이합니다.

기자) 북한의 선박 간 환적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큰 우려 사안이었는데요.

알브란트)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유류 공급망을 악용하고 국제 금융체계에서 해외 회사들과 공모하는 정황을 문서화했습니다. 북한 관련 유류 거래업자들에게 큰 돈벌이가 되는 시장이 존재하고 그 이윤 폭은 상당합니다. 중국 등 한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연루돼 있습니다.

기자) 북한 전 고위관리에 따르면 북한이 여전히 석탄을 수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파악하십니까?

알브란트)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선박 간 환적을 통해 3~4개 동남아시아 나라들에게 20여 차례에 걸쳐 석탄을 넘긴 정황을 조사했습니다. 러시아 극동 항구를 거치는 모습이었죠. 북한은 이렇게 여러 경로를 이용해 가짜 운송을 하고 선박자동식별장치 AIS를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또 항해 경로를 이탈하고 위조 서류를 이용하는 등 각종 수법을 썼습니다.

기자) 그런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해 미국, 일본, 호주 등이 해상 작전을 벌였는데, 단속망에 걸리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보시나요?

알브란트) 그렇습니다. 언제나 상당수의 환적 사례가 적발됐고, 전문가패널은 이를 모두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이 기록은 관련 유엔 회원국에게 전달되고, 해당국들은 자체 정보 수집을 통해 실태를 파악합니다. 이런 상황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제재의 허점을 그만큼 쉽게 찾아낸다는 건지, 아니면 이렇게 위험한 수법을 써야할 정도로 제재가 작동하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알브란트) 북한의 제재 회피 기법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정교해져서 제재를 우회하고 있고요. 그만큼 제재를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가령 북한은 소형 선박에 주로 장착하는 클래스-B AIS를 이용해 (환적 선박들이 소형 선박의 안내를 받는 형태로) 제재를 우회합니다. 개인의 경우 해외주재 북한 대사관의 도움으로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기도 하고요. 이런 개인들이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르면 이들은 일제히 서류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이름으로 나타나 새 위장회사를 찾습니다. 바로 이런 개인들과 회사를 찾아 제재 해야지 자산 동결을 위해 제재 명단에 오른 이름만 비교하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기자) 그런 수법을 적발하고 대응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합니까?

알브란트) 북한이 불법 활동을 계속하는 건 은행 계좌를 열기 위해 다른 이름과 국적을 사용하는데 정말 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이런 활동을 찾아내 조치를 취하는데 숙달돼야 합니다. 북한이 만든 회사들의 법인 등기부에 북한 국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등기부 발행 당국도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요. 많은 경우 홍콩 기업 등의 명의를 빌리기 때문이죠. 합작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 이름을 내세워 북한 국적을 숨기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에 연루된 네트워크는 국경을 넘나들며 돈과 사람, 상품을 보내는데 경험이 풍부하고 잘 훈련돼 있습니다. 세계 굴지의 금융 기관들까지 이용되죠.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선박 ‘와이즈어네스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홍콩 무역회사가 석탄을 매각하는 것으로 하고, 실제로는 인도네시아주재 북한 대사관과 북한 은행 관계자가 중개를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 회사를 이용해 미국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를 통해 송금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에도 계속 핵과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을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십니까?

알브란트)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했고 올들어 2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쐈습니다. 김정은은 이미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한 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올해) 7번째 신년사를 통해서도 그런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그런 그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전문가패널도 그렇게 보고했고요.

기자) 안보리 대북제재위에서 활동하시면서,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뒤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이 느슨해 졌다고 느끼신 적이 있습니까?

알브란트)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한 건 2017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해 6월2일, 8월5일, 9월11일, 그리고 12월 결의안을 채택했죠. 그 전엔 2016년 3월 2일, 11월30일에 그렇게 했고요. 그게 전부였습니다. 유엔의 다자 제재 체제에서 2018년부터 2019년 내내 새로운 결의안은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기간 동안 대북제재가 강화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기자) 대북제재가 다소 느슨해 졌다는 뜻은 아닌가요?

알브란트)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제재 완화란 일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니까요. 유엔 안보리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신규 제재를 채택하지 않았으니 그 전에 통과된 제재만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존 제재는 그대로 있지만 이후 제재가 강화되지 않은 것은 명백합니다.

기자) 대북제재위에서 특히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집중적으로 추적하셨는데요. 북한의 사이버 공격 역량은 현재 어떤 수준까지 왔다고 파악하시죠?

알브란트) 북한이 사이버 영역에서 갖고 있는 기반시설과 기술적 역량에 대해 정책 당국자들은 오랫동안 의구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정책 대응이 늦어지게 됐고요. 북한과 외교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를 겨냥한 북한의 정교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 이해하고 방지책을 찾는 것이 매우 시급합니다. 북한은 외화를 획득하고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는데, 현재 사이버 공격을 통해 벌어들이는 경제적 이득이 다른 불법 활동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을 넘어섰습니다.

기자) 실제로 북한의 많은 사이버 공격 사례가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알브란트) 예. 몇몇 공격은 정말 정교했습니다. 2018년 5월 칠레 은행을 해킹해 1000만 달러를 국제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를 통해 홍콩으로 빼돌렸고, 같은 해 8월에는 인도의 코스모스 은행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1400만 달러를 가져갔습니다. 5시간 동안 28개 나라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돈을 빼갔는데, 기법이 매우 정교하고 계획이나 조율도 철저했습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방어망을 3중으로 쌓았습니다. 거래 확인 절차를 건너뛰기 위해 스위프트를 위태롭게 만들었고, 은행 내부 시스템을 훼손시켰으며, 현장에서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동원했습니다.

기자) 사이버 영역에서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까?

알브란트) 은행과 실제 현금을 겨냥하는 방식에서 대응과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돈 세탁도 여러 차례 할 수 있는 영역이죠. 많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 부문에 비해 규제가 훨씬 덜하다는 것은 북한의 공격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입니다.

기자) 그런 공격엔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알브란트)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스위프트 전산망 공격, 가상화폐(거래소) 공격, 가상화폐 채굴로 나눌 수 있는데, 각국은 금융 부문과 기관에 적용하는 기존 규제를 가상화폐 영역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돈세탁 방지 의무가 있으니까요. 아울러 수상한 거래를 주시하고 정부에 관련 정보를 보고하는 체계도 갖춰야 합니다. 더 나아가 해당 자산을 동결시킬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매우 견고한 정보 교환과 협조 체계도 구축돼야 합니다. 정부가 구체적인 사이버 공격 정보를 사법, 금융 기관 등 각 부처와 민간 부문, 그리고 다른 나라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선의 대응 기법도 서로 나눠야 하고요. 또한 사이버 공격이 다른 부문이나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기술적인 ‘분리’ 기법도 개발해야 합니다. 여태껏 보지못한 훨씬 정교한 공격과 전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고도로 훈련된 세력을 상대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요건들입니다.

스테파니 클라인 알브란트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 위원으로부터 북한의 제재 회피 현황과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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