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북한이 정상 간 만남이라는 전례없는 외교적 기회를 제공한 트럼프 정권 내에 미국과 진전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제재 완화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는 듯 하지만 두 나라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해야 하는 만큼, 북한에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손튼 전 대행을 김카니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 ‘충격적 실제 행동’과 ‘전략적 무기’를 예고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아직 열려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의 전원회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전원회의 결과는 미-북 간 외교적 과정이 북한에 이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힌 것 같습니다. 나흘간의 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대미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 모라토리움을 얻어내고 한국전쟁 미군 유해 55 상자를 되돌려 받은 것을 업적으로 삼는 역학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미국은 많은 것을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공평한 것입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큰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 모라토리움을 깨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의 위협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바꿀만한 극적인 행동을 김 위원장이 하느냐에 있습니다. 현재 북한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이며, 이를 완화하거나 해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갔으며 나흘간의 전원회의를 통해 어떻게 이 제재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색한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로부터 어떻게 제재 완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대미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는데요,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 혹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감행할 것으로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일각에서 북한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혹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탄핵 국면과 재선 캠페인 등이 얽혀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계산법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경제난으로 인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핵실험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을 분리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저강도 도발로 시작해 도발 수위를 높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계속 하겠다고 신호를 보내왔던 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향후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재 완화를 주장해왔던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어떻게 확대될 것으로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은 현재의 제재 국면에서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관광을 통한 외화벌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중국과 러시아도 현재 집행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찬성했기 때문에 이를 이행해야 합니다.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많은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대북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제재 국면에서 구멍은 있기 마련이고 밀수 등을 위한 노력은 북한에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관건은 한 나라가 제재의 구멍을 막기 위한 자원을 얼마나 할애하느냐 입니다. 중국의 역할은 이와 관련해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북 제재는 많은 분야를 망라하고 있어 밀수 등은 북한의 경제에 비한다면 작은 부분일 것입니다. 또, 중국은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비쳐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기존 방식의 대화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북한이 하려는 협상은 그럼 어떤 방식이고, 미국이 과연 여기에 호응할 수 있겠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굉장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미국은 다양한 방식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고 북한이 제안해온 것은 없습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북 정상 간 대화가 있어도 이것이 실무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비핵화 과정에서 진전을 내기 위한 상세한 부분에 관여하는 게 매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것이 비핵화 과정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 양측이 어떻게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미국과 외교적으로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들을 보낸다면 “기다려보기(wait and see)” 접근법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다시 관여하는 것이 북한의 이해관계에 맞는 것인지 지켜보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력하게 유지되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북 지렛대는 많이 없는 상태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대선이 있는 것을 감안해 2017년의 ‘화염과 분노’ 국면으로 가는 것을 피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화염과 분노’ 국면으로 돌아가는 것이 김 위원장의 이해관계에 부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제재를 완화해줄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트럼프 행정부가 내보내는 메시지에 따르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 이상 제재 완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대화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제재 완화를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첫 번째 조치는 뭐라고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대화를 시작하는데 동의해야 합니다. 북한은 그동안 격에 맞지 않는다고 해왔지만 말입니다. 또, 협상 초반에 북한이 제안했던 것들을 다시 검토해 북한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봐야합니다. 비핵화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이끌어내는 것도 첫 번째 조치가 될 수 있습니다.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를 어떻게 북한에 유리하게 끌고 갈 것으로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김 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있다는 점이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정치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났고,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외교적 관여는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것을 보고 싶어할 것이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 기간 북한에 긍정적인 결과들을 도출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은 급한 것 같지 않습니다.
기자) 대선 때까지 어떻게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달래기 위해 어정쩡한 합의 혹은 추가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지금부터 11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 비핵화와 관련한 진지한 합의를 할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협상하는데 굉장히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미-중 무역 협상이 하나의 예입니다. 관세와 관련해 미국이 많은 대중 지렛대를 쌓아 미국에 유리한 합의를 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행정부가 미-중 협상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이러한 협상이 쉽지 않다는 점일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잠정적인 첫 번째 합의에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 혹은 그 이후의 단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다면 이전의 실패했던 사례들을 반복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예일대 법대 방문교수 겸 중국센터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으로부터 향후 미-북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카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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