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이 다음 달 1일 만료되는 미국인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대북지원 단체들과 한인 이산가족,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들을 전했습니다. 박동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워싱턴포스트’는 25일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여행금지를 해제해야 한다고 인도주의 단체들이 촉구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미국인들이 몇 년 전까지만해도 다양한 이유로 북한을 여행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한국전쟁 이후 헤어진 가족들을 북한에서 만났고, 의료단체들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의사들을 교육했으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북한 방문 같은 문화 교류도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7년 6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같은 해 9월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발령되면서 그런 여행들이 중단됐다고 신문은 설명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발령 후 매년 연장되던 이 조치가 다음 달 1일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지난주 평화운동가, 인도주의 및 비정부 단체, 그리고 이산가족 대표들이 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북한 여행금지 해제를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면담에 참석했던 노스웨스턴대학의 유지연 교수는 신문에 “북한 여행금지는 이산가족이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북한의 친척들을 방문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오토 웜비어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예외적인 비극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코로나 발병 이후 국경을 봉쇄했기 때문에 지금은 여행금지가 해제되도 북한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 소재 전미북한위원회의 키스 루스 사무총장은 신문에, 북한 여행금지가 해제되면 인도주의와 개발 요원들이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자마자 북한으로 복귀해 그동안 막혔던 인도지원을 제공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루스 사무총장은 “국경이 개방되면 지원을 제공하는 구호 요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문은 국무부가 9월 1일 만료되는 여행 금지를 연장하거나 종료할 지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평화운동단체인 ‘위민크로스 DMZ’의 크리스틴 안 사무총장은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여행 금지를 해제하는 것은 미국 관리들이 북한과 교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은 지난 23일 미국내 한인이산가족들에 초점을 맞춰 북한 여행금지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여행금지에 관한 결정을 기다린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미국내 이산가족 중 한 명인 케이트 심 씨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심 씨의 삼촌이 한국전쟁 이후 사라졌고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증조할머니가 그의 행방을 찾을 것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당부했다는 겁니다.
방송은 1980년대 중국에 유학 중이던 심 씨의 오빠가 북한에 가서 실종된 삼촌을 추적해 37년 만에 어머니와 재회할 수 있도록 했고, 지난 1970년 미국으로 이민 온 심 씨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심 씨를 비롯한 미국내 한인이산가족들은 2017년 발령된 북한 여행금지 조치 때문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고 방송은 보도했습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북한 담당국장은 NPR 방송에 현재 북한 여행금지를 해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미국 정부가 가족 상봉이나 인도지원 단체, 언론인 등에게 여행금지 예외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인적 교류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미국친우봉사회의 대니얼 재스퍼 워싱턴 지부장은 NPR 방송에 여행금지 해제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재스퍼 지부장은 25일 VOA 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시민단체와 비정부기구(NGO)들이 북한에서 해온 기본적인 수준의 관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재스퍼 지부장] “I believe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would like the North Koreans to come back to the table and in order to do so, they should get back to a baseline level of engagement that has existed for decades and that is mainly categorized by civil society engagement and other NGOs working in North Korea.”
재스퍼 지부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원한다면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 담당 국장을 맡고 있는 미 하버드대 의대의 박기범 교수는 25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의사들이 북한에 들어갈 때마다 특별 여권을 신청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교수] “Reason number two is that is for humanitarian workers. That includes myself I do humanitarian surgery in North Korea. We now have to get exemption and apply for exemption and approval for special validation passport for every time we travel to North Korea. This is a huge burden.”
박 교수는 의사들이 북한에서 인도적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여행금지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동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