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인도지원 북한 복수 방문 특별 승인...매우 제한적 시행"

미국 워싱턴 국무부 건물 입구 유리문에 새겨진 국무부 문장.

미국 국무부는 대북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1년에 여러 번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특별 승인할 것이라며, 다만 이 조치가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내 지원단체들은 대북 지원과 관련한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는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북한 복수 방문을 특별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는 최근 웹사이트에 올린 ‘북한 여행을 위한 여권’ 관련 공고에서, 별도의 자격 요건을 갖춘 경우 복수 입국 신청을 승인해 1년 안에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특별 승인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무부는 북한 복수 입국 특별 승인 관련 규정이 지난 9월 3일부터 발효됐다며, 신청자나 신청 기관이 설득력 있는 인도주의적 동기를 바탕으로 제대로 관찰이 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과거 북한에 여행했다는 확고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신청자의 인도주의 활동이 향후 365일 안에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여행 일정표와 충분한 서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국무부의 최신 공고는 2024년 9월 30일까지 유효합니다.

미국은 2017년 9월 1일부터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했습니다.

이런 결정은 지난 2017년 6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 상태로 풀려난 뒤 일주일 만에 숨진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다만 국무부는 언론인의 취재 목적과 인도주의적 고려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는 여행 등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북한 방문에 대해선 특별승인 절차를 통해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인도지원 단체들은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이 불합리하다며 북한 여행금지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전미북한위원회(NCNK)의 에스더 임 프로그램 매니저는 1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국무부가 인도주의 활동가의 북한 복수 입국을 특별 승인하기로 한 것을 부분적으로나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임 매니저는 “많은 사람들이 국무부가 북한 여행금지를 완전히 해제할 것을 희망한 걸로 안다”며, “하지만 복수 입국 특별 승인을 하기로 개정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걸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무부가 대북 지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인도주의 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겁니다.

[에스더 임] “I know many were hopeful that the State Department would lift the travel ban entirely, but in the meantime I think the revision to allow multiple-entry special validations is a step in the right direction and is a positive sign that the State Department is trying to reflect input from humanitarian groups about how to ease the provision of humanitarian assistance in North Korea.”

임 매니저는 그러나 국무부가 특별 승인을 위해 어떤 기준을 마련할 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협동 농장을 운영하며 농업기술을 지원하는 미국친우봉사회(AFSC)의 대니얼 재스퍼 아시아 담당관은 1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무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아주 작은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재스퍼 담당관] “It's a very small improvement. It’s something that will make humanitarian aid delivery more expeditious in the future when the borders have been reopened for a period. At this point, I personally am worried about how the humanitarian community will respond when the borders immediately open. And so the multiple entry passports doesn't solve the problem of going through the application process of getting a special validation passport.”

미래에 상당 기간 동안 국경이 열려있는 시점이라면 이번 조치가 인도주의 지원 제공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닫혀 있는 국경이 즉각 다시 열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인도주의 단체들이 곧바로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겁니다.

재스퍼 담당관은 국경이 열려 인도주의 단체들이 바로 입국하고자 하는데 특별 승인을 받는 절차가 번거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스퍼 담당관은 인도주의 단체들에게 최선의 방안은 북한에 대한 여행 금지가 해제되는 것이라면서, 이 사안과 관련해 국무부에 계속 문제 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 담당 국장을 맡고 있는 박기범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1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복수 입국 승인은 매번 새로운 여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덜어준다며, 하지만 복수 입국 여권이 1년만 유효하다는 사실은 12개월 마다 새로운 여권을 신청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는 부담스럽고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기범 교수] “While the multiple entry provision does reduce the burden of having to apply for a new passport each time, the fact that the multiple entry passport is good for only a year means one must apply for a new passport every 12 months – a burdensome and time-consuming task.”

박 교수는 국무부가 인도주의 활동가들에 한해 여행금지를 없애야 한다면서, 과거 어떤 인도주의 활동가도 북한에서 억류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기범 교수] “What the State Department should have done is to do away with the travel ban for humanitarian workers. I am not aware of any humanitarian worker that has been detained in the past and the travel ban is a senseless barrier to helping those most in need in North Korea.”

박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여행금지는 북한 내 취약계층을 돕는데 무의미한 장벽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