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워싱턴 공중곡예 학교...종소리가 만들어 내는 멜로디, 벨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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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줄 하나에 몸을 의지해 하늘을 나는 공중 곡예. 워싱턴 D.C.에는 공중곡예를 가르쳐주는 사설 학원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공중곡예라고 하면 서커스 공연을 떠올리게 됩니다. 줄 하나에 몸을 의지해 하늘을 나는 공중 곡예. 가슴을 졸이며 볼 수 있는 멋진 묘기이긴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워싱턴 D.C.에는 바로 이 공중곡예를 가르쳐주는 사설 학원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누구나 하늘을 날 수 있는 공중곡예 학교"

[현장음: 워싱턴 공중곡예 학교]

워싱턴 D.C.의 한 체육관. 이곳엔 트래피즈라고 하는 공중 그네타기를 하는 사람, 트램펄린이라고 하는 매트 위에서 뛰어오르거나 공중회전을 하는 사람도 있고, 스페인 웹이라고 해서 줄을 타고 올라 각종 묘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공중곡예를 배울 수 있는 이곳은 워싱턴의 유일한 트래피즈 스쿨, 즉 공중곡예 학교입니다. 이곳엔 운동 경력이나 운동 수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올 수 있다고 합니다.

[녹취: 재나 코언]

워싱턴 공중곡예 학교 강사인 재나 코언 씨는 워싱턴 D.C.엔 재미로 서커스를 배우는 사람이 많다며 꼭 전문적인 곡예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했는데요. 물론 대부분의 재미로 오지만, 배움의 목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재나 코언]

서커스와 트램펄린, 공중그네 등 각종 공중곡예는 사실 흔하지 않은, 새로운 경험이 되고,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서 얻는 즐거움이 사람들을 공중곡예 학교로 이끈다는 겁니다.

이 학교의 최연소 학생은 6살에 불과하고요. 최연장자는 80살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나이 들어 어떻게 공중곡예를 하나 싶지만, 공중곡예 학교에서는 노인들이 공중그네를 타고 날아다니는 게 흔한 광경이라고 하네요.

[녹취: 재나 코언]

어떤 사람들은 처음 와선 “이건 절대 못 할 거예요. 이런 건 살면서 한 번도 안 해봤어요. 하늘을 어떻게 날아요. 뒤로 어떻게 돌아요” 이렇게 말하지만, 결국 하다 보면 각자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게 되는 걸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공중곡예는 또 특별한 준비단계가 필요 없다고 합니다. 체육관이나 운동 시설에 한 번도 다녀보지 않았어도 막상 여기서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녹취: 알렉스 레이스]

이 학교 강사인 알렉스 레이스 씨는 체력 관리나 활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오락을 위한 것 외에도 공중곡예를 하면 인생의 새로운 영역에서의 기술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강사의 지도를 잘 듣고 따라오면 눈과 손을 동시에 쓰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되고 이런 기술은 운전이나 춤 등에도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워싱턴 공중곡예 학교는 특히 1년여 전부터 ‘우리 도시를 위한 봉사(Serve Your City)’라는 비영리 단체와 협업해오고 있는데요.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을 돕는 이 단체를 통해 지역에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공짜로 공중곡예 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됐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인 조이 버스 씨는 딸 졸리아, 아들 조사이어와 함께 정기적으로 공중곡예 학교를 찾는다고 했는데요.

[녹취: 조사이어]

조사이어 군은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의 몸을 통제하고, 균형을 잡고, 근육을 쓰는 법을 배웠다고 했고요.

[녹취: 졸리아]

졸리아 양은 하늘로 어떻게 날아오르는지를 배웠다며, 무엇보다 이제 트램펄린에서 높이 뛰어오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는데요. 트램펄린에서 점프하는 걸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코언 씨는 워싱턴 공중곡예 학교가 지역 자선 단체와의 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는데요. 공중곡예를 배우기 원한다면, 형편에 상관없이, 누구나 와서 경험해 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종소리가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멜로디, 벨 연주"

음악 공연에서 우리가 접하는 악기는 한정돼 있지만, 사실 음역이 다른 소리만 낼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악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여러분께 들려드리는 이 연주, 무슨 악기인지 맞혀 보시겠어요?

[녹취: 나탈리아 퍼루즈 벨 연주]

소리가 너무나 청아하고 예쁘죠? 이 악기는 바로 벨 또는 핸드벨이라고도 하는 종입니다. 손잡이가 달린 종 여러 개를 흔들어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건데요. 이 연주자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나탈리아 퍼루즈 씨입니다.

[녹취: 나탈리아 퍼루즈]

벨 연주는 마치 요술과 같다고 말하는 퍼루즈 씨. 드레스를 입은 것 같이 생긴 종의 겉모양도 신비롭다며 종에 대해 더 알아갈수록 더 빠져든다고 했습니다.

퍼루즈 씨가 지금까지 모은 종의 개수가 약 700개에 달하는데요. 퍼루즈 씨는 벨 연주로 음악 관련 수상을 여러 차례 하기도 했습니다. 또 거리 공연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가진 종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도 늘 즐긴다고 했습니다.

[녹취: 나탈리아 퍼루즈]

인도에서 기원한 코끼리 종부터 자전거에 다는 종까지 다 갖고 있다는 퍼루즈 씨. 처음 종 수집을 하게 된 건 오스트리아의 한 기념품 가게였다고 하는데요.

원래 무용수였던 퍼루즈 씨는 유명 무용단에서 활동하면서 평생 무용을 하며 살 것으로 확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춤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당한 교통사고는 퍼루즈 씨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면서, 몸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큰 상처를 받았고 전문 무용수의 삶은 더는 꿈꿀 수 없게 됐는데요. 퍼루즈 씨의 부모님은 의기소침해 있던 딸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오스트리아 여행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녹취: 나탈리아 퍼루즈]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차창밖에서 종소리가 나는 걸 듣게 됐다고 하는데요. 바로 소의 목에 걸린 종소리였죠. 퍼루즈 씨는 소의 목에 걸린 종소리의 음역이 각기 다른 걸 알게 됐고, 아버지께 장난처럼, 한 옥타브 소리가 나는 종을 다 모아서 연주해보면 재미있겠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퍼루즈 씨는 실제로 소에 목에 거는 종을 샀고, 종으로 하는 벨 연주를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오래된 책들과 사진들을 보며, 또 상상력을 동원해 독학으로 벨 연주를 익혔다고 합니다.

[녹취: 나탈리아 퍼루즈]

소의 목에 거는 종으로 하는 연주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 주로 볼 수 있고, 아마 프랑스에도 있을 거라고 하는데요.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기 힘들 거라고 퍼루즈 씨는 말합니다. 자신이 뉴욕에서 연주하듯이, 다른 나라에도 연주자가 있을 수 있겠지만, 흔치는 않다는 겁니다.

사실 카우벨, 소의 목에 거는 종으로 하는 연주는 쉬운 게 아닙니다. 연주자는 약 2.5m 길이의 탁자 위에 수십 개의 다른 소리를 내는 종을 눕혀놓고, 쉬지 않고 그 종을 들어 올려 소리를 내면서 멜로디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인데요. 퍼루즈 씨는 연주를 위해 특별한 안무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퍼루즈 씨는 뉴욕에서 유일하게 독주 가능한 솔로 벨 연주자라고 하네요.

[녹취: 나탈리아 퍼루즈]

퍼루즈 씨는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 종은 당신을 위해 울린다.”라고 말했다며, 본인 생각엔 종은 우리 모두를 위해 울리고 있고, 누구도 그 종소리를 피할 수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