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 측 시설의 철거를 요구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대남 통지문을 보내온 것인데요, 한국은 이에 대해 개별 관광을 추진해 대북 제재 속에서 북한과의 끈을 이어가려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말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다음달까지 금강산 남측 시설물을 모두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대남 통지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11월에도, 11월 말을 시한으로 한 시설물 철거 요구 통지문을 한국 측에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전면적인 철거 요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금강산 내 컨테이너 숙소 등 오랜 기간 방치돼온 일부 시설에 대한 정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전면 철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금강산 시설 철거에 대한 남북 간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의 17일 브리핑입니다.
[녹취: 이상민 대변인] “북한으로서는 지금 ‘남측 시설을 다 철거해야 된다’ 그리고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야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저희는 ‘남북 당국 간 만남이 필요하다’ 이런 입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는 말씀 드립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해제를 원하는 북한이 미국과는 좀 다른 정책을 펼치라는 대남 압박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면, 2월 말까지 시간을 더 줄 테니 다른 행보를 보이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겁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박영자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박영자 연구위원] “북측이 원하는 그런 대안은 아니더라도 남북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끈을 유지하려고 하고, 개별 관광이라도 하려면 북측과 관계를 맺고 신변안전 이런 게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이 최대한 돌발 행동을 하지 않게 관리하는, 곧 총선도 있고 한반도의 안정적인 관리가 상반기에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우리를 더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것이고...”
박영자 연구위원은 대북 제재의 경우 한국 정부가 직접 손을 쓸 수 없는 만큼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개별 관광 차원에서 비공식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려대 북한학과 임재천 교수는 북한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한 대남 통지문 재발송과 남측의 개별 관광 추진 간 어떤 상호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측 요구에 대한 대안 차원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겠다는 의사를 북한 당국에 전달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이 이에 만족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재천 교수] “오늘 통일부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니까 만약 북한이 ‘세발의 피다’, ‘도움이 안된다’ 그렇게 나오면 한국이 또 어떻게 대응할지 봐야겠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한테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 북한이 2월까지 연기해주고 한국 정부가 이런 개별 관광 조치를 취하는 이런 상황인데 북한이 만족할지는 며칠 이내에 입장이 나오면 그것을 또 봐야겠죠.”
실제로 한국 정부는 북한 개별 관광 추진을 위해 ‘5.24 조치’를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5.24 조치에는 한국 국민의 방북 금지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의 17일 브리핑입니다.
[녹취: 이상민 대변인] “2010년도에 5.24 조치가 취해진 이후에도 대북 인도 지원이라든지 사회문화 교류, 또 당국 간의 어떤 회담 이런 여러 가지 계기를 통해서 유연화 조치를 통해서 방북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개별 관광 역시 남북한 민간 교류의 어떤 확대 이런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고요.”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취한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로, 가장 대표적으로 개성공단이 폐쇄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당국의 한국 국민에 대한 개별 관광 허용이라며, 현재 외국 관광객들의 북한 관광이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도 관건은 남측의 이같은 개별 관광 추진에 대한 북한 당국의 수용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개별 관광이 소리는 요란해도 실질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 제안을 받느냐 하는 거죠. 단체관광의 경우는 대규모로 들어오니까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개별 관광의 경우는 아마 중국 여행사를 통해서 들어간다든가 그런 부분에서는 서로 협의가 필요하죠. 그리고 우선 북한이 받아야 하는 거니까”
한국 통일부는 개별 관광이 남북 간 민간 교류 기회 확대 차원에서 상당히 의의가 있다며, 북한의 여러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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