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요 언론들 "북한 열병식, 내부 결속 강화용"…'살 빠진' 김정은 모습도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에서 열린 정권수립 73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북한이 정권수립일을 맞아 진행한 심야 열병식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사기를 높이는 등 내부 결속 강화에 중점을 둔 열병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즈’ 신문은 9일 북한의 이번 열병식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과 신형무기 공개 등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요소가 빠진 데 주목했습니다.

또한 정규군 대신 북한의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동원되기도 했던 예비군이 등장한 것도 이번 열병식의 특징으로 꼽았습니다.

이어 한국 이화여대 레이프-에릭 이즐리 교수를 인용해 “북한 사회는 김정은 정권의 결정들로 인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번 열병식은 (국가의) 힘을 보여주고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한 대북 제재 해제에 실패한 이후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킨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주민들에게 거듭 사과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로 북한의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이번 열병식은 “북한 지도자의 핵.미사일 무기고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를 다루는 군대 대신 수도인 평양을 보호하는 준군사 조직과 경찰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열병식의 메시지는 국내 청중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기존보다 한층 수위가 낮아진 이번 행사는 “미국 주도의 제재 지속과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의 지속, 최근 몇 년간 식량난을 일으킨 홍수 등으로 인해 경제가 망가지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북한이 직면한 가혹한 도전을 반영한다”고 풀이했습니다.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신문에 “북한은 경제 재건과 홍수 피해 지역을 위한 캠페인에 민간인을 동원해야 하는 동시에 군사적 규율도 강화해야 한다”며 “지도부가 이들을 격려하고 동기를 부여할 방법은 이들을 열병식을 통해 선보이는 것 외에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정권수립 73주년 열병식이 열렸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도 이번 열병식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것이지만 미국이나 한국에 메시지를 보내기보다 주민들을 결집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신문에 “ 이번 열병식은 내부 문제들도 고려해야겠지만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며 “국력과 단합이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에서 열린 열병식들의 주제는 ‘계속 버티자’라는 것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된 모습에도 주목했습니다.

‘AP’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몇 년 전보다 더 날씬하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이목을 끌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일상적인 활동을 고려할 때 건강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건강 개선을 위한 노력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정치적인 목적도 있을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젊고 활기찬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이미지 구축 노력은 홍수로 파괴된 경제와 지역사회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으로 민방위 부대를 선보이고 단결을 위한 국내 메시지를 강조한 이번 열병식과 보조를 같이한다는 겁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도 “김정은은 몇 달 전 살이 많이 빠졌던 연초보다도 눈에 띄게 날씬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일상적인 공개 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에 살이 빠진 것은 질환의 징후라기보다는 건강 개선을 위한 시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열병식에서 이목을 끈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라며, 그는 “더 날씬하고 얼굴은 황갈색으로 그을렸으며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머리 모양을 선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북한이 몇 년 만에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지를 결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제재로 타격받은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CNN’ 방송은 주황색 방역복을 입고 방독면을 착용한 이른바 ‘방역 부대’가 열병식에 등장한 사실에도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은둔으로 악명이 높은 북한은 코로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 외부 세계와의 모든 관계를 끊었고 지금까지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