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전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 즉흥적으로 판문점 미북회동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판문점 회동은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었다고, 스테파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그리셤 전 대변인은 또 당시 회동은 복잡한 경호 문제를 일으켰고, 회동에서 미-북 수행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도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4개월 뒤에 이뤄진 당시 회동은 현직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을 처음 밟은 역사적인 일이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판문점에서 “만남을 확실히 예상하지는 못했었다”며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김 위원장에게 연락했는데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I just want to say that this is my honor I didn’t really expect it we were in Japan for the G20 we came over and I said ‘hey we’re over here I want to call Chairman Kim. And we got to meet and stepping across that line was a great honor. A lot of progress has been made... That was a very quick notice and I want to thank you.”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큰 영광이었으며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며, 짧은 시간에 만남이 이뤄져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도 두 정상간 회동이 갑자기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이런 말들도 하던데 사실 난 어제 아침에 대통령님께서 그런 의향을 표시한 것을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고 정식으로 오늘 여기에서 만날 것을 제안한 말씀을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았습니다.”

그리셤 전 대변인 “판문점 회동 즉흥적 결정”

스테파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은 5일 출간된 회고록 ‘이제 질문 받겠습니다’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동이 즉흥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전형적인 트럼프 백악관 방식’으로 마지막 순간에 임의로 진행됐다”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갑자기 트위터를 통해 만나자는 제안을 했고 성사됐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6월 29일 오전 트위터에 한국 방문 계획을 알리면서 “그 곳에 있는 동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비무장지대(DMZ)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안부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화답 이후 32시간 만에 회동이 성사됐습니다.

그리셤 전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은 백악관 작전팀과 비밀경호국(SS)에 “복잡한 실행계획과 안보 문제를 일으켰다”며 “비밀경호대원들이 ‘심장마비’를 많이 일으켰다”고 비유했습니다.

이어 “비무장지대 DMZ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혼돈 그 자체’였다”며 미-북 정상 회동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을 비롯한 미국 관계자들은 ‘기자인 척하는 북한인들’을 쫒아 다니며 정해진 자리로 돌려보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북한 측 취재진 중 한 명만 관영매체 소속 기자였으며, 나머지는 미국과 한국을 대상으로 첩보를 수집하려는 ‘기자인 체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셤 전 대변인은 특히 한 작은 북한 여성이 매우 빠르게 사다리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미국 측이 다른 쪽으로 몰아내려 해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듣지도 않았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측 경호요원들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김 위원장 외에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리셤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판문점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으로 이동해 짧은 회담을 열었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기자들을 불러도 되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매우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셤 전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끄덕임을 신호로 회담장 밖으로 나갔고, 북한 측 경호요원들이 ‘인간 벽’을 만든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어 미국 작전팀과 비밀경호국에 언론이 들어와도 된다고 전했고, 미국 측 요원들이 기자들에게 손짓을 하자 사람들이 뒤엉키며 몸싸움이 일어났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리셤 전 대변인은 무리 가운데 작은 틈이 보여 기자들에게 빨리 오라고 소리를 치자 북한 경호요원이 자신을 한 쪽으로 던졌다고

전했습니다. 가까스로 기자단을 회담장에 들여보낸 그리셤 전 대변인은 자신이 “언론자유의 영웅이 된 날”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리셤 전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꽤 잘 지냈고,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두 번 미소 지었다고 기억했습니다.

이에 앞서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해 6월 펴낸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이 즉흥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중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처음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가능성을 언급했고, 미국 대표단도 이 때 관련 내용을 처음 접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