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된 직후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한국전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민간단체가 최근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북한 문제와 관련해 활발한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활발했던 북한 인권 관련 로비는 3년 넘게 주춤한 상황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VOA가 2020년부터 2021년 3분기 사이 미국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 활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북한 문제와 관련해 로비 활동을 벌인 민간단체는 최소 3곳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여성단체인 ‘위민크로스DMZ’, 핵무기 제거를 목표로 하는 워싱턴의 비영리단체 ‘카운슬 포 리버블 월드’(Council for a Livable World)는 이 기간 각기 다른 북한 관련 현안에 대해 로비 활동을 벌였습니다.
웜비어의 부모는 워싱턴에 있는 대형 로비업체 ‘맥과이어우즈 컨설팅’을 통해 지난해 6월부터 미 상하원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상대로 테러지원국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청하는 로비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02년 제정된 ‘테러위험보험법’(TRIA)을 개정해 판결 채권자가 북한 등 테러지원국을 포함한 테러 당사자들의 자금을 추적하고 회수하려는 목적입니다.
앞서 웜비어 부모는 지난해 4월 미 연방법원 뉴욕주 동부지법에 북한의 배상금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영장’을 신청하고, ‘테러위험보험법’에 따라 판결 채권자로서 동결된 북한 자산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법원은 2018년 북한이 웜비어 부모에게 5억114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북한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자 웜비어 부모는 북한의 자금을 추적해 회수하기 위한 법적 절차는 물론, 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로비 활동을 벌인 것입니다.
웜비어 부모는 웜비어가 숨진 2017년 말부터 미 정가를 상대로 활발한 대북 로비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로비 초기에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경제 제재 강화를 촉구하는 로비에 치중했습니다.
실제로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고 2019년 말 웜비어의 이름을 딴 대북 제재 강화법 ‘오토 웜비어 북 핵 제재 강화법’의 의회 의결이 이뤄졌습니다.
‘위민크로스DMZ’는 워싱턴에 있는 로비업체 ‘EB 컨설팅’을 통해 2019년 5월부터 하원을 상대로 당시 계류 중이던 민주당 로 칸나 하원의원의 한국전 종전선언 결의안 지지를 촉구하는 로비를 시작했는데, 공식적인 로비는 지난해 2월 종료됐습니다.
로비가 종료된 이유는 이 결의안이 결국 의결되지 못한 채 2020년 말 회기가 끝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종전선언 결의안과 관련해 ‘위민크로스DMZ’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엘리자베스 비버스는 현재 이 단체의 고문으로서 워싱턴에서 한국전 종전선언 촉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카운슬 포 리버블 월드’는 전 세계 핵무기 제거를 최종 목표로 비확산 문제와 관련해 미 정가를 상대로 수년간 로비 활동을 한 전통적인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2008년부터 미 상하원과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등을 상대로 핵무기 선제 사용 금지와 핵무기 예산 감축을 촉구하는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북한 관련 로비 사안은 ‘미-북 관계’로만 적혀 있고, 구체적인 설명은 없습니다.
최근 미국 내 북한 관련 로비는 인권 관련 활동이 전혀 없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앞서 뉴욕에 본부를 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미국지부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거의 매년 미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가장 활발한 북한 인권 로비를 펼쳤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도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인 2006년 가장 먼저 북한 인권 로비를 시작해 이후 수년간 관련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민간단체의 공식 로비 활동은 2019년부터 3년 넘게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95년 제정된 ‘로비공개법’에 따라 로비자금 지출이 1만2천500달러 이상인 경우 활동 내용을 분기별로 의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