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란 결정권자는 하메네이, 라이시 만날 계획 없어"...미국, 백신 지원 계획 공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백악관이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라이시 당선인도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거라고 말했는데요. 자세한 소식 살펴봅니다. 미국이 5천500만 회분 백신의 국제 지원 세부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유럽연합(EU)이 벨라루스를 다시 제재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새 지도자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밝힌 건데요.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은 지난주 대통령 선거를 치렀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8일 임기 4년의 대통령 선거를 치렀는데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가 약 62% 득표로 당선되면서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의 자리를 물려받게 됐습니다.

진행자) 라이시 당선인과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은 정치 색깔이 다르죠?

기자) 그렇습니다. 라이시 당선인은 강경 보수 성향의 정치인으로 서방 세계에서는 무자비한 인권 탄압을 자행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로하니 현 대통령은 중도 개혁 성향의 온건파 정치인으로, 이란이 지난 2015년 주요 6개국과 체결한 ‘이란 핵 합의’를 성사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인데요. 8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8월 3일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진행자)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라이시 당선인을 만나지 않겠다고 한 배경이 있습니까?

기자) 네. 라이시 당선인이 이날(21일) 당선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라이시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이란 핵 합의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젠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상대는 라이시 당선인이 아니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라며 라이시 당선인을 배제하는 식의 발언을 한 겁니다.

진행자) 이란 최고지도자는 대통령보다 더 높은 직위인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은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지 않는 신정체제 국가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모두 최고지도자의 지배를 받는데요.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고, 최고지도자가 국가 원수입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종신제인데, 현재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맡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격이 맞는다는 거군요?

기자) 사키 대변인의 발언은 그런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이란과 어떠한 외교 관계를 맺거나, 지도자급에서 만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이란의 결정권자는 이란 최고지도자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지금 이란과 당사국 간에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핵 합의는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에 이란이 핵 합의에서 이행하기로 했던 사항들을 단계별로 축소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데요. 지난 4월부터 핵 합의 복원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란의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리고 있는데, 핵 합의 복원 협상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입장은 뭔가요?

기자) 바뀐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핵 합의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재가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인데요. 사키 대변인은 하메네이 지도자가 핵심 결정권자기 때문에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21일), 비슷한 요지의 발언을 했는데요. 하지만 이란의 정권 교체 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힘든 협상이 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진행자) 라이시 당선인은 이란 핵 합의 협상에 대해 어떤 입장이죠?

기자) 라이시 당선인도 이날(21일) 핵 합의 복원 협상에 대해서는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먼저 약속을 위반했다며, 미국은 즉각 핵 합의에 복귀하고, 이란에 가하고 있는 모든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핵 합의가 복원된다 해도, 바이든 대통령과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라이시 당선인이 또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이나 이란의 인권 문제 등은 협상 의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은 2015년 핵 합의의 틀 안에서만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라이시 당선인은 또 국제사회의 고립을 의식한 듯, 전 세계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목표로 삼고 이웃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라이시 당선인은 지금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지난 2019년 미국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랐는데요. 사키 백악관 대변인과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둘 다, 미국 정부는 라이시 당선인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계속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일 미국 정부가 타이완에 제공하는 모더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타이베이 공항에 도착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또다시 대규모 백신 국제 지원 계획을 발표했군요?

기자) 네. 백악관이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5천500만 회 분에 대한 세부 공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백악관은 이달 말까지 8천만 회분의 백신을 국제사회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 가운데 2천500만 회분에 대한 세부 내용은 이미 발표했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은 이달 초, 2천500만 회분에 대한 지원 계획을 먼저 발표했고요. 이번에 나머지 5천500만 회분에 대한 계획을 공개한 겁니다.

진행자) 5천500만 회분, 어떤 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나요?

기자) 전체 물량 가운데 약 4천100만 회분, 즉 75%정도는 국제백신공동구매사업인 ‘코백스(COVAX)’를 통해 공급되고요. 나머지는 미국 정부가 개별 국가에 직접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나라들이 지원을 받게 될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코백스를 통한 지원으로 1천400만 회분가량은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에 지원되고요. 그리고 1천600만 회분은 아시아 국가들에, 1천만 회분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할당됩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나라들에는 어느 나라가 들어갑니까?

