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남북한은 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뿐 아니라 미사일 경쟁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1998년부터 불붙은 남북한의 미사일 경쟁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남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거친 설전을 벌였습니다.
북한이 3월 21일 순항미사일에 이어 3월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우려의 뜻을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발사 이튿날인 3월 26일 ‘서해 수호의 날’기념식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크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곧바로 담화를 내고 남한의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한 발언을 인용하며 “극명하게 모순된 연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북한이 한 것은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냐"고 쏘아붙였습니다.
관측통들은 김여정 부부장이 언급한 한국의 탄도미사일이 현무-4 미사일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은 북한의 지하요새를 파괴할 수 있는 특수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지난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전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성공을 축하한다”고 밝혔습니다. 현무-4 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2t, 사거리는 800km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3월 2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한국의 현무-4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발사한 것이 “2.5t 탄두에 600km를 비행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현무-4와 비슷한 제원이라는 겁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남북한의 미사일 경쟁은 한 쪽이 미사일을 개발하면 다른 쪽도 이에 맞서는 미사일을 만들 정도로 치열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is is competition both side military complex move forward…”
남북한의 본격적인 미사일 경쟁은 1998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해 8월 북한은 장거리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노동미사일, 그리고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잇따라 쐈습니다.
그러자 당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180km에 묶여있던 미-한 미사일 지침의 사거리를 300km로 늘렸습니다.
이어 한국은 사거리 500-1천500km의 현무-3 순항미사일을 순차적으로 개발해 실전배치했습니다. 미국의 토마 호크 순항미사일과 비슷한 현무-3 미사일은 지상은 물론 함정과 잠수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전략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을 계기로 크게 변했다고 말합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인공위성을 개발한다는 명분 아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한편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스커드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집권한 김정은 위원장은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함께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개발을 병행 추진하는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2015년 1월 함경남도 신포에서 ‘북극성-1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사출시험을 했는데, 북극성-1형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이었습니다.
이어 북한은 2017년 2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북극성-2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북한은 또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18차례에 걸쳐 신형 전술유도무기, 대구경 방사포, 북극성-3형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모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발사체였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액체연료보다 훨씬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Launching very quickly and very stealthily without tracking…”
지난 20년간 계속된 미사일 경쟁을 통해 남북한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미사일 전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ICBM급인 화성-13형, 화성-14형, 화성-15형 장거리 미사일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략군은 이 미사일들을 주로 북-중 국경지대에 배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노동미사일도 수 백여기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들 미사일은 황해도와 강원도 원산 일대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서울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과 방사포, 그리고 장사정포 수 백대가 휴전선 일대에 집중 배치돼 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은 3천t급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순항미사일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공대지 미사일이 없으며, 적의 미사일을 막는 요격용 미사일도 없습니다.
한국은 현무-1과 현무-2, 그리고 현무-4 같은 단거리, 중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갖추고 있습니다. 순항미사일인 현무-3도 이미 실전배치한 상태입니다.
또 전투기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km의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을 확보했으며, 공대지 미사일도 자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방어용 요격미사일 체계도 갖추고 있습니다. 서울과 오산 등 군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저고도용 패트리엇 미사일(PAC-2/PAC-3)를 배치한 데 이어 2016년부터는 중거리 요격미사일 ‘천궁’을 배치했습니다.
또 100km 이상 높은 고도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2017년 9월 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도 배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양적’ 측면에서는 북한이 우세하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한국이 우세하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핵탄두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래식 미사일이 800여 기에 이릅니다.
반면 한국군은 미군이 제공하는 정보위성과 각종 정찰기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군의 미사일은 모두 고체 추진 방식입니다.
미사일은 유도장치가 중요한데 한국 군의 미사일은 모두 미군이 사용하는 초정밀 군용 위성항법체계 (GPS)를 사용합니다. 반면 북한의 경우 구식 유도장치나 일반 위성항법체계(GPS)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 한국 군 군비통제관실에서 근무했던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국 군의 미사일 전력이 북한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수적으로는 북한이 많겠지만, 기술력이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1000km 사거리 이하만 놓고 보면 우리 미사일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다만 북한이 핵탄두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비대칭성이 있는 거죠.”
남북한의 미사일 경쟁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인해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한국과 일본에 사거리 1000km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로버트 에이브럼스 미한연합사령관은 지난 3월 10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미사일 방어를 위한 새로운 역량을 올해 안에 한반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에이브럼스 사령관] "MDA is in the process of building 3 specific capabilities. One is already here. The other two will come on board this year that will significantly enhance our ballistic missile defense.”
남북한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합의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미사일 경쟁은 한층 더 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남북한의 미사일 경쟁이 미-중 패권구도와 맞물려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