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MZ 세대들은 탈북민 등에 대한 편견이 적어 향후 북한 인권 개선과 남북 친밀감 회복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남북한 출신 대학생들이 최근 미국 단체의 지원을 받아 이런 분위기와 기대를 반영하는 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학생이 북한 양강도 출신의 22살 탈북 청년 이율성 씨를 각각 만나 서로에게 궁금한 질문을 던집니다.
[한국 중학생] “혹시 북한에서 방탄소년단을 아는 사람들이 많나요?”
[이율성 씨] “요즘에는 엄청 방탄소년단이 유명하고요. 여기서 유명한 아이돌 그룹은 북한에서도 다 똑같이 유명해요.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코요테 노래라든가 거북이 노래라든가 지금은 올드한 그런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한국 여대생] “얼마나 많은 (북한)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지 궁금해요.”
[이율성 씨] “(대학) 학과 졸업하시면 앞으로 어떤 걸 하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신주원 군] “어머니 저 100점 맞았습네다.”
[이율성 씨] “(웃으면서) 아 방금 북한 사투리 하신 거죠?”
이 동영상은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 서울사무소가 진행하는 ‘미래 민주주의 리더 펠로십(FDL)’ 프로그램 3기에 참가한 대학생 팀 ‘한닮한닮’이 기획한 겁니다.
북한과 남한 출신 대학생 5명으로 구성된 이 팀의 오경진(동국대 북한학과) 씨는 1일 VOA에, 한국의 젊은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북한 주민들에 대해 편견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경진 씨] “기성세대 분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민족적인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또 그 분들을 통일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표현할 정도로 좀 대상화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런 시선으로 북한이탈주민 분들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같은 사람, 그냥 고향이 북한인 사람 이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가? 차별하지 않고 다름보다는 같음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렇게 둬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반공교육을 받고 자라 북한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한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북한에 대해 배우고 고민할 기회, 여유가 적어서 오히려 탈북민들을 좀 더 평등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MZ세대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인 1980~2000년생과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로 16세~40세 미만의 이른바 디지털 세대를 의미합니다.
오경진 씨의 지적처럼 동영상에 등장한 3명의 학생은 탈북 청년과의 만남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쉽게 동화됐습니다.
[대학생] “우리 남한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중학생] “그냥 같은 사람”
[초등학생] “그냥 똑같고 보통인 사람. 외국에서 이사 왔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비슷한 사람으로 보고 그냥 마음속으로 조금 신기한데 똑같은 사람으로 볼 것 같아요.”
탈북 청년 이율성 씨는 초등학생 주원 군에게 더 질문할 게 있냐고 물었을 때 딱히 더 궁금한 게 없다는 대답을 들었던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율성 씨] “우리가 다 비슷하게 살고 있고 조금의 차이로 인해서 그렇게 궁금증이 발생하는데 주원 친구에게는 그게 그냥 우리가 다 똑같은 상황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답변이 제일 와닿았고…”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 서울사무소 오정민 대표는 1일 VOA에, 민주주의 세계화 시대에 북한의 민주주의 발전을 주도할 청년 지도자 양성 차원에서 ‘미래 민주주의 리더 펠로십(FDL)’ 프로그램을 통해 동영상 제작 등을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정민 대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청년층이 많지 않고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친구들도 많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 목표로 MZ 세대들이 관심을 갖는 게 큰 의미일 것 같고, 이 친구들이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북한 인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세대가 된다면 다음 작업을 위해 이제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1983년 전 세계 민주주의와 자유 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국제공화주의연구소는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 민주주의진흥기금(NED) 등으로부터 기금을 받아 현재 85개 나라에서 다양한 지원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 대표는 3년 전 시작한 ‘미래 민주주의 리더 펠로십’ 프로그램은 남북한 출신 대학생들이 기존 북한 관련 시민사회단체에서 석 달 정도 펠로십 근무를 한 뒤 대북 관련 프로젝트를 제출한다며, 올해는 남북한 출신 대학생 각각 4명씩 8명이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팀인 ‘포러너’가 8월 31일 공개한 동영상은 5명의 대학생이 신분을 숨긴 채 카톡방 대화를 통해 1명의 탈북 대학생을 찾는 사회실험 게임을 선보였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했던 50대 채팅방에서 20대를 찾는 게임 등 세대 격차 실험에서 착안해 기획했는데, 참가한 대학생들은 채팅 결과와 외모를 보고 각각 알아 맞추는 게임에서 모두 탈북 학생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 실험에 참여한 탈북 대학생은 희비가 교차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 대학생] “한편으로는 좋지만 한편으로는 좀 슬픈 것 같아요. 이미지상 그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 자체가 되게 무서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람을) 구분 짓는 하나의 어떤 작용이니까. ‘북한 사람은 저렇게 생겼을 것이다’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좀 안 좋게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가 ‘한국 사람으로 보인다’라고 했을 때 ‘아 난 그럼 이제 한국에 적응한 사람이구나!”라고 나름 뿌듯해하는 그런 마음도 좀 있긴 했어요.”
이 동영상을 공동기획한 탈북 대학생 강예나(고려대 사회학과) 씨는 1일 VOA에, 탈북민 등 북한 주민들에게 선입견이 적은 MZ 세대를 통해 통일 등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예나 씨] “적어도 제 또래 대학생들은 큰 편견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북한 출신이란 이유 때문에 그들이 저를 어떻게 본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구요. 10~20대 친구들은 사실 출신지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요. 저뿐 아니라 다문화권 친구들이 굉장히 많고, 유학을 온 친구들도 있고, 제 또래 친구들은 무엇보다 외국을 다녀온 경험이 많아서인지 내가 ‘어디 출신이어서 싫어’ 이런 편견은 비교적 적고요.”
강 씨는 다만 많은 한국 청년들이 탈북민을 만날 기회가 적어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번 실험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종료 뒤 북한에 관심이 커지고 탈북민들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 향후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신호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강 씨는 또 한류를 선호하는 많은 북한 청년들은 한국의 MZ 세대에도 관심이 클 것이라며, 한국 친구를 사귀려면 두려움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예나 씨] “첫째는 두려움을 없애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막연한 두려움!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당연히 두렵잖아요. 괜히 이런 말을 하면 이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많은 생각이 들거든요. 조금 다른 면이 있긴 합니다만 어쨌듯 다름과 처음 만난 이질감에서 오는 두려움을 없애는 순간 저는 친구를 사귄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한국 출신 대학생 오경진 씨는 남북한 청년들이 직면한 고민의 종류가 많이 달라 조심스럽다며, 그러나 남북 MZ 세대가 만나 인권과 상생의 길을 함께 찾는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경진 씨] "만약 기회가 된다면 남북한 MZ 세대가 만나서 한반도 문제,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같이 논의하고 우리가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추후 우리 사이에 예상되는 충돌과 갈등도 예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