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판기에서는 주로 음료수나 과자 등 간단한 간식거리를 팔죠. 그런데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에 가면 중국식 만두인 덤플링을 파는 자판기가 있다고 합니다. 조리를 거쳐 따뜻하게 먹는 요리인 덤플링을 과연 어떻게 자판기에서 뽑아 먹는 걸까요?
“첫 번째 이야기, 비대면 서비스로 탄생한 덤플링 자판기”
[현장음:브루클린 덤플링 가게]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에는 전 세계의 각종 별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음식은 물론, 식당 실내 장식이나 판매 방식도 세계적인 유행을 선도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뉴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식당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서 문을 닫는 식당이 속출했고, 어떻게든 사람들 간의 접촉을 줄이는, 비대면 방식으로 영업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뉴욕시 이스트빌리지에 있는 ‘브루클린 덤플링 가게(Brooklyn Dumpling Shop)’는 아주 색다른 방식으로 중국식 만두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자판기를 도입한 겁니다.
[녹취: 저스틴]
가게 손님인 저스틴 씨는 팬데믹 기간 브루클린 덤플링 가게의 판매방식이 좋은 것 같다며 식당에 가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기까지 모든 것이 비대면이라고 했는데요.
실제로 브루클린 덤플링 가게는 일반 식당과는 완전 다른 모습입니다. 가게에 들어가면 자판기 기계가 체육관의 사물함처럼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기계 앞에 서서 주문을 한 후 잠시 기다리면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들어 있는 자판기에 불이 들어오고, 거기서 원하는 음식을 꺼내 가면 되는데요. 직원들은 자판기 뒤에 있는 공간에서 요리하고 주문을 처리하다 보니 손님들과 접촉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녹취: 스트라티스 모포건]
식당 주인인 스트라티스 모포건 씨는 식당에서 새로운 맛의 덤플링을 맛보고 있었는데요. 내일은 치즈와 햄을 넣은 덤플링 그리고 땅콩버터와 잼을 넣은 덤플링을 시도해볼 거라고 했습니다.
일반적인 만두와는 많이 다른 덤플링과 기존의 서비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를 찾아가는 모포건 씨 가게. 사실 모포건 씨는 이렇게 자판기 형식으로 덤플링을 팔겠다는 판매 구상을 팬데믹 이전에 이미 했었다고 합니다.
[녹취: 스트라티스 모포건]
지난 2019년에 자판기 판매 모델을 구상하고 자금도 마련해 코로나 사태 이전에 첫 번째 가게를 임대했다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는데, 팬대믹 시대에 이 자판기 판매 방식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겁니다.
가게에 들어서면 자판기가 사물함처럼 빽빽이 있어서 눈이 휘둥그레지지만, 주문이 어렵지는 않다고 합니다.
[녹취: 스트라티스 모포건]
모포건 씨는 자판기 판매 방식을 자신이 직접 구상했다고 하는데요.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지정해 주문을 넣을 수도 있고, 금액을 결제하고, 자판기에서 찾아가는 이 모든 과정은 직원의 도움 없이 처리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판기를 통해 파는 음식이 과자와 같은 건조식품이 아니라 덤플링인만큼 위생이나 온도 유지도 관건인데요. 모포건 씨는 자그마한 자판기마다 살균기능이 있는 자외선 UV 등이 켜져 있고, 보온기능까지 갖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스트라티스 모포건]
모포건 씨는 자판기 내부 온도는 섭씨 약 1.5도 또는 약 66도로 병원균이 증식할 수 없는 온도라고 했는데요. 보통 5도 이하나 60도 이상에서 세균은 증식을 멈추거나 느려지죠.
따라서 자판기를 통하면 코로나비아러스는 물론 다른 바이러스나 세균, 박테리아도 피할 수 있다고 모포건 씨는 강조했습니다.
브루클린 덤플링 가게는 매일 수백 명의 손님이 찾는 인기 식당이 됐는데요. 많은 사람이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보고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녹취: 저스틴]
저스틴 씨 역시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서 이 가게가 많이 언급되는 걸 보고 찾아와 봤다고 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요식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편으론 자판기 덤플링과 같은, 새로운 식당 문화가 자리 잡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핼러윈에 빠질 수 없는 호박 축제”
10월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은 핼러윈 데이였습니다. 핼러윈은 미국인이 즐기는 축제 가운데 하나인데요. 핼러윈이 되면 사람들은 유령 등의 분장을 한 채 파티를 즐기고요. 또 아이들 역시 분장을 한 채 ‘트릭 오어 트릿(trick-or-treat)’, 즉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칠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동네를 돌아다니죠. 그리고 이 핼러윈에 빠질 수 없는 장식품이 바로 ‘잭 오 랜턴(Jack-O'-lantern)’인데요. 속을 파낸 커다란 호박에 유령 얼굴을 조각하고 호박 안에 초를 넣은 이 ‘호박등’을 만들기 위해 가을이 되면 호박농장마다 많은 사람으로 북적입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어빈공원(Irvine Regional Park)’에서도 가을 호박 축제가 열렸는데요. 공원 안은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녹취: 젬마]
초등학생인 젬마 양은 학교에서 호박에 관해 배웠다고 했는데요. 호박이라고 해서 주황색만 있는 게 아니라 파란색 호박도 있고 빨간색 호박과 흰색 호박도 있다고 했습니다.
호박 축제에선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실물로 볼 수 있는 최고의 현장학습 장소가 되는데요. 젬마 양 말처럼 다양한 색깔과 크기, 모양의 호박이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호박 축제가 열리는 오렌지카운티는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지역 인구의 약 70%에 해당하는 318만 명이 외국 태생이죠. 그만큼 오렌지카운티에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또 다양한 언어를 들을 수 있는데요. 중남미계는 물론, 중국이나 한국, 인도계 사람도 많고요. 미국에서 가장 큰 베트남 이민자 거주지역인 만큼, 베트남 이민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녹취: 베트남 이민자]
베트남 이민자인 이 여성은 핼러윈 분장을 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호박 축제를 찾았는데요. 작년에도 여기 왔었는데 작년엔 올해보다 사람이 더 적었다고 했습니다.
방문객들은 호박 축제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데요. 집에서 장식할 호박을 직접 고를 수도 있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도 먹고, 간단한 놀이기구도 탈 수 있죠. 그리고 가을 농장에서 빠질 수 없는 건초더미 기차도 탈 수 있습니다.
[녹취: 아카시 파텔]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은 아카시 파텔 씨 역시 이곳에 오면 호박이 온 천지에 있고, 기차도 있고 먹을 것도 있다며, 모든 걸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습니다.
매년 가을, 남부 캘리포니아 호박 농장주들은 거대 호박 컨테스트도 여는데요. 가장 무거운 호박에 영예의 1등이 주어집니다. 올해 대회에서 1등을 한 호박은 무려 695kg으로 이 호박을 기른 농장주는 3천250달러의 상금을 받아 갔다고 하네요.
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호박이지만, 거대 호박 컨테스트에 가보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와 무게의 호박을 만날 수 있는데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챔피언십 거대 호박 대회’에서 우승한 호박의 무게는 1t에 가까운 994kg이었습니다. 이 호박을 기른 워싱턴주의 호박 농장주는 우승 상금으로 약 2만 달러를 받았다고 합니다.
핼러윈데이에 호박등을 켜서 문 앞에 두는 이유는 악령을 쫓기 위해서인데요. 비록 호박등을 만들진 않더라도, 미국인들에게 있어 호박은 가을의 상징이자, 즐거움을 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