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기상재해 심각성' 언급..."북한 고질적 문제 악화 가능성"

지난 2019년 5월 한국 파주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와 개풍 마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이상 기후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북한 관리들에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고질적인 문제가 기후변화 때문에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6일 ‘전례없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세계적인 재해성 기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국제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세계적으로 재해성 기상 현상이 우심해지고 있다”며 북한에도 그 위험이 들이닥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기반 시설과 재난 관리가 취약한 북한에서 자연재해가 매년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북한은 가뭄으로 1천 10만 명이 피해를 입으면서 자연재해로 가장 많은 사람이 영향 받는 아시아 국가 2위로 집계됐습니다. 또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 함경남북도 지역에 올해 8월 내린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경지가 4천 ha에 육박하고 수재민은 약 1천 350명에 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위기협회(Council on Strategic Risks)’의 프란시스코 페미아 연구국장은 6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기후변화는 김정은 정권의 억압과 형편 없는 통치로 인해 이미 매우 나쁜 북한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미아 연구국장] “Climate change is simply making a very bad existing situation in North Korea - one created by the repression and bad governance of the Kim Jung-un regime - worse.”

지난 7월 전략위기협회는 미국의 우드웰기후연구소(Woodwell Climate Research Center)와 함께 ‘북한의 중첩되는 위기: 안보, 안정과 기후변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는 2050년까지 해수면 상승에 따른 홍수 피해로 북한 내 약 55만 3천 명이 영향을 받고, 한반도 온도와 습도가 높아져 북한에서 태풍에 의한 폭우와 홍수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앞으로 북한에서 범람 지역의 군사시설, 주거단지, 상업과 교통기반시설, 농업시설이 폭우로 침수될 위험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과 폭우는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열대성 폭풍 아이다가 통과한 미국에서는 사상자가 70명 가까이 발생했습니다.

아이다는 지난 주말 4등급 허리케인으로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에 상륙한 이후 점차 열대성 폭풍으로 변했습니다.

통상 허리케인은 육지에 닿으면 열대성 폭풍으로 약해지면서 힘을 잃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바다가 더워져서 허리케인이 전보다 훨씬 많은 습기를 품으면서 재난적 폭우로 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서 폭우나 이상고온 같은 현상이 자주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아이다 관련 기자회견에서 “지난 며칠 간 이어진 허리케인 아이다의 영향, 서부 지역의 산불, 뉴욕과 뉴저지의 전례 없는 갑작스러운 홍수는 기후 위기의 극단적인 후폭풍이 여기에 와 있다는 것을 또다시 상기시켜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The past few days of Hurricane Ida and the wildfires in the West and the unprecedented flash floods in New York and New Jersey is yet another reminder that these extreme storms in the climate crisis are here."

그러면서 미국 국민 모두 이에 제대로 대처해 나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중국도 지난 7월 1천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중부 지역에서 사망자가 300명 넘게 발생했습니다.

특히 홍수가 도시의 넓은 지역으로 퍼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주택 등이 무너졌습니다.

또 농작물 피해도 광범위하고 심각해, 중국 당국은 1억 8천만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예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존 케리 기후 특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주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케리 특사는 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정 중국 부총리 등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영상회담을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후는 이데올로기도 아니고 당파적이지도 않고 전략적 무기도 아니며 분명하게 일상적인 정치가 아니라는 것이 내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한정 부총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은 중-미 협력의 중요한 부분으로, 반드시 신뢰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미국 쪽이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복귀했습니다.

이 협정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 세계는 이미 6년전 파리 협정에서 설정한 목표에 비해 뒤쳐졌다”고 지적하며 “재앙을 피하려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전 세계 탄소 배출 1위 국가는 중국, 2위는 미국, 3위는 인도입니다. 지난 4월 ‘지구의 날’을 맞아 열린 세계 정상들의 기후 관련 회의에서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50~52% 줄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지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기존의 목표를 확인하며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향후 석탄 발전을 엄격하게 통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새로운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은 채,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공급을 450 GW까지 늘리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연설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올해 하반기까지 상향해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도 국제사회에 기후변화 위기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은 2019년에 ‘2019~2030년 국가환경보호전략.국가재해위험감소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해마다 탄소 배출량을 16.4% 줄일 계획을 밝혔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