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일각 ‘탄핵안 신속 제출’ 촉구...하원, 대통령 전쟁권 제한 결의안 가결

캘리포니아 출신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의원.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탄핵 심판 개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이야기가 민주당 상ㆍ하원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같은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조만간 탄핵안을 상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란 사태 와중에,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자금으로 36억 달러 예산을 전용하도록 법원이 허가한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 어떻게 진행중인지 살펴보죠.

기자) 네.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하원을 향해, 탄핵안을 빨리 넘기라고 연이어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탄핵 심판을 신속히 개시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건데요. 규정 확립 문제로 양당이 부딪히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탄핵 정국에 변수가 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캘리포니아 출신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이 먼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것(탄핵)이 중대하고 시급한 문제라면, (상원으로) 보내라”면서, “그게 아니라면 보내지 말라”고 8일 하원을 상대로 촉구했는데요. 지체 상황이 “길어질수록, 시급성은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파인스타인 의원의 ,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하원은 지난해 탄핵소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의회 업무 방해’ 혐의가, 미국의 민주주의와 공화정에 ‘중대하고 시급한’ 위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충분한 조사와 증거 확보 없이, 탄핵안을 졸속 처리한다는 공화당의 입장은 배척됐는데요. 그렇게 시급한 문제라면,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을 하루빨리 상원에 제출해서, 후속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파인스타인 의원의 말입니다.

진행자) 이런 의견을 밝힌 민주당 상원의원이 있습니까?

기자) 네. 웨스트버지니아 출신 조 맨친 의원도 8일, 같은 의견을 내놨는데요. 하원을 주도하는 민주당이 탄핵안을 조속히 상원에 제출해서, 심판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몬태나주의 존 테스터 의원도 “케이크가 이미 익은 것 같다”며, 탄핵 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탄핵안을 빨리 넘기라고 하는 민주당 상원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네요?

기자) 또 있습니다. 델라웨어 출신 크리스 쿤스 의원은 “공정한 심판이 될지 (하원의장이) 우려하는 건 존중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일을 진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탄핵 심판 절차 개시를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공정한 심판이 될지 하원의장이 우려한다는 무슨 말입니까?

기자) 탄핵 심판 진행 방식에 관한 ‘공정한’ 규정이 확립될 때까지, 탄핵안을 상원에 넘길 수 없다는 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입장입니다. 이 ‘공정한’ 규정은, 증인 채택 문제가 핵심인데요.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전ㆍ현직 당국자 4명의 증인 출석 여부가 확정돼야, 탄핵 심판을 개시할 수 있다고 민주당은 주장합니다. 반면 공화당은 심판 절차를 우선 시작한 뒤에, 증인 소환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면서 맞서고 있습니다.

진행자) 증인 채택 문제로, 탄핵 심판을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하원은 지난달 18일 본회의에서 탄핵 소추 결의안을 가결했는데요. 지금까지 3주가 넘는 동안, 펠로시 의장이 탄핵안을 상원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탄핵 심판을 이달 내로 마무리하기를 희망하면서, 관련 절차를 신속히 개시하자고 요구해왔는데요. 양당의 입장이 맞서면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같은 소속인 펠로시 하원의장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잇따라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은 세계적인 관심사라서, 주요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영국 공영방송 BBC는, 펠로시 하원의장이 상원의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지지기반을 잃었다고 해설했습니다. 또 탄핵 심판이 지연될 경우, 대선 후보 경쟁에 나선 상원의원 다섯 명의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하원에선 펠로시 의장의 입장을 꾸준히 뒷받침하는 상황이라고 주요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중도파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모두가 펠로시 의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는데요. 하지만, 하원의 주요 보직을 맡은 중진 의원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서, 이런 분위기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진행자) 다른 목소리를 민주당 중진 하원의원, 누굽니까?

기자)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입니다. 9일 CNN 인터뷰에서, 이제 탄핵안을 상원에 제출할 “시간이 됐다”고 말했는데요. “탄핵안을 상원에 보내서, 공정한 심판의 책임은 미치 매코넬(상원 공화당 대표)이 지도록 할 때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펠로시 의장은 여기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탄핵안을 무한정(indefinitely) 붙잡아 두고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9일 주요 현안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입장을 밝혔는데요. 정확히 언제 상원에 탄핵안을 제출할지 생각해 두고 있다면서, “아마도 매우 가까운 시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공화당 쪽은 어떤 흐름인가요?

기자) 공화당은 상원의 관련 규칙을 바꿔서, 탄핵 심판을 개시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일단 심판을 시작하고, 나중에 증인과 증거 채택 안건을 다뤘던, 지난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의 선례를 참고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표결할 계획이라고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대표가 앞서 밝혔습니다.

진행자) 표결하면 공화당 뜻대로 될까요?

기자) 그럴 것 같습니다. 상원의 탄핵 심판 진행 규칙은 재적의원 100명의 과반수 의결로 제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데요. 의결에 “필요한 표를 확보했고”, 공화당 의원 53명 중에 아무도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매코넬 대표는 말했습니다.

진행자) 탄핵소추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정국 전반이 “웃기는 일(joke)”이자, “사기(scam)”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9일 트위터에 이렇게 적으면서 “펠로시(하원의장)가 탄핵안을 넘기길 원하지 않는다”고 현재 상황을 언급했는데요. “오랜 조사와 괴롭힘 속에서도 아무런 범죄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안 제출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9일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고요?

