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한국에선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아주 철저히 하지만, 미국에선 보통 일반 가정집의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는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 동부 버지니아주의 알링턴 카운티가 주 내 처음으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프로그램을 시작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버지니아의 첫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프로그램”
[현장음: 쓰레기 수거차]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멀지 않은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에서 지난 9월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수거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짜인 데다 좋은 목적이 있는 이 쓰레기 분리수거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알링턴 카운티 폐기물 국장인 그래그 보우스키 씨는 카운티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분리배출 하는지를 설명했는데요.
[녹취: 에릭 그래보우스키]
그래보우스키 국장은 우선, 모든 주민에게 지급되는 ‘스타터킷’을 소개했습니다. 스타터킷은 손잡이가 달린 플라스틱 통 모양으로, 음식물 보관용 통과 20장의 생분해 비닐봉지, 그리고 설명서가 들어있다고 했습니다. 봉투에 들어 있는 설명서에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뭔지, 그리고 집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 음식물 쓰레기 보관통에 넣을 수 있는지에 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는데요. 이렇게 집에서 모은 음식물 쓰레기를 집 밖에 있는 초록색 음식물 전용 쓰레기통에 넣으면, 쓰레기 수거 업체 직원이 가져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알링턴 카운티 측은 주민들의 90%가 이 친환경사업을 지지한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모았더라도 실수로 일반 쓰레기나 재활용품 쓰레기통에 넣을 경우, 쓰레기 분리 작업을 훨씬 더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카운티 내 일반 가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라는데요.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프로그램은 이런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폐기물과 함께 땅에 묻히거나 소각되는 걸 방지한다고 합니다.
이는 곧 쓰레기 처리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환경 오염 물질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인데요.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는 유기질 비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그래보우스키 국장은 강조했습니다.
[녹취: 에릭 그래보우스키]
음식물 쓰레기용 전용 쓰레기통은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처리 시설로 오게 된다는데요. 퇴비화 기계에 음식물 찌꺼기와 나뭇조각 등을 함께 넣은 후 기계를 작동하면 긴 나사송곳이 돌아가면서 음식물 찌꺼기와 나무 조각들을 섞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내용물들이 잘 섞이면서 검게 변하는데 이게 바로 퇴비가 된다고 하네요.
알링턴 카운티는 ‘프리스테이트 팜스(Freestate Farms)’라고 하는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데요. 이 기업은 음식물이나 집 마당 등에서 발생하는 식물 쓰레기를 활용해 고품질의 퇴비를 만들고,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한편, 고품질 퇴비로 키운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는 회사라고 하네요. 프리스테이트팜스에서 만들어진 퇴비는 지역 공원과 정원 그리고 학교 등에 제공된다고 합니다.
[녹취: 에릭 그래보우스키]
그래보우스키 국장은 소각장으로 갈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한 퇴비화 시설로 보내고 또 최대한 많은 퇴비를 만들어 지역의 토양 재건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알링턴 카운티는 지난 2015년, ‘쓰레기 제로 계획(Zero Waste Resolution)'을 세웠는데요. 오는 2038년까지 90%의 쓰레기는 재활용하는 반면, 소각장으로 가는 쓰레기의 비율을 10%로 만드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녹취: 에릭 그래보우스키]
그래보우스키 국장은 이는 큰 포부를 담은 목표로 사실 90%의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현재 쓰레기 재활용 비율이 50%가 약간 넘는 상황에서 90%까지 간극은 매우 크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분명히 있다고 했습니다.
알링턴 카운티 측은 현재 추진 중인 친환경 계획이 주 전체는 물론,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했는데요. 환경 보호의 시작은 재활용 쓰레기통 하나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팬데믹 기간 줄어든 미국의 빈곤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지난해 미국인의 소득은 예년보다 줄었는데요. 하지만, 미국의 빈곤율을 오히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바로 연방 정부 차원의 코로나 경기부양책 덕분인데요. 가계 현금 지원과 실업수당 등 연방 정부 차원의 보조가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됐고 빈곤계층에서 벗어날 기회를 가져다준 겁니다.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나탈리야 워커 씨 역시 이런 정부 혜택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나탈리야 워커]
미국 정부는 3천만 가정에 매달 자녀 양육비 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나탈리야 씨 역시 매달 통장에 300달러가 들어오는 덕에 이렇게 아이들의 옷도 사고, 학용품 등을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나탈리야 워커]
나탈리야 씨는 이런 지원은 사실 기대 못 했던 거라며,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봄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나탈리야 씨는 청소 사업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이후 일할 기회가 있으면 가서 일하고, 지역 자선 단체나 정부의 현금 지원에 의지해 버텨왔다고 하네요.
[녹취: 나탈리야 워커]
나탈리야 씨는 이제 저축도 하기 시작했고, 사업자금을 모으는 한편, 큰아들을 위해 다른 사업도 시작했다고 했는데요. 그러니까 정부의 지원으로 자녀들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센서스 인구조사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빈곤율은 9.1%로 전해인 2019년의 11.8%에 비해 2.7%P나 줄었는데요. 정부의 지원금이 없었더라면 1천 170만 명의 미국인이 빈곤층에 몰렸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위머]
컬럼비아대학의 ‘빈곤∙사회정책 연구소’의 크리스토퍼 위머 공동소장은 자녀 양육지원금 확대로 인한 실제 효과는 2021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요. 지금으로선, 빈곤율이 약 25%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경기부양을 위한 가계 현금 지원은 현재 중단된 상태인데요. 자녀 양육지원금의 경우 지원을 확대,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이에 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뉘는데요.
[녹취: 앤젤라 라시디]
보수적 성향의 민간 단체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의 앤젤라 라시디 연구원은 1년에 정부가 자녀 양육지원금의 규모가 1천억 달러가 넘는다며 정부 지출 규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고요. 또 정부의 현금 보조는 사람들의 일할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북버지니아 지역 소득이 낮은 7천 가정을 돕고 있는 인도주의 단체인 '인메드(INMED) USA'의 제니퍼 라시터 스미스 씨는 다른 생각을 보였는데요.
[녹취: 제니퍼 라시터 스미스]
빈곤 인구가 정부의 돈을 까먹고 있다는 생각은 완전 착각이라며, 팬데믹 기간, 약간의 도움으로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많이 보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제니퍼 씨는 임대료를 500달러만 지원해도 사람들이 노숙자들로 몰리는 걸 막을 수 있었다며, 저소득계층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나탈리야 워커 씨는 빈곤에서 벗어난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할 각오가 돼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나탈리야 워커]
또한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여러 종류의 지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지원금이 최소한 2025년까지는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