기자) 네. 나머지 25%, 약 1천400만 회분은 지역적으로 우선 급한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이라크, 우크라이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에 공급할 방침입니다.

진행자) 백신의 종류는 어떤 거죠?

기자) 네.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사 백신 3종으로 모두 미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제품들이고요. 아스트라제네카사 백신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승인을 받으면 이들 3종과 함께 제공될 수도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백신 전달 일정은 그대로 진행되는 건가요?

기자) 시기는 다소 늦춰질 전망입니다. 사키 대변인은 물량 생산과 확보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엄청난 규모의 백신을 안전하고 적절하게 보관하는 방안과 선적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사키 대변인은 속히 선적할 수 있길 고대한다면서 지원 상황을 계속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발표한 지원 국가 가운데 한국이나 북한도 포함됐습니까?

기자) 백악관이 21일 발표한 나라 가운데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는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베트남, 태국, 타이완, 캄보디아 등이 들어갑니다.

진행자) 한국은 앞서 지원을 받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2천500만 회분의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에도 1백 만회분의 백신을 제공했는데요. 비교적 모범 방역국으로 평가받는 한국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한국은 미군이 주둔하는 등 특수한 안보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북한도 코백스를 통해 지원받을 전망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제 협력 차원에서 내년 중순까지 5억 회분의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코백스의 한 축을 이루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92개국에 북한도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벨라루스 당국이 외국 항공기를 강제 착륙시킨 후 체포한 반정부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가 지난 14일 벨라루스 외교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외신 기자들은 벨라루스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회견 참석을 거부하고 퇴장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유럽연합(EU)이 벨라루스를 다시 제재했군요?

기자) 네. EU 외무장관들이 벨라루스 내 반정부 세력 탄압, 그리고 라이언에어 여객기 강제착륙에 관여한 벨라루스 관리들과 기관들을 제재하기로 21일 합의했습니다. 이 조처로 제재 대상이 된 사람들과 기관들의 EU 내 자산이 동결되고, EU 여행도 제한됩니다.

진행자) 이번 제재가 최근 일어난 일들에 책임을 물은 것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벨라루스에서는 지난해 8월에 치른 대통령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벨라루스 당국이 수천 명을 체포하고 고문했다고 인권 운동가들이 주장했는데요. 현재도 3천 명 정도가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여기에 라이언에어 사건도 빌미가 된 거죠?

기자) 네. 지난달 23일 벨라루스 정부가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가던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켜서 문제가 됐습니다.

진행자) 벨라루스 정부가 당시 비행기 안에 있던 자국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애초 벨라루스 당국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비행기 안에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첩보 때문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벨라루스 야권 운동가, 라만 프라타세비치 씨를 체포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벨라루스 경찰은 비행기가 강제착륙한 뒤에 그를 체포했습니다.

진행자) 이 사건을 두고 EU가 이미 벨라루스를 제재했죠?

기자) 네. EU 정상들은 지난 5월 24일, 긴급회의를 열고 벨라루스가 EU 회원국 영공과 공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EU 정상들은 성명에서, 이런 행위가 유럽인들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납치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EU가 역내 공항과 영공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벨라루스를 제재하는 것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EU 정상들은 더 광범위한 벨라루스 제재 방안을 이번 주에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더 광범위한 제재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벨라루스산 탄산칼륨이나 석유 제품 수출 금지, 그리고 유럽은행의 벨라루스에 대한 신규 대출 제공 금지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벨라루스 경제는 유럽은행 대출과 EU 투자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 이 조처가 실현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도 벨라루스를 제재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연방 재무부는 반정부 진영 탄압을 이유로 들어 벨라루스 개인 16명과 기관 5곳을 제재한다고 21일 발표했습니다. 제재 명단에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측근들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은 협력국들과 함께 벨라루스 내 민주주의 탄압과 폭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Reuters 통신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