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핵 전문가 올브라이트] “북 핵 정보 파악 어려워져…이란에 확산 우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북한의 비밀 핵시설 운영으로 핵물질 생산 실태를 파악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미국의 핵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의 ‘강성’에서 운영된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정보도 미궁에 빠졌다며, 늘어난 핵무기가 이란 등에 대한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의혹 단계에 머물러온 북한과 이란의 핵 협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사찰과 2012년 미-북 간 2.29 합의에 참여했던 올브라이트 소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소장님께서 2015년 발표하신 2020년 북한 핵무기 전망치가 당시 큰 주목을 받았고 이후에도 계속 인용돼 왔습니다. 최소 20개에서 최대 100개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추정하셨는데요. 2020년 현재 5년 전 연구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최악의 상황은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아직 경수로를 본격 가동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2018년 가동을 시작했다면 위험스런 상황이 됐을 겁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최대 100개에 달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최소에서 중간 단계로 전망한 20~50개 사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전히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당시 추정치의 중간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 절반에 해당되는데,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자) 최근까지 북한의 핵 관련 활동을 감안한 보다 정확한 추정치는 나오지 않았나요?

올브라이트 소장) 지난 2년 동안은 구체적 분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미-북 간 모종의 합의가 이뤄져 새로운 정보가 공개될 경우를 기다렸습니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죠. (비밀 장소인) ‘강성’ 농축시설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알려진 게 전혀 없습니다. 영변 원자로 외에는 어떤 정보도 없는 겁니다. ‘강성’에 대해선 정보 당국자들과 IAEA에서도 말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현재까지 북한이 플루토늄을 얼마나 분리했는지 모릅니다. 6kg인지 8kg인지 정확한 분석이 어렵고, 최근에도 플루토늄 분리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만 정확한 양을 모릅니다. 영변 원심분리기 시설에서 무기급 우라늄이 얼마나 생산됐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기자) 북한의 비밀 핵시설과 가동 실태를 파악하는 게 관건인 것 같군요.

올브라이트 소장) ‘강성’ 시설이 알려지면서 북한이 이미 내부를 비웠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비밀 농축시설을 원하니까요. 원심분리기로 가능한 일입니다.

기자) 억지력을 갖추는 게 북한의 목적이라면 핵무기 20~50개도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핵확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요.

올브라이트 소장) 저도 그런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북한이 핵무기 판매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란은 현재 핵폭발 물질의 소스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란 핵합의를 어기고 핵물질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있을지는 몰라도 엄중한 감시 속에서 아직 핵물질을 손에 넣지는 못했습니다. 여름까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아직 수개월 남았고,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란이 추구하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에 북한이 동참한다면 북한의 플루토늄 혹은 무기급 우라늄이 이란의 옵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자) 미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확산과 달리 핵 확산 정황에 대해선 말을 아껴왔는데요. 충분한 증거가 누적되지 않은 건가요?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과 이란의 핵 협력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북한이 시리아에 원자로, 혹은 원자로 일부를 조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런 정황은 매우 어렵게 포착됐고, 그나마 원자로 완공이 가까워진 시점에서야 발견됐죠. 이스라엘 정보 당국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2018년) 빼낸 이란의 핵 개발 비밀 정보에는 북한과의 핵 협력 증거는 들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동안 두 나라의 핵 협력 관련 보도가 드물게 나오긴 했지만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고요. 북한이 이란에 핵무기 관련 암호나 정보를 이란에 제공했다는 내용이었죠.

기자) 북한과 이란의 핵 역량을 비교해보면 뭔가 단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올브라이트 소장) 이스라엘이 습득한 이란의 비밀 정보에 따르면 이란은 상당한 핵무기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샤하브-3 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장착하는 문제와 관련 설계를 여러 차례 시험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죠. 이란은 이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고 2003년 이를 축소했습니다. 이 시점 이후 북한이 정말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도울 수 있었는지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유용한 무엇인가를 건네 받았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으로 원자로를 지었던 사실을 감안할 때 북한과 이란이 중요한 핵 관련 지원을 서로 주고받았을 우려는 남아있습니다.

기자) 핵 과학자들이 의혹을 갖고 있는 특정 핵 협력 부문이 있나요?

올브라이트 소장) 핵무기 자체가 아니라 원심분리기라는 의심도 있고, 그 반대라는 의혹도 있습니다. 핵무기 개발에 결정적인 무엇인가를 서로 조달했을 수 있다는 건데, 이런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6자회담, 혹은 공개되지 않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회의록에는 북한의 핵확산을 막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또 어떤 비핵화 관련 계획에도 북한의 핵확산을 더 엄격히 금지하는 문구가 포함되는 것이고요.

기자) 극도의 비밀 유지를 위해 이란이 북한 내에서 핵개발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 그런 주장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 알기 어렵습니다. 현재 초점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맞춰져 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혹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는 다릅니다. 공개된 프로그램과 비밀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주로 원심분리기를 통해 무기급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습니다. 정권이 결정하면 곧바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도록 말이죠. 미국은 북한이 이 과정에 연루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제재 강화와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로 궁지에 몰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할 동기는 커진 상황입니다.

기자) 북한의 핵확산 여부는 공론화되기에는 여전히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씀이군요.

올브라이트 소장)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 같은 조직에서 북한과 다른 나라 간의 핵 협력 정황에 대해 언급한다면 미국의 비확산 노력과 성명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과 미사일 협력을 지적하는 것은 실질적 증거를 동원한 분석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 협력 증거는 국가 차원에서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이런 우려에 대해 대답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싱가포르 정상회담 회의록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확산하지 말아야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실태 파악에 어떤 한계가 있습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핵무기 관련 지식과 전문가들을 주고받는 정황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두 나라가 은밀히 진행하는 활동을 꿰뚫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과 시리아의 관계도 그랬습니다. 두 나라가 미사일과 화학무기 협력을 하는 것은 알았지만 핵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은 오랫동안 알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남천강회사가 이 모든 협력에 역할을 했는데 말입니다. 이들은 핵 협력을 숨기는 수단으로 미사일 협력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실태를 파악하기 더 어려워지는 거죠.

기자) 북한과 이란 핵 과학자들이 교차 방문하며 기술을 주고받은 듯한 정황은 몇차례 보도된 적이 있는데요.

올브라이트 소장) 뭔가 진행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이 예상보다 훨씬 앞서있다는 사실도 이란의 비밀 문서를 가로채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분석해온 이스라엘 당국조차 놀랐으니까요. 다른 모든 정보당국들도 매우 놀랐고요. 이처럼 내부 문건을 확보해야만 핵무기 개발 실태를 이해할 수 있는데, 북한의 경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북한의 핵 역량과 확산 정황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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