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북한, 경제난 속 사상 통제 강화...대외 개방 준비 성격도"

25일 북한 평양 개선문 주변 거리.

북한이 최근 대중동원 행사를 열고 사상사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가 힘든 가운데 주민들을 결속시키고, 향후 코로나 봉쇄 완화 등 대외 개방에 사상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최근 주민들의 사상 통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은 사상적 분위기 고조를 위한 대규모 대중동원 운동인 ‘제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18일에서 22일 평양에서 열고,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회에 보낸 서한의 집중학습도 진행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젊은층이 ‘제국주의 문화 침투’의 핵심 표적이 되고 있다며 사상사업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스팀슨센터의 이민영 연구원은 24일 VOA에 북한이 ‘제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열면서 사상 통제에 나선 것은 북한 내부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민영 연구원] “경제가 힘든 상황에 있기 때문에 사상적으로 인민들을 결속시키고 경제 성과를 독려하기 위해 열린 행사라고 보고요. 한 가지 흥미롭게 봤던 부분은 옛날의 ‘천리마’ 운동은 도덕적인 자극이 컸거든요. 이번에는 관영매체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물질적인 보상을 노동자들한테 해줘야 한다’는 문구가 있어서 예전과는 다른 측면으로 전개가 되는 것 같아요.”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3대혁명 선구자대회’는 사상과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관철하기 위한 대중동원 운동으로, 북한사회 다양한 분야의 대표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사상을 주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매든 연구원] “It’s an opportunity for the regime to get different groups of people in the room and talk to them and present in the forms of ideological indoctrination and political programming.”

그러면서 코로나 봉쇄 완화 등 향후 대외 개방을 사상적으로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매든 연구원] “I think with the three revolutions movement, it’s a matter of getting them ready for how N Korea is going to come out of COVID because it’s going to be a slower process than we’ve seen in other countries. I think what we’re going to be seeing in the next six months in N Korea, we’re going to start to see more of a reopening process. So they’re going to certainly do their best to do ideological indoctrination and political programming, policy announcements.”

매든 연구원은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통해 북한이 코로나 봉쇄 완화에 대비해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준비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6개월 간 북한의 재개방 움직임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며 “사상 주입, 정치적 행사, 정책 발표 등도 동시에 활발히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민영 연구원도 북한이 내년 초에 국제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민영 연구원] “지금 상황이 어렵고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고, 또 북-미, 남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 불분명 하잖아요. 하지만 김정은은 북-미 관계 개선이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굉장히 잘 알기 때문에 계속 문을 걸어 잠그기 보다는 내년 초에 조금 더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한국의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합니다.”

25일 북한 평양 류경체육관 주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구호가 걸려있다.

“김정은 시대 공고화”... “경제난 완화돼야 사상체계 발표할 듯”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북한의 사상 통제 강화를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다지기 작업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We’re going through a new stage here in the consolidation process of the Kim Jong Un era that really begin in 2016 with the party Congress... you really have to have some ideological underpinnings to that structure, to the regime, and part of that is broadcasting that to the leadership and so these party conferences are used in part to articulate his vision and articulate the ideological foundations of the new leadership.”

고스 국장은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시대’ 공고화 작업이 시작됐고 지금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지도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사상적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당 회의 등을 열어 지도부에 김정은의 구상과 사상적 토대를 분명히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독자적 사상체계인 ‘김정은주의’는 천천히 공개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it will be slowly rolled out. The reason we’re not seeing much right now is because I think it’s heavily tied to the economy and there’s nothing to show with the economy.”

‘김정은주의’는 경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데 경제 성과를 보여줄 것이 없기 때문에 지금 관련 언급이 많이 없는 것으로 고스 국장은 분석했습니다.

이민영 연구원은 김정은 우상화와 관련해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는 2016년 초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관영매체에 등장한 이후 최근 빈도수가 높아졌으며, ‘수령’이라고 직접 지칭하는 것은 2020년 말 당 창건 75돌 행사가 끝나고 8차 당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경제난을 감안할 때 ‘김정은주의’가 쉽게 등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 연구원] “김정일주의라는 용어도 수 년간 여러 우상화 단계를 거친 후에 공식 매체에 처음 나왔을 때 잠깐 등장을 했거든요. 김정은주의 역시 쉽게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정은이 이미 김일성ㆍ김정일 반열에 올라왔다고는 보이는데, 지금 경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돼야 김정은주의도 공식적으로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합니다.”

이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간 가장 실패한 부분은 경제 문제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 기회가 있었지만 적극 나서지 않아 북한의 경제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중국 의존도만 더욱 높였다는 것입니다.

고스 국장도 같은 지적입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not being able to move forward through the opportunities that he had with the summits, I think he paid a huge political price for that in terms of his legitimacy... He could have possibly negotiated following Hanoi into trying to get something out of that and kept the door open as opposed to slamming the door shut.”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에서 2019년 기간 동안 각국과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치면서 열린 기회들을 활용하지 못한 데 대해, 자신의 통치 ‘적법성’에 대한 큰 정치적 대가를 치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후속 협상을 통해 어떤 성과라도 낼 수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