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에 초점을 맞춘 중국미션센터를 신설한 가운데 트럼프 정부 시절 만들어진 코리아미션센터는 상위 조직으로 흡수됐습니다. CIA 출신 전문가들은 CIA가 북한 위협을 경시한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윌리엄 번스 국장이 7일 성명을 내고 중국미션센터를 신설한다고 밝혔습니다.
[CIA 성명] “CMC will further strengthen our collective work on the most important geopolitical threat we face in the 21st century, an increasingly adversarial Chinese government”
번스 국장은 “중국미션센터는 21세기에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위협, 즉 점점 더 적대적인 중국 정부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업무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번스 국장은 중국미션센터가 CIA 조직 전반의 중국에 대한 대응을 모으고 통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번스 국장은 또 “CIA는 공격적인 러시아와 도발적인 북한, 적대적인 이란,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다른 중요한 위협에 대해서도 계속 날카롭게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북한과 이란에 집중하는 별도의 미션센터는 상위 조직으로 흡수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는 7일 VOA 뉴스센터에 코리아미션센터는 동아시아태평양미션센터로, 이란미션센터는 근동미션센터로 각각 흡수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이런 변화가 조직 구조와 관련된 것이며 북한과 이란을 담당하던 미션센터들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고위 CIA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과 북한에 대한 독립적인 센터를 닫는다고 해서 CIA가 이들 나라들을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거나 위협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CIA 활동을 점검한 결과 이란과 북한은 보다 광범위한 지역의 맥락에서 분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이 났다는 것입니다.
코리아미션센터는 2017년 5월 신설됐고 이란미션센터는 몇달 뒤 창설됐습니다. 2018년 앤드루 김 당시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마이크 폼페오 당시 국무장관과 평양을 방문해 미북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보분석 더 효과적으로” vs “북한 위협 경시 우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CIA 한국담당 부국장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7일 VOA에 “북한이 진공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내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활동하는 국가이기에 이번 결정은 (CIA 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t’s either make it more effective because Korea does not exist in a vacuum, it operates as a country with other nations in the region, or it will certainly be perceived as a reduction in the importance of North Korea as a hard target for the CIA.”
클링너 연구원은 “반면에 CIA에게 있어 북한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분명히 인식될 수도 있는 결정”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인식되더라도 북한 정보 분석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CIA에서 북한분석관으로 활동한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CIA가 성명에서 북한 등에 ‘계속 날카롭게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수 김 연구원] “There may of course be resource implications, but a sharper, tailored focus on the North Korean threat may not be such a bad idea either. It may have more to do with cultivating and nurturing existing talent and resources than brining on additional hands in the absence of a clearer organizational strategy.”
김 연구원은 “(대북 정보에 배치되는) 자원에 대한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북한 위협에 날카롭게 조정된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나쁜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직의 전략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을 추가하는 것보다 기존의 인력과 자원을 성장시키고 심화시키는 작업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 김 연구원] “There will of course be concerns that folding KMC into East Asia-Pacific Center risks diminishing or downplaying the seriousness of the North Korea problem… Once resources are cut and the center is folded into a larger organization, it’ll be easy to dismiss or routinize the gravity of the problem. Should this happen, it would only make it more challenging for the US to deal with the regime’s weapons, illicit activities, human rights issues, cyber and other problems.”
김 연구원은 다만 코리아미션센터를 동아시아태평양미션센터로 흡수시키는 것이 “북한 문제의 심각성을 줄이고 경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며 “자원이 축소되고 더 큰 조직에 흡수되면 문제의 심각성을 일축하고 일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 경우 북한의 무기, 불법 활동, 인권 유린, 사이버 범죄 등의 문제에 미국이 대응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CIA는 물론 미국 정부가 북한 문제에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CIA에 있어 매우 중요하면서도 감시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설명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CIA가 러시아, 중국, 이란, 이라크, 북한을 ‘하드 타겟’ 즉 감시하기 어려운 국가로 분류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North Korea was, as we said the hardest of the hard targets because people can’t go there as easily as they could travel to Russia or China... In retrospect I thought the Soviet Union was an open book compared to North Korea.”
그중에서도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보다 더 방문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감시하기 어려운 나라’로 인식된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자신이 CIA에서 소련에 대한 정보 분석을 했을 때 ‘기밀 수단’을 활용해야 해서 감시가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북한 분석을 시작한 뒤로는 소련은 북한과 비교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나라’로 느껴졌다고 회고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