기자) 네. 9일 전체 회의 표결에서 224-194로 가결됐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앞서 8일 성명을 통해, 이란에 대한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제약하는 ‘전쟁 권한 축소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앞으로 이란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할 때, 의회 승인 없이는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결의안을 표결하는 건가요?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를 결정하는 과정을 의회 구성원들은 심각하고, 긴급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펠로시 의장은 말했습니다. 특히, 정부가 “(군사행동을) 진행하는 데 전략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런 우려가 “오늘(8일) 브리핑에서 해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어떤 브리핑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행정부 주요 외교ㆍ안보 당국자들이, 이날(8일) 상ㆍ하원 주요 인사들에게 최근 이란 관련 현안을 비공개 브리핑했습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그리고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정부 입장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현장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내용이 부실하다고 혹평했고요. 집권당인 공화당 의원 중에서도 강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의원 누가, 뭐라고 비판했나요?

기자) 유타주 출신 마이크 리 상원의원과 켄터키주 출신 랜드 폴 상원의원이 특히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소한 군사 현안에 관해, 지금까지 본 최악의 브리핑”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상원의원 100명에 대한 모독이자, 미 헌법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폴 의원은 브리핑 내용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못미쳤다”면서, 방송 출연 등을 통해 행정부 당국자들을 적극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비판에 정부 당국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행정부의 입장을 적극 변호했습니다. 9일 NBC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투데이쇼(The Today Show)’에 출연해서, 관련 질문에 답했는데요. 브리핑 내용이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 기밀 사항을 의회 관계자들과 세세히 공유하지는 않는다고 펜스 부통령은 말했습니다. 이어서, 극도로 민감한 사안의 성격상, 정보원 보호 등을 위해 제한적인 브리핑만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하원을 통과한 전쟁 권한 제한 결의안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의 적용기준을 강화하는 겁니다. 이 법에 따르면, 의회가 대통령의 선전포고를 승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군대를 60일 이상 동원할 수 없고요, 또 의회 승인 없이 군사 조치를 취했다면 48시간 내 의회에 통보해야 합니다.

진행자) 적용 기준을 어떻게 강화하는 겁니까?

기자) 의회 승인 없이는 이란에 대한 미군 사용을 중단하도록 하는 겁니다. ‘임박한 위협’에 방어할 필요가 있을 경우만 예외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뒤, 연방 의회는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제거할 수 있도록 테러 조력 세력 등에 대해 군대를 동원하는 ‘무력사용승인권한(AUMF)’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는데요. 이같은 권한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적극 행사했고요,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무인기(드론) 비밀작전 수행 때도 발동했습니다.

진행자) 그런 권한이 최근 이란 사태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기자)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군부 실세 카셈 솔레이마니 소장에 대해 드론 공습을 명령한 근거도 이 권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미국에 임박한 위협에 대응한 작전이었는지 논란이 이어졌고요, 이에 따라 하원이 대통령의 재량을 줄이는 결의안을 추진하게 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표결에 앞서 “모든 공화당 의원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길 바란다”고 트위터에 썼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하원에서 결의안이 채택됐지만, 곧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원이 이걸 받아서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있는데요.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는,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8일 열린 브리핑에 반발하는 공화당 중진들의 목소리 때문에, 상원 여론이 바뀔 수 있다고 보는 쪽도 있습니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 엘파소에 새로 국경 장벽이 건설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가지 소식 보겠습니다. 남부 국경장벽 건설 자금에 관한 법원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네. 연방 항소법원이 8일 밤, 36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부 예산 일부를 국경장벽 건설 사업에 전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를 금지시켰던, 지난달 하급심 명령을 뒤집은 건데요. 연방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제5 순회항소법원 재판부는 이날 찬성 2 대 반대 1로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국경장벽 건설 사업이 뭔지, 우선 살펴보죠.

기자) 멕시코와 접한 남쪽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사업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선거 공약 중 하나인데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몰리는 불법 이민을 막고, 마약 등의 밀거래도 차단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관련 예산을 원활히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장벽 예산을 놓고, 의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를 못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가 제때 안돼서, 주요 기관 업무가 일시 정지되는 ‘셧다운(shutdown)’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지난 2018년 말부터 이듬해 연초까지 35일간 계속되면서, 사상 최장 기록을 남겼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다른 예산을 전용하기로 한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측은 관련 자금 배정이 어려워지자, 국방부 예산을 전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금액을 충당했는데요. 국방예산을 끌어오는 근거를 세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2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전용 허가된 액수가 36 달러인가요?

기자) 지난해 9월, 36억 달러를 장벽 사업에 투입하도록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승인했습니다. 집행이 지연된 국방부 해외 건설사업에서 절반을 끌어오고, 미국 내 사업에서 나머지 절반을 메우도록 했는데요. 국방부가 이렇게 결정한 직후, 집행을 막아달라는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이 소송에서 1심은 원고 측이 이겼지만, 항소심에서는 정부가 승소한 겁니다.

진행자) 소송이 나온 이유는 뭡니까?

기자)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 권한을 남용했다고, 일부 지역 당국과 인권단체 등이 반발했습니다. 특히 접경지역인 텍사스주 엘파소 카운티 측이 소송을 주도했는데요. 해당 지역에서 ‘비상’ 사태로 간주할 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항소심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왔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긴급 뉴스’라면서, 트위터로 이번 판결 소식을 전했는데요. “간절하게 필요하던 장벽 건설사업에 가장 큰 구간 중 하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적었습니다. 따라서 “장벽 전체 구간이 공사중이거나, (공사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원고 측은 이 문제를 대법원까지 가져갈 계획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현재 장벽 건설 사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대로, 주요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이번 소송과 별도로, 국방부 마약 대처 예산에서 25억 달러를 전용하는 건이 있었는데요. 역시 반대 소송이 제기됐지만, 대법원에서 정부가 승소했습니다. 따라서 이 금액은 그대로 집행됐고요. 공화-민주 양당이 합의한 올해 정부 지출안에도, 장벽 건설 자금 약 14억 달러가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